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나는 아예 관심이 없다(吾不知之)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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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0 07:47  |  수정 2017-09-05 11:03  |  발행일 2017-07-10 제18면
20170710

아마 공자도 많은 제자를 지도하면서 굉장히 답답한 경우가 있었나봅니다. ‘오불지지(吾不知之)’라는 말이 논어 태백에 나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 말은 ‘나는 아예 관심이 없다.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딱 끊어버리겠다는 의미입니다. 어떻든 단정적입니다.

공자가 오불지지라고 말한 내용은 ‘정열적이긴 하나 정직하지 아니하고, 순진하면서 성실치 못하며, 겉으론 진실하면서도 신의가 없는 사람은 오불지지(吾不知之)니라’ 고 하였습니다. 공자의 마음이 적이 편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도 ‘하늘이 만물을 낳는다. 그런데 똑같은 기질을 주지 않았다. 덕이 있으면 병이 있고, 병이 있으면 덕이 있다. 뒷발길질 잘하고 잘 물어뜯는 말은 쏜살같이 잘 달린다. 그러나 잘 달리지 못하는 말은 온순하기 짝이 없다. 병도 있고 덕도 없으면 천하에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뜻이 상치됩니다.

그런데 공자의 오불지지(吾不知之)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말은 후대에 맹자가 말한 교육의 방법과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맹자는 ‘가르치는 데에도 역시 그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내가 달갑게 여기지 않아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도 역시 가르쳐 주는 것이 된다’고 했는데 이는 교육방법의 구체성입니다. 즉 맹자의 다변적 교육방법과 공자의 오불지지는 상통합니다. 교육원리에서 말하는 무관심의 원칙입니다.

시골에 초임을 받은 교사가 6학년을 맡았습니다. 아침 일찍 학교에 출근하여 교실에 들어서니 칠판에 커다란 참외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낙서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주의를 줄수록 칠판에 그려지는 참외 그림의 크기는 점점 커졌습니다. 담임교사는 교감, 교장 선생님과 학생의 생활지도에 관하여 협의하고 조언을 듣기로 하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무관심’을 보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음날부터 교사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아무런 주의나 제재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칠판에 그려지는 참외 그림의 크기는 자꾸 작아져 결국 시들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학생에겐 무관심을 가졌지만 교사에게는 이것도 ‘관심의 원리’입니다. 이것을 맹자는 교회(敎誨)라고 했습니다. 교회는 잘 가르치고 타일러서 지난날의 잘못을 깨치게 하는 것입니다. 스승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도 제자들은 스스로 깨치거나 알아갑니다.

우리는 박학다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배움을 올바르게 익혀가는 학생들은 많은 정보를 매스컴을 통해서 습득하고 있습니다. 혹시 정직하지 않고, 성실하지 못하며, 신의가 없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나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공자의 불설(不屑) 가르침을 되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불설(不屑)은 탐탁하지 않고 달갑지 않더라도, 무관심의 관심을 말합니다. 학생이 ‘요즘 청문회를 보니 윗물이 맑지 않던데요?’ 하거든 ‘글쎄, 물은 흐르면 자연정화가 된다던데…’ 하고 무관심한 척 관심을 보이면 됩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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