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병원의 갑상선질환 바로알기] 갑상선과 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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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9 08:07  |  수정 2018-01-09 08:07  |  발행일 2018-01-09 제22면
[라파엘병원의 갑상선질환 바로알기] 갑상선과 눈 이야기
송인욱 진료부장

갑상선 얘기를 하면,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바제도씨병’이라 불리던 그레이브스병이라는 안구 및 경부 돌출과 체중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갑상선 기능질환이 흐릿한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정상인의 눈보다 흰자(공막)가 까만 눈동자의 위아래로도 넓게 보이는 안구돌출을 겪는 흑인 환자의 사진 한 장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할 수 있었던 듯하다.

갑상선과 연관된 안구질환(갑상샘 눈병증 혹은 그레이브스 안병증)은 흔한 질환이 아닌 탓에 정확한 통계치가 없어서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중증도가 높은(복시, 시신경 이상 동반) 환자가 적은 반면, 안구돌출의 느낌과 같은 주관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더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 갑상선 질환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갑상선암 진단의 과잉논란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주로 갑상선 종양질환에만 관심이 치우쳐져 있는 실정이다. 갑상선 종양질환의 경우 많은 관심 속에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새로운 권고안을 유관학회에서 제시하고 있고 순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갑상선 기능질환의 경우 치료하지 않을 시 심혈관 질환, 피부 질환, 근육 질환과 같이 전신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중 늘어나는 병, 체중 줄어드는 병’ 정도의 대중적인 인식 선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체중 줄어드는 병으로 알려진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일부에서만 발생하는 안구질환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갑상샘 눈병증으로 인한 한 홍콩무협 배우의 외모변화와 국내 걸그룹 멤버의 활동중단 및 수술 후 복귀에 대한 신문기사는 잠시 동안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외모지상주의, 무분별한 성형이라는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어두운 면도 있겠으나, 예부터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민족적 특성이 있었고 이런 미적 추구는 ‘한류’의 한 요소일 것이다.

진료실에서 만난 갑상샘 눈병증 환자들은 안구의 불편감을 느끼고 있으나, 의사의 구체적인 안구증상에 대한 질문이 있기 전에는 호소하지 않는다. 갑상샘 눈병증의 자연경과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 중에도 약 1년6개월 악화되다가 일부만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 눈 상태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지속되는 외모 변화나 기능 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갑상선을 진료하는 의사와 환자의 관심은 물론 사회적 인식도 중요하겠다. 맹목적인 혹은 경쟁적이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의 추구는 지양되어야 하겠으나, 본연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려는 개인의 노력은 응당 주위의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갑상샘 눈병증에서 비롯된 눈의 작은 불편함이라도 환자의 당당하고 큰 목소리를 통해 진료하는 의사의 청신경을 자극하길 기대한다.

(송인욱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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