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정의 도시디자인과 문화] 공공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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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39면   |  수정 2019-05-24
바쁜 발걸음 쉬게 만드는 거리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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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거리에 설치한 조형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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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필동 스트리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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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에 위치한 거대한 인공나무 조형물인 가든스 바이더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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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롯폰기 거리의 예술작품 조형벤치.

우리가 가끔 실수를 하는 이유는 인내력 있게 기다리지 못하고 너무 서두르기 때문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반 박자만 느려도 무리에서 뒤처져 따라잡을 수 없음을 알기에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매 순간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곤 한다. 좋고 나쁜 것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알고 지낼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듯, 도시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그곳이 살 만한 곳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도시와 좋은 경관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조금은 느리게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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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현풍 중앙거리의 버려진 공간에 설치한 작품.

느려진 車속도, 안전·건강·대기 개선
거리 조형물, 일상 속 잠시 머문 여유
사람들 발길 불러모으는 ‘인증샷 존’
지역문화·역사·주민 공감 공공예술
독특함과 차별화로 ‘자기다움’표현
도시 재생·활성화·브랜드 향상 기여


현대 도시에 있어 공공디자인은 도시의 브랜드적 가치와 더불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데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민은 공동체 의식의 약화와 함께 사회적 약자의 소외, 범죄와 안전사고의 증가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있고 이를 공공디자인 관점에서 다각도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 20마일 존은 런던의 전체 거주지역의 제한속도를 시속 32㎞ 이하로 지정했다. 이것은 런던에서만 연간 700명의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보행자 안전을 확보했으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보행자의 수가 증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느려진 자동차의 속도가 시민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대기환경까지 좋아지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들의 걷는 속도 또한 낮춰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오늘 할 얘기는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걸어가야 보이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도시의 가로에 있는 공공예술에 대해서다. 다른 나라 혹은 타 도시에 가면 흔히 인증 샷을 찍는 곳은 멋진 예술작품이 있거나 멋진 경관이 펼쳐진 곳이다. 이처럼 도시거리의 예술은 접촉과 구경, 관람, 이동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사람의 발걸음을 잡아둔다. 즉 여유를 준다는 것이다.

거리예술은 거리라는 공공 공간에서 대중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관객으로 직접 만나는 공공예술이다. 서울 필동에 있는, 골목길 예술작품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 스트리트뮤지엄이나 일본의 도쿄 롯폰기 거리의 조형물 등이 좋은 예다. 예술과 환경의 결합체인 공공예술품은 도시환경의 미적 향상에 도움을 주며 도시민들의 생활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공공 공간에 공공예술작품을 설치하는데 이 작품들은 경제, 사회, 문화와 관련된 장소에 다양한 형태로 자리해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거리의 작품들은 도시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해 도시민들이 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질도 향상시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설치장소에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은 결국엔 흉물이 되고 만다. 공공예술이 지역이 가진 문화와 역사성, 그리고 주민들과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는 정부차원에서 건축가·엔지니어·예술가가 협업해 공공예술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캐나다의 몇몇 도시는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마련했다. 공원, 광장, 정부 개발시설 등을 건설함에 있어서 일정비율을 예술작품에 할당하는 것으로, 일상 환경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한다는 의도다. 토론토 공공미술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이들은 시민그룹으로 도시계획공무원에게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다. 구성원을 살펴보면 지역사회에서 공공미술의 경험을 가진 예술가는 물론 건축가, 조경가, 공공기관 대표, 비평가, 개발자, 변호사, 기업대표 등 다양하다. 시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공예술품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는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결합하는 수단으로 공공미술을 활용하고 있다. 시드니의 공공미술 정책은 창의성을 추구하며, 공공미술을 통해 도시구조로 예술이 통합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시드니의 특성이 반영된 도시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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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미술이 도시를 바꾸다’라는 주제 아래 공공미술을 도시의 연속체로 유입시켰다. 예술가들은 장소의 정체성과 장소의 기억, 도시성을 나타내는 작품을 13개의 정류장에 설치하였다. 작품들은 각 지역의 상징적 지표로 제작되었으며, 이는 미술과 플랫폼디자인을 결합한 스트리트 퍼니처이다. 2000년대 들어 도시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도시계획단계에서부터 미술분야와 도시개발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지역재생을 체계적으로 기획했다. 지역의 사회, 경제, 문화 그리고 지역주민을 고려한 도시재생 방안을 모색하여 공공예술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특히 그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고려한 작품을 설치하는 것이 지속성을 가져오며, 도시미관과 환경 정화에 일조를 하게 된다. 또한 그것이 도시의 브랜드가 되는 경우도 있다.

1975년 뉴욕 오일쇼크의 파장에 의해 미국이 경기침체 및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을 무렵 ‘I LOVE NY’ 캠페인이 벌어졌으며 이로 인해 관광수입이 엄청 늘었다. 도시의 브랜드로 도시를 살린 유명한 사례인데 가로에 설치한 공공디자인으로 도시의 경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지역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자기다움에 있다. 자기다움이라는 것은 도시의 역사, 문화, 여러 경관 등으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지역주민이 원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즉, 지역에 사는 사람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자기다움을 표현하는 핵심인 것이다. 이는 지역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변수다. 도시를 계획하고 디자인함에 있어 의도적으로 도시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추구하기 위해 그 도시만의 독특한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달성군 디자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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