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함께 읽으면 더 좋다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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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5   |  발행일 2017-12-15 제33면   |  수정 2017-12-15
대구 범어도서관 독서모임 ‘범어어울림’
2015년 2월부터 매달 첫째 토요일 모임
30∼70대 회원 30여명 2시간 열띤 토론
문학기행·공연관람 등 관련 활동도 활발
20171215
범어도서관의 독서모임 ‘범어어울림’이 지난 2일 도서관 문화강좌실에서 12월 모임을 갖고 있다. 회원들이 토론도서인 ‘세계사의 지식향연’을 읽고 난 뒤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의 대구 범어도서관 4층 문화강좌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0여 명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범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범어어울림’의 회원들이 올해 마지막 토론도서인 ‘세계사의 지식향연’을 읽고 난 뒤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고 했고, 다른 이는 우리 사회의 형평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30대 젊은층부터 70대의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은 책을 읽은 뒤의 각자 소감을 자세히 밝히고 다른 이의 이야기도 열심히 들으면서 공책에 메모를 하고 때로는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다시 읽기도 했다. 자유로운 듯하면서도 진지한 토론이 2시간 남짓 이어졌다.

토론에 한창인 회원들의 책을 슬쩍 훑어봤다. 대부분 회원의 책 본문 이곳저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어떤 책에는 작은 글씨로 쓴 메모도 보였다.

범어어울림의 김광식 회장(45·대구 동구 신암동)은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느끼는 바는 다르다. 각자의 살아온 방식과 성격 등이 다르기 때문인 듯한데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며 “이로 인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삶의 태도에도 변화가 온다”고 했다.

김 회장은 독서를 통해 인간관계도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했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면서 대인관계가 좋아지는 것이다. 또 독서모임을 통해 인간관계의 폭도 넓힐 수 있다.

평소 책을 좋아했던 김 회장은 3년 전부터 독서모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혼자 책을 읽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만 읽고 책을 읽은 뒤에도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북카페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들어갔다. 범어어울림에는 지난해 가입해 2년째 활동 중이다.

김 회장은 “좀 더 다양한 책을 읽기 위해 다른 독서모임을 찾던 중 범어도서관에서 토요일 오전 10~12시에 운영하는 독서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독서모임이 평일 낮에 모임을 하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여는 모임은 잘 없어서 직장인들은 참여하기가 어렵다. 범어어울림의 회원이 30여 명인데 직장인들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범어어울림은 2015년 2월 첫 모임을 가진 뒤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모임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사서들의 도움을 받아 토론도서를 선정했지만 현재는 1월에 회원들의 추천을 받은 도서를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다득표 순으로 12권을 뽑고 있다. 그렇게 책을 선정하다보니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첫 모임을 가진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모임이 진행됐으며, 2년 연속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독서동아리활동지원사업에 선정돼 운영 지원금을 받았다. 지원받은 예산으로 도서를 구매해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문학기행과 공연관람 등도 진행했다.

이만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수성구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이서공원에서 나무 이름표 달아주기 행사도 진행했다.

김 회장은 “30여 명의 회원 중 20명 정도는 거의 매달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책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도 정이 들지만 모임 뒤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봉사활동과 문화탐방 등을 하면서도 유대관계가 돈독해진다”며 “나이가 젊은 회원은 나이 드신 회원이 부모님처럼 느껴지고, 어르신들은 젊은 회원이 자식같이 생각된다며 좋은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했다.

이 모임의 최고령인 이성세씨(76·대구 수성구 중동)는 2015년 범어어울림이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 한 회원이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이씨는 “회원 중에 나이가 제일 많지만 젊은 회원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회원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그런 회원과 어울리다보면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도서관의 대출 현황 등을 보면 학생들의 방학과 휴가철인 12월에서 1~2월, 7~8월이 대출도서가 가장 많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 책을 읽으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매서운 추위에 바깥 나들이가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겨울, 차분히 앉아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삶의 지혜도 쌓아가는 것은 어떨까. 가족끼리 연인끼리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책을 읽은 뒤 범어어울림처럼 작은 독서토론을 벌이는 것도 또 다른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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