대구 중구 동인동물병원에 머무르고 있는 유기견. 병원을 찾은 낯선 이들을 보면 두려움에 구석으로 숨곤 한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다섯살로 사람으로 치면 마흔
입양도 어려워 안락사될 처지
사람에 원망·두려움 섞인 눈빛
난 누렁이, 다섯 살쯤 된다. 사람 나이로 치면 마흔 살이다. 난 대구시 중구 동인동물병원 3층 유기동물보호소에 머물고 있다. 내가 병에 걸려 주인이 버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버렸는지, 잃어버렸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동물보호소엔 나를 포함해 세 마리의 개가 있다. 열 살이 넘은 할아버지 개는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지내고 있고, 또 다른 개는 동물보호소에 온 지 3개월 정도 됐단다. 보통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지 열흘이 되면 이곳을 떠나는데, 이 두 마리는 특별한 경우인 것 같다. 할아버지 개는 아직도 사람을 무서워한다. 낯선 사람을 보면 구석에 숨어 벌벌 떤다. 이곳에선 누구도 위협할 리 없는데.
난 이곳에 오는 동물들 가운데 그나마 ‘멀쩡한 편’이다. 길거리에 떠도는 개들 대부분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다. 심장사상충은 폐동맥에 기생하며 심장을 공격하는 기다란 기생충이다. 감염 직후에는 증상이 없다가 3~4개월 뒤 서서히 몸을 망가뜨린다. 배에 복수가 차고 몸이 붓는다. 숨 쉬기가 버겁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동물 앞에 놓인 운명은 크게 두 갈래다. 법적 공고 기간인 10일이 지나기 전 원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입양처를 찾게 되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당한다. 사는 확률은 죽는 확률보다 낮다.
이는 2011~2015년 대구시의 유기동물실적보고 자료에서 확인된다. 2011년에는 유기견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 4천759마리 가운데 32.7%(1천555마리)가 자연사했고, 31.8%(1천515마리)는 안락사됐다. 입양된 동물은 7%(335마리), 주인에게 돌아간 동물은 4.9%(233마리)에 불과했다. 4년 뒤에는 입양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유기동물 3천441마리 중 32%(1천102마리)가 입양됐다. 주인을 찾은 동물은 14.4%(496마리)나 된다. 자연사는 30.9%(1천64마리), 안락사는 21.2%(730마리)로 줄었다. 하지만 5년간 개인에게 분양되거나 원주인에게 반환돼 보호소에서 살아서 나간 동물은 자연사나 안락사를 당한 동물에 비해 여전히 적었다.
나는 두 개의 길 중 ‘죽음의 길’에 더 근접해 있다. 덩치가 크고 나이도 많기 때문이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주로 작고 애교 있는 강아지를 원한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사람이 더욱 원망스럽다. 왜 사람은 우리를 집에 데려다 놓고 기르다가 단지 귀찮아졌다고 길에 내다버릴까.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이 글은 대구 동인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동물의 입장에서 재구성했습니다.
■ 대구지역 유기동물 처리 실적보고 | ||||||||
연도 | 합계 | 반환 | 입양 | 기증 | 자연사 | 안락사 | 방사 | 보호 |
2011 | 4759 | 233 | 335 | 645 | 1555 | 1515 | 39 | 437 |
2012 | 5669 | 396 | 367 | 176 | 1190 | 3328 | 47 | 165 |
2013 | 4335 | 475 | 887 | 61 | 1098 | 1720 | 0 | 94 |
2014 | 3786 | 518 | 944 | 0 | 984 | 1315 | 0 | 25 |
2015 | 3441 | 496 | 1102 | 5 | 1064 | 730 | 0 | 44 |
<대구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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