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보좌관의 시민폭행사건 일파만파…마크롱 궁지

  • 입력 2018-07-20 00:00  |  수정 2018-07-20
야당 전방위 공세…경찰 특별감찰, 검찰 수사 이어 의회 국정조사키로
마크롱 '권위주의 리더십' 논란·지지율 추락 상황서 '불에 기름 부은 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현직 보좌관이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용 진압 장구를 쓰고 시민들을 폭행한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시민 폭행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고 야당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사건이 마크롱 대통령을 향하자 프랑스 의회가 국정조사까지 나서기로 했다.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으로 정치적 호재를 맞은 듯했던 마크롱은 이번 사건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20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 프랑스판은 마크롱 대통령의 치안·경호 담당 보좌관인 알렉상드르 베날라(26)가 지난 5월 1일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에서 한 여성 시민을 쓰러트리는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베날라는 경찰의 진압용 헬멧을 쓰고 시위대로 보이는 한 젊은 여성을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지난 19일 일간 르몽드는 지난 5월 노동절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을 베날라가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베날라는 젊은 남성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가 목을 잡고 넘어트리고 주먹과 발로 폭행했다.

 이 영상에는 또한 프랑스 군인경찰대(장다메리) 예비역 신분인 한 남성도 등장해 경찰관들과 베날라와 함께 남성에게 폭력을 쓰는 장면도 담겼다. 이 남자가 왜 노동절 집회에 나타나 경찰에게만 허용된 강제력을 행사했는지도 의문투성이다.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엘리제궁과 마크롱 대통령은 야당과 여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공화당 등 야당들은 엘리제궁이 사건을 은폐하려 시도했다면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엘리제궁이 노동절 직후 관련 보고를 받고 베날라를 15일 정직 처분하는 데 그친 사실이 드러나자 "대통령 측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아울러 야당들은 경찰관 신분도 아닌 대통령의 보좌관이 왜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의 묵인 아래 경찰관처럼 행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엘리제궁과 경찰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관 신분이 아닌 사람이 경찰관을 사칭할 경우 중대범죄이기 때문이다.
 베날라의 임무와 권한, 그의 전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의 보좌관이라는 요직을 맡은 베날라는 경찰관이나 군인 출신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무 살이던 2011년 사회당 마르틴 오브리 당 대표의 사설 경호원을 맡은 뒤 줄곧 사회당 인사들의 경호 업무를 하다가 마크롱의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마크롱이 집권하면서 그는 엘리제 궁에 보좌관으로 입성했다. 그는 보좌관이기는 하지만, 경호 문제에 직접 관여하며 대통령의 동선을 짜는 등 사실상 근접경호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날라는 마크롱의 후보 시절 경호원 때부터 취재기자를 강제로 들어 올려 접근을 차단하고 신분증을 빼앗는 등 과잉 경호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프랑스 경찰 내에서도 그의 월권행위와 과잉 경호는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프랑스 국가경찰노조(SCPN)의 다비드 르 바스 사무총장은 공영 프랑스TV 인터뷰에서 "그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경호·경비 작전 시 자주 나타나서 사사건건 관여하는데 그가 어디서 어떻게 그런 권한을 위임받았는지도 다들 모르더라"고 말했다.
 사건이 정치 쟁점화하고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자 프랑스 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검찰이 베날라의 시민 폭행 사건과 경찰관 사칭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내무부는 경찰에 특별감찰조사를 지시했다. 프랑스 국회(하원)는 검·경의 조사와 별도로 국정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엘리제궁은 베날라에 대한 파면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방을 시찰하던 마크롱은 19일(현지시간) 르몽드가 관련 영상과 베날라의 신분을 확인해 보도한 뒤 기자들이 코멘트를 요구하자 "당신들이 아니라 이곳 시장을 만나러 온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한 기자가 이번 사건이 국가의 오점이 아니냐고 끈질기게 묻자 "결코 아니다. 공화국은 한결같을 것"이라고 답하고 자리를 피했다.
 '대통령의 측근인 젊은 보좌관의 월권'으로 수렴되고 있는 이번 사건은 마크롱의 통치 스타일이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불거져 엘리제궁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마크롱은 의회와 시민사회를 무시하고 국가권력을 대통령으로 지나치게 집중시킨다는 비판 속에 지지율이 30% 후반대로 떨어져 취임 후 최저를 기록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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