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업그레이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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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7   |  발행일 2018-09-07 제42면   |  수정 2018-09-07
컴퓨터 두뇌에 숙주가 된 인간
20180907

모든 것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된 머잖은 미래.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며 자동차 정비 일을 하는 그레이(로건 마샬 그린)는 사고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다. 그런 그에게 천재 과학자 에론(해리슨 길벗슨)이 최첨단 컴퓨터 두뇌인 ‘스템’의 장착을 제안한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그레이는 반신반의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놀랍게도 수술을 마친 그레이의 신체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업그레이드 된다. 에론의 말마따나 현실과 이상을 다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다. 그레이는 이 능력을 이용해 아내를 죽인 자들을 직접 처단하기 위해 나선다.


아날로그적 삶 그레이, 사고로 아내잃고 전신마비
‘스템’장착후 위험감지땐 통제 안되는 반격 가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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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꿈꿔왔을 신체 능력의 향상을 영화 ‘업그레이드’는 가능한 상상력을 동원해 구현한다. 전신마비 상태에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그레이는 이후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빠르고 절도있는 움직임으로 자신을 해하려는 상대방을 손쉽게 제압한다. 전광석화다. 그때마다 관객들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전투능력 제로의 그레이지만 상대가 휘두르는 주먹과 흉기를 피하기 위해 그가 취한 동작은 고작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허리를 살짝 젖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저항이 크고 거칠어 질수록 그레이는 난처하다. 위험이 감지되면 그의 신체 역시 이에 상응해 끔찍한 반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중추신경에 이식된 스템은 그레이의 명령에만 작동되지만 일단 시작되면 통제가 쉽지 않다. 이미 자아가 형성된 스템에게 그레이는 숙주로 기능할 뿐이다. ‘업그레이드’는 오락성을 표방한 SF물이지만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가상현실에 대한 비판을 나름 차별된 관점으로 접근한다. 이미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서 다뤄진 주제지만 확실히 독창적이다. ‘겟 아웃’ ‘23 아이덴티티’ ‘해피 데스데이’ 등 발칙한 상상력으로 장르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온 블룸하우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SF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상의 평범함도 공포의 극치로 재탄생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 만큼 ‘업그레이드’가 보여주는 액션 역시 시작부터 때깔이 다르다.

“창조의 자유와 거대한 세계의 느낌을 간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리 워넬 감독은 “심플한 스토리 라인에 과거의 영화들에게서 받은 영감과 상상력을 더하고, 현대적인 메시지를 붙여 영화를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액션 시퀀스들은 배우 앞에 붙박이처럼 고정시킨 카메라를 통해 완성됐다. 특히 그레이를 연기한 로건 마샬 그린은 컴퓨터에게 조종을 받는 로봇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독창적인 훈련에 매진했다고.

지난 7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업그레이드’는 ‘올해 상영작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당시에는 청소년 관람불가로 상영됐지만, 정식 개봉을 앞두고는 영등위로부터 북미에서 개봉했던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다소 자극적인 폭력장면들이 등장하지만 현실감이 낮게 묘사됐다는 게 이유다. 이 또한 영리한 블룸하우스의 치밀한 계산이 아닐까 싶다.(장르:액션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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