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과이야기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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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  발행일 2018-10-22 제31면   |  수정 2018-10-22

가을이 깊어지면서 사과 주산지에서는 사과축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중생종인 ‘감홍’을 내세운 문경지역에서는 지난 13일부터 시작됐고 영주는 오는 27일, 청송은 다음 달 1일부터 판을 펼친다. 경남 밀양이나 전북 무주와 장수 등 비교적 남쪽 지역에서도 사과축제가 열리지만 사과 생산지가 강원도로 북상하면서 홍천이나 정선에서도 열리고 있다. 사과 하면 떠오르던 대구와 영천의 이미지는 한참 옛날이야기가 됐다. 그만큼 기후의 변화가 사과재배에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다.

배나 사과 등 제수용 과일은 무조건 큰 것이 비싸고 소비자들도 선호한다. 추석이나 설 명절의 선물용으로도 주로 큰 과일 위주로 출하되고 비싼 값에 거래도 이뤄진다. 소위 ‘귀신이 먹는 과일’이어서 그렇다. 차례나 제사상에 앙증맞은 크기의 과일은 환영받지 못한다. 작은 과일은 조상들에 대한 정성이 부족한 탓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크기의 과일은 한 명이나 두 명이 먹기에는 벅차다. 핵가족화되고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사과도 체형을 줄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나들이용으로 적합한 중간 크기의 빨간색 사과 ‘피크닉’과 노란색 사과 ‘황옥’은 무게가 180∼200g 정도로 테니스공과 크기가 비슷하다. 사과 크기가 소풍이나 나들이용으로 딱 좋아 붙여진 피크닉은 예천, 추억의 사과 ‘홍옥’과 크기나 맛이 비슷한 황옥은 김천이 주산지다. ‘알프스 오토메’라는 미니사과는 몇 년 전부터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사과 정도의 크기인 ‘애플수박’이 각광을 받는 것도 큰 수박을 한꺼번에 먹지 못해 보관해야 되는 불편함을 없애준 덕분이다.

사과의 대표적 품종인 ‘부사’가 생산되기 직전 출하되는 ‘감홍’은 문경사과축제장의 얼굴 품종이다. 신맛이 거의 없으면서 당도가 매우 높아 한 번 맛본 고객들을 단골로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처음 개발됐을 때는 못생기고 칙칙한 색감 때문에 나무를 뽑아버릴 정도로 천대를 받았다. 천덕꾸러기에서 신데렐라로 다시 태어난 감홍은 재배가 다소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 사과로 문경 과수농가들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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