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은 憲裁에 맡기고 이제 국정수습에 힘 모으자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2-10   |  발행일 2016-12-10 제23면   |  수정 2016-12-10

박근혜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탄핵열차가 결국 종착역 헌법재판소를 향하게 됐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완료될 때까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이끌게 된다. 이날 탄핵소추안 가결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10월29일 첫 촛불집회를 연 지 40일 만이다. 비록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불행한 일이지만 앞으로 정치권은 촛불 민심을 받들어 한국의 정치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성숙한 의회민주주의를 완성해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안게 됐다.

탄핵안 국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정치 사회적 혼란과 국정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권이 요동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당의 내분도 더욱 격화될 조짐이고, 주말 촛불집회도 계속 이어진다. 탄핵안 가결이 극심한 정치혼란을 잠재우고 국정을 수습하는 계기가 돼야 마땅하지만 정치권의 향후 로드맵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자칫하면 국정공백을 넘어 국정마비 상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가 중심을 잡고 정국혼란을 수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향후 탄핵절차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수순에 맡기고 여야는 협치(協治)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최장 6개월이 걸리는 만큼 탄핵정국이 국민경제와 민생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두 달 가까이 방치되다시피 했다. 경제사령탑은 부재 상태고 대내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가계부채가 1천300조원을 넘었고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여야가 경제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당은 경제컨트롤타워 회복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박 대통령의 향후 거취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남아 있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중도사퇴 없이 헌재의 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여당도 즉각 퇴진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국정혼란을 초래한 박 대통령이 그대로 청와대에 머무는 것이 국민의 정서와 맞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이 정지된 박 대통령은 국회의 표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정 혼란 최소화를 위해 조기퇴진 등의 수습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의 수사에도 성실히 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국정을 책임질 황교안 대행체제에 대한 인정 여부도 정치권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전국을 휩쓴 촛불민심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절규다. 부정부패를 근절해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건강한 나라를 만들라는 명령이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것도 이 같은 국민의 열망을 받든 결과다.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 재판관들은 국민만 바라보고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리하고 판단해야 한다. 자신의 결정이 역사 속에 어떻게 기록될지를 직시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 시민들도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헌재의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