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아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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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2   |  발행일 2018-03-02 제42면   |  수정 2018-03-02
하나 그리고 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진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


20180302

특별한 사연 때문에 부잣집을 털어 도망가던 ‘아츠야’(야마다 료스케), ‘쇼타’(무라카미 니지로), ‘고헤이’(칸이치로)는 경찰을 피해 ‘나미야 잡화점’에 몸을 숨긴다. 그런데 아무도 살지 않은 지 오래된 이 가게 안으로 편지가 한 통 떨어진다. 과거로부터 온 이 편지에는 편찮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생선가게를 맡아야 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하는 ‘생선가게 뮤지션’(히야시 겐토)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세 명의 젊은 도둑은 가게 주인이었던 노인장, ‘나미야 유지’(니시다 토시유키)가 되어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장난 반으로 시작된 상담은 32년의 세월을 두고 밤새 줄줄이 이어진다.


세명의 젊은도둑이 도망가다 숨은 나미야잡화점
32년전에 온 편지 한통…과거와 이어진 시간여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감독 히로키 류이치)에 우연은 없는 것 같다. 아츠야 일행이 하필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간 것도, 상담이 필요한 그들이 오히려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움이 되어 준 것도 어쩌다 생긴 일이 아니다. 나미야 잡화점으로 들어온 편지들과 세 청년은 모두 ‘마루코엔’이라는 고아원의 역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과거로 보낸 그들의 메시지는 내담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 현재가 되었으며, 32년 전 나미야 유지의 유언은 이 이상한 미래의 밤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여러 캐릭터가 등장했다 사라지고 다시 서로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서사는 나미야 잡화점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편지들의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와 잘 교합된다. 이런저런 물건들을 모두 모아놓고 파는 그 특성처럼, 나미야 잡화점은 다양한 시간, 인물, 사건의 교집합이자 구심점으로서 따뜻하고 아늑하면서도 신비로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처럼 다분히 운명론적인 기조는 ‘미래는 백지다. 후회 없이 불태워라’라는 나미야 유지의 마지막 편지, 즉 영화의 메시지와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아츠야 일행에게 그랬던 것처럼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예정되어 있고, 얼마나 개척 가능한 것일까. 나미야와 세 청년의 답장은 내담자들의 선택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을까. 이러한 의문들을 모두 해소시켜주지는 않지만, 영화는 상담의 내용이 무엇이든 기본적으로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하는 것은 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주요 내담자인 생선가게 뮤지션이나 ‘그린 리버’ ‘길 잃은 강아지’는 표면적으로 상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가지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답장은 그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선택에 확신을 갖게 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으로 상담의 기능을 다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거친 내담자들의 결정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등 이타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나미야 유지와 아츠야 일행의 상담에는 공통적으로 내담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아츠야가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상담을 받는 입장으로 바뀌는 것처럼 누구나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내담자가 되기도 하는 우리네 삶을 돌아볼 때 이러한 메시지는 주목할 만하다. 물론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은 지나쳐 보이며 현실과의 괴리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먼저 아츠야 일행을 포함해 인생의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는 내담자들의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때문에 그 벅찬 결말은 현실 가능성이나 당위성을 떠나 모든 우연과 의지들이 합쳐져 인물들의 행복을 향해 돌진하기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함부로 비난할 수 있을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을 바라보는 것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1천200만부나 팔릴 정도로 사랑받았던 것을 보면 사실, 많은 이들이 이처럼 따뜻한 기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르: 판타지,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아인
불사의 신인류vs인간…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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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신인류(아인)의 탄생 및 인간과의 전쟁을 그린 ‘아인’(감독 모토히로 가츠유키)은 러닝 타임 내내 대담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의대생이었던 ‘케이’(사토 타케루)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직후 되살아나 아인으로 공식 등록된다. 정부는 케이를 아인 연구소로 보내 끔찍한 인체 실험을 감행하는데, 도쿄에 아인 자치구를 만들어 줄 것을 주장하는 ‘사토’(아야노 고)가 연구소를 공격하고 케이를 빼내준다. 그러나 케이는 아인을 소집해 인간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사토에게 동조하는 대신 정부를 돕는 길을 택한다. 죽지 않는 능력을 가졌기에 강자인 줄 알았던 신인류가 다수의 인간 앞에 약자가 되고, 그 둘의 위치가 계속 뒤집히는 상황극이 흥미롭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직후 되살아난 의대생 케이
정부, 아인 연구소로 보내 끔찍한 인체실험 감행



근간이 되는 아인의 존재만으로도 신선한데, ‘아인’은 이 불사의 존재가 불러올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탐구 속에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까지 버무림으로써 주제에 무게감을 더하고 과장된 액션신의 가벼움을 상쇄시킨다. 각종 무기를 사용한 무차별한 살상, 특히 아인이 부상을 입었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다시 태어나는 ‘리셋’ 장면들은 다소 잔인하지만 액션의 템포가 매우 빠르고 역동적인 데다 아인의 특별한 능력 중 하나인 거대한 분신의 출현이 CG로 구현되어 게임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오락적 느낌이 강하다. ‘춤추는 대수사선’(1998)을 연출한 바 있는 일본의 흥행 감독 모토히로 가츠유키의 감각적 영상이 돋보인다. (장르: SF, 액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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