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불똥…기업 종이사보 사라지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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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3 07:20  |  수정 2016-08-23 07:20  |  발행일 2016-08-23 제18면
정기간행물 언론인 분류 규제
DGB금융그룹·대구지역 병원
논란 여지 간행물 폐간 등 추진
삼성, 격주간지 사보 운영 중단
현대車, 등록형태 바꿔 발행 검토

기업들이 종이 사보를 잇따라 폐간하거나 폐간을 검토하고 있다.

종이 사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추세에도 종이를 고수하던 이들 기업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모바일 시대 탓에 소통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속내는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은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발행인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언론인으로 분류해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기업이 발행하는 사보도 정기간행물로 등록돼 있어 그 대표자나 임직원도 청탁 금지 대상이 된다는 것. 다시 말해 기업의 대표인 동시에 사보발행인이면 언론인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DGB금융그룹은 1972년부터 발행해온 ‘DGB 이코노믹리뷰(Economic Review)’와 2014년부터 은퇴자 등을 위해 발행한 ‘행복파트너뉴스’를 조만간 폐간하기로 했다. 종이 형태로 발행하던 DGB 이코노믹리뷰와 행복파트너뉴스를 폐간한 이후 웹진 형태로 이어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단, 직원을 대상으로 발간하던 ‘The DGB 사내보’는 계속 발행하기로 했다.

DGB이코노믹리뷰와 행복파트너뉴스의 경우, 대구시의 정기간행물로 등록돼 있는 반면, 웹진형태와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사보는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언론인으로 분류돼도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생길 수 있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우선 폐간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이후 언론으로 분류되지 않는 형태로 재발간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대구의 한 의료법인도 고민 중이다. 의료법인 관계자는 “최근 의료법인 사이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부분 언론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준비는 하고 있다. 폐간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법이 시행되고 나면 분위기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대구시에 등록된 신문(인터넷신문), 잡지 가운데 사업자가 법인인 곳은 모두 91곳으로, 이 중 언론사가 아닌 일반 기업체나 종교단체, 의료기관, 금융기관 등이 20여곳이다.

삼성그룹도 온라인 격주간지 형태로 발행해온 사내외 사보 ‘삼성앤유’(www.samsungnyou.com)를 지난 16일자(73호)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삼성앤유는 2009년 7월 격월간 종이 사보로 출발했다가 지난해 1월 격주간 온라인 웹진으로 전환했는데 그마저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발행하는 ‘현대모터’와 기아자동차의 ‘드라이브기아’ 같은 사외보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법 시행 전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사외보는 없애지는 않고 등록 형태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도 7월부터 기존의 사내보와 사내방송을 한데 묶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공감 미디어 ‘채널H’를 개통하면서 1971년 창간 뒤 매월 발행되던 한화그룹의 사보 ‘한화·한화인’은 6월 통권 543호를 끝으로 발행을 중단했다.

대구의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관념으로 볼 때 지나치다고 볼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만큼 그대로 시행하는 게 맞다”며 “다만 간통죄처럼 헌재의 결정도 바뀔 수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시행 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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