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池 지키는 ‘바위 호랑이’를 만나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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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9   |  발행일 2016-08-19 제33면   |  수정 2016-08-19
■ 광복 71주년, 6박7일의 만주항일기행
20160819
최근 오른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 격랑 속 한반도와 달리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다. 왼쪽 바위 모습이 귀를 세운 백두산 호랑이가 천지를 바라보는 듯하다.

2004년 이후 10여 차례 백두산 천지 오르는 길
등반 전날 훈춘 호랑이 출몰 소식에 ‘혹시’ 기대

새벽 소나기에 걱정과 달리 환하게 반기는 천지
韓 관광객 통제강화 속 머문 30분 눈에 보인 건…


백두산에 호랑이가 있을까?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백두산 밀림을 지날 때면 잠시 그런 상념에 젖는다. 최근 백두산을 오르며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등반 전날 훈춘(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한 시골마을에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라 호기심이 더 발동했다. 하지만 호랑이를 본다는 건 언감생심. 사실 호랑이보다 백두산 천지라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더 염려가 됐다. ‘백 번을 가서 두 번 본다’고 해서 백두산 천지, ‘천지에 가서 천지를 보지 못한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라고 한다는 우스갯소리는 천지를 처음 찾는 방문객을 가슴 졸이게 만든다.

지난해에 이어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상임대표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가 꾸린 ‘2016만주항일기행단’과 함께 지난달 말 백두산에 올랐다. 작년엔 서쪽(서파) 루트로 갔지만 이번 여름엔 북쪽(북파) 천문봉을 택했다. 서파~북파 일주를 비롯해 한겨울 궤도차량을 타고 천지에도 올라가봤다. 하지만 모두 중국 땅을 통해 중국측 백두산으로만 갔다. 북한지역 삼지연을 통해 가는 남쪽 루트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곳으로 가면 한반도 최고봉인 장군봉(해발 2천750m)에 다다를 수 있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백두산 천지에 올랐지만 맑게 갠 하늘 아래 천지를 본다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지는 그 신비스러운 얼굴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한다. 이번에도 새벽에 소나기가 내려 걱정을 했지만 천지는 화사한 표정으로 일행을 맞이했다. 하지만 천지 주변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밑에서 보면 마치 개미떼가 줄을 맞춰 이동하는 모습 같다. 천지 주변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겨우 30여분. 제대로 감상할 여유도 없이 대부분 기념촬영을 하기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관광객들이 물 밀듯 밀려오면서 인파 속에 떠밀려 주마간산 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05년 7월 백두산의 관리권이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지린성 정부로 이관된 후 중국정부는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명)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보호와 통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백두산 북쪽 달문 아래 있던 온천호텔과 산장 등을 모두 철거시키고 천지로 가는 이동차량 연료도 경유에서 천연가스로 바꿨다. 또 서파와 북파 천지 주변에 목책과 나무데크를 설치했다. 한때 즐비했던 옛 호텔 부지엔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었다.

백두산 관광객이 한국인에서 대부분 중국인으로 바뀐 것도 괄목할 만한 변화다. 최근 중국의 한 인터넷매체가 중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내 여름휴가지를 조사했는데, 백두산은 그 휴양 명승지 가운데 다섯째였다고 한다. 실제 이날도 천지 주변 앞뒤좌우로 중국말만 시끄럽게 들렸다.

최근 백두산을 비롯한 연변지역을 찾는 한국관광객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행을 안내했던 백두산 가이드는 “사드(THAAD)인지 뭔지 때문에 변경에 사는 사람들이 피곤하다. 백두산 천지에서 한국인이 한글이 적힌 현수막을 꺼내들고 기념촬영을 하거나 노래, 구호 등을 하면 추방될 수 있다”며 겁을 줬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행 가운데 대구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인 나순단씨(화가)가 ‘시민이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적힌 천조각을 가슴에 달고 백두산 천지에서 몰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번주 커버스토리는 만주항일기행단과 함께한 6박7일간의 이야기다. 기행단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무단장~하이린~조·중접경지~용정~연길 등지에 있는 항일지사의 유적지와 발해의 수도였던 상경용천부 등지를 탐방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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