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이주대책은 6개월짜리 임시방편”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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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07:19  |  수정 2017-11-21 07:19  |  발행일 2017-11-21 제4면
■ 대성아파트 E동 6반 권혜은 반장

“갑자기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이랄까요.”

20일 포항 북구 흥해읍 남산초등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진 이재민 권혜은씨(51)는 기자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강진으로 건물이 내려앉을 정도의 큰 피해를 당한 대성아파트 E동 6반의 반장이다.

강진 발생 당시 그는 포항 시내에 약속이 있어 집을 비운 상태였다. 지진 순간 약속 장소에서 지진동을 느낀 그는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집을 보자마자 망연자실했다. 집 건물이 내려앉아 있었다. 새시는 지진을 견디지 못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집안 내부는 더욱 심각한 상황. 보관 중이던 위스키 등 양주 병이 모두 깨져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금이 간 벽은 3㎝ 이상 벌어져 손가락 2개가 들어갈 정도였다.

권씨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옥상 물탱크가 터져 물이 흐르는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폐가가 되고 말았다”면서 “집안 꼴을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정부와 포항시가 내놓은 임대아파트 이주 대책이었다. 거주할 집이 필요한 것인데 단순한 임시방편만 내놓았다는 것. 그는 “장성동·오천읍 등 109가구의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거나 전세임대 융자지원을 해주는 것 자체에 대해선 감사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향교산 일대 개발제한을 풀어서 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재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임대아파트 거주 기한을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포항시가 내놓은 대책만 믿고 임대아파트로 갔다가 6개월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다”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 대성아파트 주민들은 임대아파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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