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5월을 달리는 모든 ‘어기’와 ‘레이디 버드’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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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4 07:59  |  수정 2018-05-14 07:59  |  발행일 2018-05-14 제17면
[행복한 교육] 5월을 달리는 모든 ‘어기’와 ‘레이디 버드’를 응원해!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중간고사가 끝난 5월. 이제 학교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교내 체육대회를 준비하느라 모두가 분주하다. 굴렁쇠 굴리기가 마음대로 안 되는지 저 혼자 굴러가는 굴렁쇠의 경쾌한 금속성 소리 옆으로 한 아이가 내지르는 탄성 소리가 창문을 타고 넘어온다. 5월, 빛나는 계절의 한 순간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 ‘원더’와 ‘레이디 버드’를 소개한다.

영화 ‘원더’의 주인공 어거스트 풀먼(어기)은 안면 기형 장애를 가진 열 살 아이다. 홈스쿨링으로 명민함을 갖추었고 아이스크림, 바이크, 마인크래프트 게임, 광선검 놀이를 즐기는 그 또래의 천진함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 나갈 때는 헬멧을 쓴다. 관계도 맺기 전에, 그의 명민하고 천진한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사람들이 피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5학년이 시작되자 어기는 처음 학교에 가는 힘겨운 도전을 시작한다. 더 이상 집에서 공부할 수 없으므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학교의 배려로 교내 시설과 학습 내용을 안내하는 세 친구 잭, 줄리안, 샬롯을 먼저 만난다. 어른과 달리 자신의 표정을 잘 감추지 못하는 또래 아이들을 만나는 게 더 힘들다는 어기는 친구들의 어색한 눈빛을 피해 그들의 신발을 내려다보며 성격과 현실을 파악한다. 그런데 모두 가면을 쓴 핼러윈 축제에서 친구 잭이 자신을 폄훼하는 뒷담화를 듣게 된다.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을 험담하는 인생 최대의 배신감을 어기는 어떻게 극복할까. 슬픔을 끌어안고 최선을 다해 일상을 영위한다. 잭에게 사소한 복수도 하지 않는다. 아프게 견디는 모습은 나약한 것이 아니고 현실을 정확히 응시하는 것이라는 어기의 생각은 놀랍다. 잭이 스스로 깨닫고 반성한 것은, 어기가 무너지지 않고 담담하게 학교 생활을 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잭을 다시 친구로 받아들이는 어기의 용기가 어기와 잭을 환하게 밝힌다. 그들이 나눈 우정의 결에는 반성과 용서와 화해의 무늬도 포함되어 있다.

대망의 수학여행에서 시비 거는 형들과 맞짱까지 뜨며 결속을 다진 친구들과 돈독해진 어기는 졸업식 날 엄마에게 ‘학교에 보내주어 고맙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졸업식장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메달을 받는다. 모범학생, 선행을 기리는 봉사상의 성격을 갖는 이 메달을 수여하는 이유는 분명히 밝혀진다.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그 힘을 바르게 쓰는 데 있다. 훌륭한 사람은 그 힘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어거스트 풀먼은 그 강인함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영화 ‘레이디 버드’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평범한 17세 소녀의 이야기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 맥퍼슨.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부모가 지어준 이름 대신 ‘레이디 버드’라 불리길 원하는 소녀의 꿈은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이곳에서 크리스틴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새크라멘토 저 너머에 있을 특별한 미래를 꿈꾸며 자신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뿐이다.

‘레이디 버드’는 뉴요커가 되고 싶은 새크라멘토 소녀의 성장담이다. 엄마가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지 않자, 항의의 제스처로 달리는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린 소녀. 이토록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면서까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싶었던 17세. ‘레이디 버드’는 결국 이 소녀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의 영화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17세 소녀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는 엄마와 동성 친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딸이 매 순간 최고의 모습이길 바라는 엄마와 그런 엄마가 더 너그러운 사람이길 바라는 딸은 늘 격렬하게 부딪히지만 서로를 열렬히 사랑한다. 특히 단짝 친구 줄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레이디 버드가 졸업 파티 드레스를 입고 줄리의 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레이디 버드’는 그야말로 성장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그 어떤 성장 영화와도 같지 않다. 한 사람의 청춘이 다른 누구의 그것과도 같지 않듯이, 처음엔 비슷해 보여도 결코 같은 경유지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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