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의성 출신 양순열 화가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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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4 08:35  |  수정 2018-07-04 08:35  |  발행일 2018-07-04 제29면
“내 그림의 솔직한 評 듣고 싶어서 ‘그림 콘서트’ 열었죠”
‘북 콘서트’ 같은 이색 이벤트
전문가·그림 애호가 등 초청
아틀리에·소장고 오가며 토크
2년전 네덜란드 하멜 고향서
하멜이야기 담은 전시회 주목
[이사람] 의성 출신 양순열 화가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양순열 작가.

한국을 최초로 서양에 소개한 책 ‘하멜 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린험에서 하멜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던 의성 출신의 중견작가 양순열씨(59)가 이른바 ‘그림 콘서트’를 열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양 작가는 최근 그림애호가·언론인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효자동에 있는 자신의 아틀리에와 서울 평창동 자택 지하의 소장고를 오가며 미술평론가 로버트 모건(Robert C. Morgan), 철학자 김연숙 박사 등과 함께 자신의 그림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 출시 기념 행사로 자리잡고 있는 ‘북 콘서트’가 연상되는 이벤트로서, 화단에서는 다소 이색적으로 간주됐다.

‘꿈과 사랑’ ‘어머니’를 주제로 한 연작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는 양 작가는 그동안 동양화, 설치작품, 조각, 홀로그램, 영상작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흐트러지거나 좌절하지 않는 이 세상 어머니상을 ‘오뚝이’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천착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 작가는 이번 행사 기획 배경과 관련, “(그동안의 작업과정을 돌아보면) 버림도 아깝고, 버리지 않음도 아까운, 뫼비우스의 띠 같은 미술의 세계에서 옳음도 그름도 없는 나와의 긴 싸움이었다. 길을 걸으며 길을 잃는 과정을 반복했다”며 “전문가·그림애호가들은 내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로버트 모건은 “양순열의 작품에는 여성성이 구체적인데 최근 미술에서 드러나는 정치성과는 크게 차별적”이라며 “정치적인 경향의 대안적인 면을 양순열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불교적 혹은 유교적 이미지도 작품 속에 겹쳐서 드러나는데 모성애가 가지는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무언가 결론을 내려고 하진 않는다. 그녀의 그림은 뭔가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는 “어머니 오뚝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부모의 존재를 다시 그린다.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너무도 평범하고 흔하면서도 아주 깊이 있는 인간조화를 깨닫게 한다”며 “마치 쌀뜨물 발효액 같다”고 귀띔했다.

앞서 양 작가는 2016년 네덜란드의 하멜 고향(Gorinchem·호린험)에서, 지난해는 네덜란드 알크마르(Alkmaar) 아트센터 등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양 작가는 박물관이 된 하멜의 고향집에서 가진 최초 초대전에서 쪽빛 안동포 치마에 흰 모시 저고리를 입고서 하멜을 상징하는 ‘호모 사피엔스’ 조각을 품에 안은 채 호린험시(市) 항구에서 하멜의 집까지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펼쳐 현지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멜은 1653년 항해 중 난파를 당해 제주도와 강진군에서 10여 년간 생활하다 이후 네덜란드로 귀국, 1668년 당시 조선의 생활상 등을 상세히 기록한 기행문을 펴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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