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조건없는 北美 대화’ 파격 제안…한반도 정세 중대 분수령

  • 입력 2017-12-14 00:00  |  수정 2017-12-14
‘대화 물꼬’ 힘겨운 美, 先대화 後비핵화로 문턱 없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해 사실상 전제조건 없는 북미 대화 재개를 제의했다.

한국과 미국 싱크탱크가 이날 워싱턴DC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 자리에서였다.

심지어 북한이 원한다면 만나서 날씨 얘기와 마주앉은 테이블이 원형인지 사각인지만도 말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첫 자리는 상견례 차원의 ‘만남을 위한 만남’이 되도 무방하다는 의미였다.


핵동결 등 기존 전제조건으론 한계…현실적 판단 작용한 듯
‘도발 휴지기’ 강조…뉴욕채널 등 물밑대화 결과물 여부 주목
맥매스터 백악관 보좌관 “무력충돌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 기회”



트럼프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이처럼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북한과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과 핵·미사일 도발 중단 등 북미 대화를 위해 기존에 내걸었던 전제조건을 제쳐놓고 일단 협상의 문부터 열어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파격적 제안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같은 날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영국의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 주최 행사에서 “모든 나라가 유엔결의를 넘어서는 일을 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 안보팀 최고위 인사들의 이러한 언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분명한 교감아래 나온 제안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쏘아 올려 핵무력 완성을 목전에 두는 등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중대 분수령을 맞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틸러슨 장관이 전격적으로 이 같은 대화 제의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간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거의 잡지 못한 교착상태를 해결하려면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비핵화 의지 표명’이나 ‘핵개발 동결’ 등 미국이 대화의 전제 조건을 고집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先) 대화 재개-후(後) 비핵화 로드맵 성안’의 구상을 이날 밝힌 것 역시 직접 대화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지 않고서는 비핵화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전까지 북한의 지도자와는 다른 유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현재 북한의 상황과 의도를 구체적으로 모른다는 점을 지적한 것 역시 조건없는 대화 재개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레토릭으로 보인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이 ‘전제조건 없는 첫 만남’을 언급했음에도 전혀 기본적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북한이 일정 기간 핵 실험이나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듭 강조했다. 최소한의 ‘도발 휴지기’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틸러슨 장관은 “만약 대화 도중 시험이나 추가 도발을 한다면 대화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화를 하려면 일정 기간 휴지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중단 기간을 밝히진 않았지만 워싱턴 조야에서는 60일 이상 도발이 없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른바 ‘틸러슨 구상’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앞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본 NHK와 만나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 대사의 ‘조건’이 ‘핵 보유국’ 인정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많지만, 양측이 그간 뉴욕채널 등 물밑채널을 통해 대화를 위한 상당한 교감을 형성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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