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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환 대구교대 교수는 맨발걷기 전도사다. 그는 “처음엔 굳은살이 생기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발은 부드러워지고, 아기발과 같이 뽀송뽀송해진다”고 말했다. |
“27일이면 맨발걷기 1천700일째입니다.”
권택환 대구교대 특수(통합)교육과 교수(52)는 ‘맨발학교’ 교장이다. 2013년 3월1일 설립한 이 학교의 첫 교장이자 학생이기도 한 그는 현재 전국에 1만여 명의 제자(?)를 두고 있다. 권 교수는 개교 이후 매일 1~3시간 맨발로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 한 이후에도 반드시 걸었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이니까요. 경험상 처음 사흘이 가장 힘들고, 일주일, 한달, 100일이 힘들어요. 100일을 넘긴 뒤 저에게 상장을 만들어 줬습니다.”
맨발학교는 건물·교사·교재·시험·시간표가 없는 ‘5무(無)학교’다. 학교운동장, 산, 바닷가 모래사장 등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수업(맨발걷기)이 가능하다. 수업시간도 새벽, 낮, 저녁, 한밤중을 가리지 않는다. 장자크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사상을 떠올리게 한다.
‘진리는 단순하고 실력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작고 단순한 것도 꾸준히 하는 사람이 행복을 잡는다.’
맨발학교의 교훈이다. 학생들은 ‘맨발의 청춘’ ‘맨발학교’ 등의 이름으로 SNS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실시간 맨발걷기 사진과 짧은 글을 올리며 소통한다. 회원이 300명 가까이 되는 대화방도 있다. 이들은 매달 1회 함께 맨발걷기를 하고 난 뒤 정기모임을 한다. 1년간 함께했던 회원의 사진과 체험수기를 모아 책도 냈다.
권 교수는 대구교대 졸업 후 예천, 울릉 등지서 13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1999년 대구교대 출신으로는 처음 공채전문직으로 교육부에 들어가 다시 13년간 교육연구사, 장학관, 특수교육과장 등을 거쳤다. 2013년 대구교대 교육연수원장 겸 평생교육원장을 맡아 행복인성교육연구소를 설립했다. 그가 맨발걷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
“교육부에서 근무할 때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구두를 신고 있어 무좀, 습진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우연히 2005년 세계지적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진호의 어머니가 쓴 ‘자폐아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란 책을 읽고 김 선수가 맨발걷기로 자폐를 극복한 것을 알게됐죠. ‘아프리카에는 자폐아가 없다’라는 문구가 맘에 확 와닿았어요. 그때부터 맨발걷기를 조금씩 했는데 무좀, 습진은 물론 만성안구건조증까지 없어지더군요.”
그는 대구교대 교수로 부임한 뒤 본격적인 맨발전도사가 됐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합니다. 먼저 현장에 있는 교사와 교장 선생님에게 맨발걷기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우리 연구소의 가장 큰 사업은 맨발걷기입니다.”
권 교수에 따르면 대구에선 칠곡 관천초등학교(교장 이금녀)가 가장 먼저 맨발걷기를 시작했다. 이 학교는 매일 아침, 체육수업, 방과 후에 맨발걷기를 1년간 시행한 결과 긍정적인 교육효과가 매우 컸다. 현재 대구지역 10개 학교를 비롯해 전국 100여개 학교가 맨발걷기에 동참하고 있으며 울산, 경주, 부산, 서울, 울릉 등지에 맨발학교 지회가 생겼다.
“교육부 재임시 우리나라에서 자폐성 장애학생이 매년 1천명 이상 늘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예전엔 자폐는 장애유형 10개 중 6~7위였는데 지금은 2위예요. 2010년 미국질병본부 통계에 따르면 자폐장애 발생률이 68명 중 1명이라고 해요. 특히 실리콘밸리에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은 미국보다 낮아요. 유럽은 흙과 교감하는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지요. 한국의 아파트 놀이터를 보세요. 놀이터와 학교운동장의 우레탄을 걷어내야 합니다. 흙속 무해 박테리아와 접촉함으로써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길러지고 몸속 유해 전자파가 흙속으로 흡수됩니다. 그걸 어싱(earthing)이라고 하지요.”
그는 통합의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전세일 박사의 말을 빌려 맨발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맨발이 흙에 닿으면서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져요. 뇌를 자극해 오감을 일깨워 혈액순환이 잘 되고 두통·불면증 해소, 치매 예방, 고혈압·당뇨가 개선됩니다.”
권 교수는 4차산업시기가 다가올수록 자연과 가까워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4차산업은 인공지능과 창의성으로 대표되는데 그럴수록 자연과 인성교육이 필요하죠. 인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 교육은 독입니다. 지덕체는 체(體)에서 비롯돼요. 우리 아이들의 머리는 0교시수업부터 방과후수업, 심야수업에 이르기까지 너무 지쳐있어요. 난 ‘0교시 맨발걷기수업’을 제안합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학업성취도도 2배 이상 좋아질 겁니다. 아인슈타인이 연구소 근처를 맨발로 걷다가 상대성이론을 떠올렸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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