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일자리 공유서 質的 도약 체제로…‘경북형 탐스슈즈’ 키운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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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3 07:48  |  수정 2017-03-23 09:15  |  발행일 2017-03-23 제14면
경북 사회적경제 나눔을 넘어 성장으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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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는 성장성과 지속성을 겸비한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스타 사회적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2015년 스타 사회적기업에 뽑힌 상주 희망세상보호작업장.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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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참살이의 재활용사업 모습.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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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스타 사회적기업인 청도성수월마을영농조합법인의 생산 제품. <경북도 제공>

글로벌 사회적기업. 어떻게 보면 묘한 부조화를 느끼게 하는 용어다. 무한이익과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글로벌기업과 수익성보다는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을 한데 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조화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잘 알려진 글로벌 사회적기업에는 ‘탐스슈즈’와 ‘빅이슈’가 있다.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자사 제품을 하나 구입할 때마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에게 신발을 한 켤레씩 전달한다. 인턴 세 명으로 시작했던 탐스슈즈는 전 세계에 매장 1천여 개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6천만 켤레를 판매하고, 또 그만큼의 신발을 기부했다. 빅이슈도 마찬가지다. 노숙인이 파는 잡지인 빅이슈는 한 권을 팔면 판매가격의 절반이 노숙인 수입으로 돌아간다. 이 잡지는 33개국 유명인이 기꺼이 표지모델로 나서고 인터뷰하는 잡지로 성장했다.

지역 사회적기업 정부 의존도↓
인증 기업 매출액은 1천억 돌파
자생력 높아지고 양적 성장 성과

“이제는 질적 가치창출의 시대
글로벌기업 탄생 공감대 필요”
道, 생태계 확장 지원대책 강화


◆경북형 탐스슈즈를 키워라

우리나라도 사회적경제의 핵심 단위인 사회적기업이 지금까지 눈부신 양적 성장을 거뒀다. 22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50곳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이 지난해에는 1천700곳에 달했다. 사회적기업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일반 기업체 수가 제자리걸음 수준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띈다.

경북에도 200개 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경북 사회적기업은 정부지원에 의한 고용비율이 2010년 55%에서 2015년 30%로 낮아졌으며, 보조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27.2%에서 9.6%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인증 사회적기업은 매출액이 2010년 117억원에서 2016년 11월 1천49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사회적기업이 단순한 일자리나 서비스를 나누는 수준을 넘어 가치창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적기업 1.0시대에 초기 생태계가 조성됐고, 2.0시대는 양적 성장을 하는 기간이었다. 이제는 가치창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3.0시대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소외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공공서비스·사회복지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사회서비스를 혁신하고, 피폐해져 가는 지역사회나 해체돼 가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등 혁신적이며 역동적인 대안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윤호 경북도 사회적경제과장은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심화,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가고 있다”면서 “사회적기업이 단순히 착한 기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 사회적기업 속속 출현

실제로 경북도는 2015년부터 지역 200여 곳 중 사업적 우수성과 함께 성장성을 갖춘 사회적기업을 ‘스타 사회적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5년 스타 사회적기업으로 뽑힌 안동의 <주>나우는 지역 출신 청년을 고용해 기술을 가르치고 근로동기를 부여하는 등 지역인재를 육성한다. 나우는 정보통신업체이지만 직원 16명은 모두 비전공자이며, 관련 분야 경력도 없다. 단순히 일자리를 나누는 것을 넘어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직접 육성한다는 이야기다.

김봉덕 대표는 “일자리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이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우는 올해 매출 40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 스타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청도성수월마을영농조합법인은 농촌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촌문화를 관광자원화해 농촌 공동체 재생과 회복이라는 모델을 제시했다. 청도성수월마을영농조합법인은 철가방공연장(전유성의 코미디극장)을 위탁 운영하는 한편 농촌체험휴양마을·팜스테이마을과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푸드마일리지로 밥집을 직접 운영하면서 농촌형 사회적기업의 전형이 되고 있다.

상주시의 희망세상보호작업장(대표 허만종)도 전통적인 장애인고용 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사회적기업이다. ‘제품에는 장애가 없다’라는 말이 이 회사의 지향점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유 브랜드도 개발했다. 보조금 지원이 끊기더라도 일반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불량률 제로, 납품기일 준수, 임금인상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직원 57명 중 50명이 장애인이지만 매출 증가세는 일반 회사보다 더 가파르다. 2011년 3억7천600만원이던 매출이 5년 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우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사회적기업은 양극화 해소, 지역공동체 재생, 지역순환경제 회복 등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면서 “앞으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더욱 확장해 단순한 나눔이 아닌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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