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쿠오바디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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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1   |  발행일 2016-10-11 제38면   |  수정 2016-10-11
20161011
전명수 (러시아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
日 홋카이도까지 연결 제안
우리가 北과 대치하는 사이
막대한 경제이익 뺏길수도
한-러 구체적 경협 서둘러야


최근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홋카이도까지 연결하자고 일본측에 제안하며 조만간 양국은 협의조건을 두고 논의할 전망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하는 시점이다.

일본열도로 TSR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7㎞가량의 타타르해협과 사할린 섬과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42㎞ 구간의 라페르즈 해협 간에 교량 또는 터널이 건설돼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열도에서 사할린,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통하는 육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을 때, 이웃나라 일본이 먼저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광경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적극 활용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려던 애초 우리의 국가전략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위기의 순간마다 이해와 협조를 구하며 유지해 온 한·러 관계였다. 결국, 한반도에서 북한 변수로 인해 기다림에 지친 러시아가 ‘아시아 끌어안기’로 일본을 우선 순위에 두는 전략으로 우회한 건 아니냐는 분석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TSR 연결사업이 실현되면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로 현재 일본 전체 물동량 가운데 유럽으로 가는 20%가량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시안적인 관점보다는 국가의 명운을 두고 멀리 내다보면 이 같은 분석전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일본이 유라시아 시장권역에 포함되면 막대한 신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TSR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몽골, 중국 등으로 연결되는 철로다. 결코 유럽만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둘째, 보다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양질의 러시아산 자원을 도입할 수 있고, 극동개발 참여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한층 완화할 수 있는 이점이 따른다. 일본은 러시아가 TSR 연결사업을 제안하기 직전에 약 6조5천억원의 경협사업을 러시아측에 제시했다. 일본이 러시아 시장에 쏟는 대규모 투자에 대해 TSR 연결로 손익분기 시점을 보다 앞당길 수 있다. 최소한 러·일 양 방향으로 물동량이 이동하면 실현가능한 구도로 보인다.

끝으로, 오고가는 육로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인적 교류가 활성화된다. 그렇게 되면 각종 문화 교류협력으로 이어지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결국 한·러 간의 무비자가 곧 러·일 간에도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양국이 합친 3억여명 인구가 서로 교류하기 시작하면 결코 적지 않은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자명하다.

물론 러시아 대륙에서 일본열도까지 TSR 연결사업 실현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7년 공사기준으로 최대 16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러·일 관계를 고려할 때, TSR 연결사업의 실현가능성이 그 여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열도 반환이라는 영토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전략적으로 러시아에 접근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물론 TSR가 일본과 연결돼도 TSR, TKR간 연결사업이 완전 백지화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과는 별도로 우리는 우리대로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예상했던 경제적 효과가 대폭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경제협력이다. 러시아는 극동개발을 위해 몇 년에 걸쳐 협력을 추진했지만, 한국은 주변국에 비해 실제 현지투자로 이어진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마도 러시아 정부는 올해 동방경제포럼을 마치고 현재와 미래를 보고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겨 봤을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은 대한민국을 이끌 다음 세대들의 주 무대가 될 시장이다. 이런 무대를 일본에 선점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우리도 이에 걸맞은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러 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선언보다는,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협모델을 갖고 협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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