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큰틀 변화 없겠지만 비핵화 협상 서두르진 않을 듯”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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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8 07:21  |  수정 2018-11-08 09:02  |  발행일 2018-11-08 제4면
민주당, 美하원 다수당 탈환…北美협상 영향은
20181108

6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의 위치를 탈환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미국의 대북 협상기조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이란 게 국내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북미고위급회담의 갑작스러운 연기는 우리 정부에 주는 미국의 경고라며 한국 정부의 외교 전략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지금 가장 중대한 이슈는 북핵 문제가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과 이민자 등”이라면서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기조를 형성한 것 자체에 대해서 민주당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분석했다.

北美고위급회담 전격 연기 발표
北 비핵화 진정성 있는 행동 촉구
'남북경협 등 독자행동 하지 말라’
한국에 주는 美의 경고일 수도


그러나 강 교수는 교착 국면인 북핵 협상이 단시간내에 돌파구를 찾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간선거가 끝났으니 미국 입장에선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는 2년 뒤 재선에 써먹기 위해서라도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하면서 북핵 협상에 목매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 정부도 이를 예상했기 때문에 교황 방북 등 북미 간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트럼프의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며 “이젠 북한이 핵리스트 제출 등의 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북핵 협상이 가시적 성과를 내긴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 교수는 북미고위급 회담이 갑자기 연기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일 열릴 예정이던 북미협상이 하루 만에 연기된 것은 북한과 우리 정부에 주는 미국의 경고 메시지”라며 “북한엔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이 담긴 행동을 촉구하는 동시에 평화협정, 남북 경협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특히 평화협정의 경우 중국에 주한미군 철수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김정은도 주한미군이 철수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은 눈엣가시다.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중국은 사드 배치 재검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 정부의 대북외교가 미국과의 소통이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미국과 소통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반응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미국, 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 이 같은 국제 정세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과의 외교에서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너무 북한 입장만 대변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 정부 일부 인사들이 남북관계만 잘 풀리면 미·중 간 관계도 저절로 잘 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 제재만으로 비핵화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미·중과의 소통없이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며 대북 문제에 있어 협조를 구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더 급하다. 속된 말로 북핵이 미국까지 안 떨어지면 그만이지 않은가. 미국이 이런 속내를 가진 와중에 우리 정부가 비핵화문제는 제쳐두고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평화협정, 남북경협 등을 추진하는 것은 국제정세를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외교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주한 미군은 북한이 아닌 중국 견제용이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아시아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협정 등으로 주한미군 철수의 빌미를 준다면 미국 입장에선 용납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 고위급회담의 갑작스러운 연기는 우리 정부가 너무 나서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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