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양성평등

  • 백종현
  • |
  • 입력 2017-06-28   |  발행일 2017-06-28 제31면   |  수정 2017-06-28

가까운 지인에게 들었던 실제 상황이다. 50대 초반인 지인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술자리 모임에서 말싸움을 벌였던 얘기다. 목소리가 식당 밖으로 새 나갈 정도로 격론을 벌였던 당시 대화의 주제는 양성평등이었다. 남자 친구들은 “전쟁을 포함한 세계사를 돌이켜 보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모두가 남자”라고 남성 우월론을 주장했다. 여자 친구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자”라며 여성 우위론을 강조했다.

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남자들은 “여자가 사회에서 남자와 똑같이 대접받기 위해서는 여자도 군대에 입대하거나 군복무 기간만큼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다. 이에 질세라 여자들은 “남자도 여자처럼 임신하고 애를 낳아야 한다”고 맞섰다. 여기까지는 남성과 여성들의 일반적인 모임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동기들 모임이라 한발 앞서가는 말도 나왔다.

초·중·고 교사 임용고사와 9급 공무원 시험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합격률이 높은 이유는 남성들의 군복무 때문이라는 성별 불평등까지 거론됐다.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의 가장 큰 혜택은 여자가 아니라 벌써부터 남자의 몫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결국에는 무승부로 마쳤다고 한다.

오는 7월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다. 국어사전에서 양성평등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남자와 여자를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하여 똑같은 참여 기회를 주면서 똑같은 권리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은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여성주간 명칭은 양성평등주간으로 변경했다. 여성발전위원회도 ‘모든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하자’는 의미를 담아 양성평등위원회로 바꿨다. 이같은 명칭 변경은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천하면서 남녀 평등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문득, 우리 모두가 양성평등이라는 짤막한 사자성어가 가진 취지를 정확히 이해만 했더라도 ‘여자도 군대에 보내라. 남자도 애를 낳아라’는 억지 주장을 더 이상 부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