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인생의 마지막 장면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6-27 07:55  |  수정 2019-06-27 07:55  |  발행일 2019-06-27 제23면
[문화산책] 인생의 마지막 장면

‘하워드의 선물’이라는 책은 인생의 전환점에서 어떠한 선택과 행동을 해야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하워드 스티븐슨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집필한 도서다. 하워드는 어느 날 대학교 캠퍼스를 걷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으나 다행히 의식을 회복한다. 그의 제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시노웨이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노 교수에게 인생철학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인생수업을 들은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하워드의 선물’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제2장에서 말하고 있는 교훈은 필자에게 중요한 깨우침을 안겨준 특별한 선물과도 같다. 제2장의 제목은 ‘멈추고, 인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시작하라’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자의 질문에 교수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려면 인생의 마지막 장면부터 시작해야지.’ 결국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일생을 마감하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간을 거슬러 내려오다보면 현재의 나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있다는 교훈이 필자의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하루는 아버지와 함께 가족 묘원을 찾아갔다. 그날따라 묘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내게 이 묘원이 지금까지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었는지 상세히 설명해 주시고, 훗날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괜한 말씀을 하신다며 아버지께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지만, 그날따라 묘원으로 가는 내 마음도 평소와는 달랐다. 도착해서 국화꽃을 바꿔 넣고 주변 정리를 깨끗하게 한 뒤 아버지와 함께 묵도를 드렸다. 그리고 평소와 달리 묘비에 적힌 나의 조상들 이름을 천천히 다 읽어 보았다. 죽음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곳에 내이름 석자를 남기며 묻힌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참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기에 하루를 살아도 생동감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워드 교수의 가르침대로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 인생의 마지막 장면으로 가보자. 우리는 한평생 어떻게 살았을까. 만약 그 모습이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면, 지금의 하는 일을 잠시 멈추고 인생의 스케치를 다시 그려 볼 필요가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급한 일을 하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은 염려스럽다. 바라는 점은 우리 모두 인생의 끝에서 ‘나는 원하는 삶을 살았으며 그 삶은 행복했고 후회없는 삶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오늘의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