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용기자의 ‘우리곁의 동식물’ .4] 대구 도심 가로수

  •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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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39면   |  수정 2017-06-23
불더위 삼켜 초록 그늘을 토하다
‘바나나’ 열리는 대프리카의 무더위
21만 그루 가로수 덕에 그나마 숨통
은행나무 24% 이어 느티나무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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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달구벌대로의 느티나무(가운데)와 양버즘나무 가로수. 두 나무를 합치면 대구지역 가로수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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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동대구로의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더). 대구 도심 가로수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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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달구벌대로의 튤립나무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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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화랑로의 왕벚나무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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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청수로의 칠엽수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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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 앞의 이팝나무 가로수.

‘웰컴 투 대프리카’, 대구시민프로축구단 대구FC의 신문광고 문구다. 광고 카피로까지 등장하는 ‘대프리카’는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말로, 여름철 대구의 가마솥더위를 상징하는 신조어다. 비슷한 말로 대구와 이집트를 합친 ‘대집트’도 있다.

최근 대구시 동구의 한 가정집에 열대와 아열대기후에서 자라는 바나나의 열매가 열렸다는 소식이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s/sites)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구기상지청이 5월 대구·경북 기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 평균기온은 19.4℃로 평년 17.4℃보다 2℃나 높았다. 이는 1973년 5월 통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높은 기온을 낮추기 위해 대구시는 그동안 3차례에 걸쳐 ‘푸른 대구 가꾸기’사업을 벌여 나무 3천465만 그루를 심었으며, 2021년까지 1천만 그루를 더 심을 예정이다.

현재 대구 곳곳에 심겨 있는 가로수도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가로수(Roadside Tree)는 인도 또는 차로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심은 나무로 삭막한 도로에 자연의 풍치를 주고 여름에 그늘을 제공해 준다. 또 가지와 잎이 먼지 등 오염물질을 흡착하거나 흡수하여 공기를 맑게 한다. 차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고 태양열을 흡수하고 비나 눈 등을 차단하거나 감소시키는 기능 등도 하고 있다. 도로에만 나가면 늘 보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쉽게 지나치지만 가로수는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대구의 가로수는 21만 그루가 넘는다(2016년 기준).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앞 동대구로에 있는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더), 달구벌대로에 많이 보이는 느티나무와 양버즘나무, 튤립나무, 앞산순환로의 이팝나무, 화랑로와 두류공원로의 왕벚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식재돼 있다.

대구 가로수의 대표 주자를 꼽으라면 단연 개잎갈나무(소나무과)다. 개잎갈나무는 늘 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높이는 30m 정도이며, 잎은 끝이 뾰족하다. 암수한그루로 10월에 꽃이 핀다. 히말라야가 원산지다. 도시 공해에 강하고 생장 속도도 빠르며 수형이 아름답다. 히말라야에서는 생육환경이 좋아 키도 더 크고 수형도 장대하다.

가을이면 대구의 거리를 노랗게 수놓는 은행나무(은행나무과)도 있다. 은행나무는 잎 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높이는 40m 정도이며, 잎은 부채 모양으로 한 군데서 여러 개가 난다. 암수딴그루로 5월에 꽃이 피며, 암꽃은 녹색이고 수꽃은 연한 노란색이다. 동아시아에 한 종만 분포한다. 햇볕을 좋아하고 건조해도 잘 자라며 불이나 추위에도 강한 편이다. 열매 겉껍질의 고약한 냄새로 인한 민원 때문에 최근에는 암나무 대신 수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잎의 모양이 오리 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대구 가로수 중 24%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느티나무(느릅나무과)는 잎 떨어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 높이는 20~30m이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달걀꼴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4~5월에 푸른색을 띤 누런 꽃이 핀다. 바람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생장 속도도 빠르다. 대구 가로수 중 21%를 조금 넘는다.

양버즘나무(버즘나무과)는 잎 떨어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이며 높이는 40~50m다. 암갈색 나무껍질이 조각조각 떨어져 얼룩무늬를 만든다. 열매는 한 개 또는 두 개씩 달린다. 공해에 강하고 공기 정화능력이 뛰어나다. 북미가 원산지다. 대구 가로수 중 14% 정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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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나무(장미과)는 잎 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높이 10~20m이다. 꽃은 4~5월에 잎보다 먼저 짧은 가지에서 난 산방꽃차례에 3~6개씩 달리며, 붉은빛이 도는 흰색이다. 대구 가로수의 12% 정도가 왕벚나무다.

이팝나무(물푸레나무과)는 잎 떨어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 높이가 20m에 달한다. 잎은 마주 나고 타원형이다. 4월에 흰 꽃이 핀다. 옛날 사람들은 이팝나무의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나무에 열린 꽃이 쌀밥과 같다고 하여 이팝나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대구 가로수 중 8%를 조금 넘는다.

튤립나무(목련과)는 잎 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다. 높이는 45m 정도로 추위에 잘 견디며, 잎은 버즘나무 잎과 비슷하다. 5~6월에 녹황색 꽃이 튤립꽃 모양으로 가지 끝에 피어 ‘튤립나무’라 불린다. 생장 속도가 빠르고 공해에 강하며 병충해가 거의 없다.

칠엽수(칠엽수과)는 잎 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높이는 30m 정도이다. 5~6월에 흰색 바탕에 분홍색 반점이 있는 꽃이 핀다. 둥근 열매는 익으면서 3개로 갈라지며 밤처럼 생긴 씨가 나온다. 국내에서 흔히 칠엽수를 ‘마로니에(marronnier)’라고 부르는데, 마로니에는 유럽에 분포하는 서양 칠엽수를 가리킨다.

혹자는 가을철 낙엽을 많이 떨어뜨리는 나무를 천덕꾸러기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가로수가 주는 그 많은 고마움에 미처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가로수, 이번 여름에는 가로수 그늘에서 고마움을 느껴보자. 그늘 속 선선한 바람이 주는 기분 좋은 기운과 맑은 공기가 주는 상쾌함을 즐기면서.

글·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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