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으로 자금난 압박 가중…올해가 더 ‘잿빛’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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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4 07:22  |  수정 2019-01-24 07:23  |  발행일 2019-01-24 제3면
지역 車부품산업 브레이크 없는 추락
20190124
대구·경북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총체적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동차 부품전 및 수출상담회’ 모습. <영남일보 DB>

주된 납품처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실적 부진으로 동반쇠락의 길을 걸어온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기업들은 올해도 사정이 암울하다. 무엇보다 재무상황 악화 및 신용등급 대폭 하락으로 은행권이 대출자금을 옥죄는 탓에 자금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구 경북의 차부품산업이 국내 및 지역 제조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 또는 지자체·금융기관차원에서의 장단기적 체계적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차부품업체 현황

대구·경북에는 2천개의 차부품 업체가 분포돼 있다. 대구가 689개사, 경북이 1천312개사다. 국내 차부품산업에선 각각 7.0%, 13.3%의 비중을 차지한다.

종사자 수로만 보면 모두 5만7천명(전국 26만 5천명)이 차부품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차부품 종사자가 지역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7%(대구), 11.8%(경북)에 이른다. 제조업 전체 대비 매출액 비중은 각각 20.5%, 9.2%다.


국내 완성차 해외생산비중 확대
대구경북 업체 경쟁력 악화일로
은행권, 신용리스크에 대출 꺼려
경영자금 확보마저 어려운 상황
정부·금융기관 차원 지원 나서야



이처럼 비중만 놓고 보면 주력업종이지만 업황사정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납품의존도가 높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업황부진과 연계되면서 좀처럼 재기를 도모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대구·경북지역 차부품업체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는 각각 87.6%, 92.7%로 절대적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판매는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해외 주요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업황부진의 주된 요인이다. 미국에선 SUV차량 수요증가에 뒤늦게 대응한 탓에 시장점유율이 2012년 8.9%에서 지난해에는 7.3%로 하락했다.

중국에서도 중국 완성차업체와의 경쟁 심화, 사드배치에 따른 갈등 여파로 시장점유율이 급락했다. 2012년 10.0%에서 지난해 4.8%로 반토막 났다.

설상가상 현대·기아차가 해외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지역 차부품산업 경쟁력도 저하되고 있다. 두 완성차업체의 해외생산비중은 2011년 36.1%에서 지난해(1~9월)에는 48.1%까지 뛰어올랐다.

◆출구없는 차부품기업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2017년기준 대구와 경북지역 차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8%, 1.8%로 파악됐다. 전년대비 각각 1.0%포인트 , 0.9%포인트 하락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은행을 통한 자금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구와 경북의 저신용등급(7~10등급) 업체 비중은 각각 30.9%, 53.1%였다. 2016년에 각각 28.9%, 44.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재무리스크는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역 차부품업체들의 총 신용공여(대출을 포함한 총 부채)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11월말기준) 들어 하락했다. 대구는 2017년말 92.1%에서 90.8%(총 신용공여액 2조1천100억원), 경북은 같은 기간 87.1%에서 84.0%(4조2천900억원)로 내려갔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업 대출 추이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은행 대출 증가율을 보면 대구는 2017년 (3분기말기준) 2.7%였지만 지난해는 마이너스(-1.4%)로 돌아섰다. 경북은 같은 기간 대출증가율(-1.0%→0.7%)이 소폭 증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실제 기업들에 적용하는 ‘부담금리’는 대구가 2.6→2.7%, 경북은 2.9→2.8%로 나타났다. 비교적 하향 안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정은 더 나빠졌을 것으로 한은측은 예측했다. 시중금리 상승 및 기업신용등급 하락 등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전망은

지역 차부품업체들은 그동안 납품처 다변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기아차의 의존비중은 높다.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1차협력사 29개사를 대상으로 납품처 비중을 조사한 결과(2017년 기준), 대구의 경우 현대차(67.3%)가 가장 높고, 이어 기아(2.3%), 한국GM(11.9%), 쌍용(0.5%)순이었다. 르노 삼성의 납품은 아예 없었다. 경북은 대구에 비해선 어느 정도 다변화됐지만 현대(67.2%)·기아차(25.5%)를 제외한 나머지 3사 비중(한국 GM 3.6%, 르노삼성 2.8%, 쌍용 0.9%)은 여전히 미미했다.

문제는 올해도 이들 국내 완성차업체의 경영개선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내수는 소비심리 위축, 수입차 점유율 상승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가능성, 중국의 성장둔화도 부담스럽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실적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3.0%~ -1.0%)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증권(1.0%), NH투자증권(0.7%)은 소폭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그나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지역의 일부 전기차 관련 부품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고, 정부차원의 개별소비세 감면연장(2018년말→2019년 6월), 친환경차 국내 생산비중 확대(현재 1.5%→2020년 10% 이상), 미래차 핵심기술 연구개발비 2조원 투자 등이 경영실적 부진을 다소 완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지역 차부품기업의 대다수가 친환경차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품업계의 빙하기는 한동안 길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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