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과테말라 세묵 샴페이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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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6   |  발행일 2019-08-16 제37면   |  수정 2020-09-08
원시림속에 숨겨 놓은 청옥빛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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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고 예쁜 색깔의 물에 몸을 담그는 여행자들은 청량한 청옥 빛 숨은 휴양지 물속으로 빠져드는 맛을 마음껏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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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자연마을 랑낀의 강가에 자리한 오아시스 롯지는 지붕의 각이 뾰족하게 세워진 방갈로식 숙소로 정원에는 예쁜 열대 꽃들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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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앞 강에 튜빙을 하러 가이드와 튜브를 메고 툭툭이를 타고 강 옆길을 따라 한참을 거슬러 올라 갔다.

새벽 4시 안티구아에서 미리 예약한 미니 치킨버스는 보조의자에까지 사람을 꽉꽉 태워 이거야말로 닭장버스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안티구아에서 랑낀까지 가는 길은 미리 정보를 들은 만큼 웬만큼 각오하고 나섰는데도 역시 편하지 못한 차량과 험한 길이 무척 힘들다. 새벽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며 고산 기슭과 계곡을 돌아서 먼지를 일으키며 간다. 짙은 안개와 워낙 험한 지형의 어둑한 새벽길에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5시간 넘게 달린 뒤 세묵 샴페이 가는 길의 쉼터도시 코반에 도착해서 이곳 특유의 진한 스프와 과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여유를 가진다.

두메산골에 자리한 원시 마을 ‘랑낀’
제한적 전기 공급, 자연 소리로 가득
원시림 강따라 튜브 타고 ‘리버 튜빙’
물놀이 아이들과 인사하며 추억 젖어

통나무집 아래 강물에서 피는 물안개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풍광

꼬불꼬불한 산길 이어진 ‘세묵 샴페이’
계단식 이뤄진 푸른 강 ‘성스러운 물’
바위 타고 넘쳐흘러 만든 자연 수영장
어두운 동굴 액티브한 체험도 못 잊어

◆원시의 자연마을 랑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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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묵 샴페이 여행의 출발점으로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원시마을 랑낀의 중심마을.


랑낀은 코반에서 동쪽으로 65㎞ 떨어진 세묵 샴페이 여행의 출발점으로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예쁜 원시마을이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서 코반에서 랑낀까지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경사가 심한 비포장 길을 따라 두 시간이 지난 오후에야 도착했다. 첩첩산중 두메산골의 오아시스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롯지(Lodge)숙소에 배낭을 풀었다.

이곳은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자가발전으로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되며, 이 시간에 롯지내 모든 여행자들은 안내소에 줄을 서서 전자기기를 충전하거나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있다. 나무로 지은 롯지는 나뭇잎으로 엮은 지붕을 덮고 내부도 나무로 만든 간이식 침대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숙소 앞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방 앞에는 해먹(Hammock)이 여행자를 기다리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경치와 맑은 공기 속에 새소리가 들린다.

랑낀은 전형적인 산골 마을로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 골목길에 집들이 옹기종기 펼쳐져 있다. 곳곳을 들여다보니 커피를 파는 곳도 있으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듯 무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생수나 아이스커피를 기대하긴 어렵다.

숙소의 여행자 게시판에 강을 따라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리버 튜빙이나 동굴투어 안내가 있어서 즉석에서 신청을 했다. 롯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튜빙을 하러 현지가이드와 둘이서 툭툭(Tuk Tuk)이를 타고 강 옆길을 따라 거슬러 한참을 갔다. 물살이 빠르지는 않지만 강물과 우거진 원시림 사이로 튜브를 타고 흘러간다. 강물에 나를 맡기고 세상과 시간을 잊고 강 중앙에 물살을 버티고 선 원시림을 부여잡기도 하면서 천천히 또는 빠르게 팔을 저어 방향을 잡으면서 떠내려간다. 혹시 악어가 나올까 무섭기도 하고 커다란 아나콘다 같은 뱀이 나올까 두렵기도 했다. 안내자는 자기가 있으니 안심하라고 위선을 떨지만 튜브아래 물속이 걱정되기도 했다.

강줄기를 따라 유유자적 튜브를 타고 떠내려가며 주변 경관을 구경하는 튜빙은 정글에서나 봄직한 나무줄기 사이로 지나가다보면 동네사람들이 빨래하는 풍경과도 만나고, 물놀이 나온 아이들과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게 된다. 어릴적 고무다라이를 타고 냇가에서 소꿉친구들과 헤엄치던 유년시절의 꿈을 어른이 되어서야 이곳 지구 반대편 마을에서 이루는 것 같다.

◆천연 수영장 세묵 샴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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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옥의 세묵 샴페이는 양쪽의 숲과 어우러져 이름처럼 성스러운 파라다이스처럼 보인다.


다음날 새벽녘 산새 지저귀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켰다.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밀고 밖으로 나오니 푸른 숲속 한가운데 자리한 통나무집 롯지 아래 맑은 강물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보던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펼쳐져 있다.

아침식사 후 어제 예약한 시간보다 1시간 늦게온 트럭 뒤에 타고 세묵 샴페이로 향했다. 비좁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이 길은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날 수도 있다는 정보가 있을 정도로 정말 오지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세묵 샴페이까지 약 12㎞를 덜커덩거리며 1시간여 기어가는 듯 한다. 차는 겨우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외길 비포장으로 어떤 곳은 비에 씻겨 내려가 위험하기까지 하다. 작은 트럭 뒤에 통나무 판자를 걸고 그 위에 걸터앉아서 가거나 우시장에 팔려가는 소처럼 꼼짝없이 서서가는 여행자들은 자칫 차 밖으로 떨어질까 애태우며 난간을 꼭 잡았다. 거기에 좁은 길로 늘어진 나뭇가지가 머리와 얼굴을 치고 갈 때는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엉덩이가 공중에 떴다 내려앉았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덜컹거리며 가는 도중에 집 몇 채의 마을을 지날 때는 손을 든 현지인을 태우기도 하고 달리는 차를 뒤쫓아 오는 동네 아이들의 순진한 미소에 손을 마주 흔들었던 먼지 나고 덜컹거리는 그 길이 주마등처럼 피어난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몸도 고개도 절리고 떨려서 심한 풍랑에 배 멀미를 한 것 같다. 세묵 샴페이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면 안내부스에서 국적과 이름 등 간단한 신상정보만 작성하고 입장에서 퇴장할 때까지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 안내 요원이 따라다닌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중간에 강도 사건이 자주 발생하여서 동행해주는 것이고 안내 비용은 없다고 하나 전망대까지 같이 올라가고 사진을 찍어준 안내자에게 팁을 여유 있게 주었다. 전망대까지 가려면 가파른 흙과 돌길 및 계단을 1시간정도 계속 올라가야 하므로 운동화가 필수다.

세묵 샴페이는 계단식 청옥색 물빛의 강으로 마야어로 ‘성스러운 물’을 뜻한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열대우림속의 산길을 올라 전망대에서 옥색의 계곡 아래 물을 보며 두 팔을 벌렸다. 정글 깊숙한 계곡에 한눈에 보이는 세묵 샴페이는 아래에서 본 강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펼쳐지고 있다. 마치 아름다운 계곡에 초록의 잉크를 풀어 놓고 붓으로 모양을 낸듯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 풀장은 파라다이스처럼 보인다. 좁은 계곡 사이에 옥빛 물을 품은 카아본강이 흐르고 있다. 양쪽의 숲과 대비되는 물 색깔이 이름처럼 성스럽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정글을 헤치고 다시 반대편 비탈길을 내려가면 거짓말처럼 청옥빛 물이 계단처럼 흘러내리는 강에 다다르게 된다. 계단같이 층을 이룬 바위를 타고 넘쳐흐르는 강물은 군데군데 자연 수영장이 만들어져 있다. 물은 깊지 않아 테마파크처럼 바위 계단을 미끄럼틀 삼아 노는 여행자도 보인다. 울창한 원시림과 시원한 바람과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자연의 경이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맑고 예쁜 색깔의 물에 몸을 담그면 세상의 먼지가 다 씻길 듯하여 바닥이 훤히 보이는 이 강물에 몸을 풍덩 날렸다. 다소 힘들게 전망대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맑고 청량한 청옥빛 숨은 휴양지 물속으로 빠져드는 맛을 잊을 수 없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익숙해진 듯 이곳 현지인과 함께 트럭을 타고 여유 있게 펼쳐지는 멋진 풍광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구릉지대를 오르내리고 흔들리며, 곳곳에 열려있는 카카오나무를 바라보며 현지인이 손짓을 한다. 처음 보는 초콜릿을 만드는 열매가 열리는 카카오나무를 보기 위해 잠시 정차한 곳에서 떨어진 카카오열매를 쪼개서 맛을 보기도 한다. 구걸하는 아이들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호객꾼도 없는 조용한 마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여행의 설렘과 피로를 담금질한다.

◆액티브한 동굴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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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탐험을 위해선 어두운 동굴 속을 한 손으로 촛불을 수면 위로 치켜 든 채 물속을 힘들게 걸어가야 한다.


오후 늦게 마을 입구에 있는 동굴 투어를 나섰다. 입장료를 내고 그룹이 형성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동굴 입구에서 하나씩 나눠주는 작은 초에 의지해 길고 긴 동굴 탐험을 떠난다. 동굴투어는 수영을 못할 경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라이프 재킷과 튜브 등 안전장비를 꼭 착용해야 한다. 가끔 박쥐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기도 하는 어둡고 좁디좁은 어두운 동굴 속을 때로는 쪼그리고 기어가거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한 손으로 촛불을 수면 위로 치켜 든 채 물속을 힘들게 걸어가기도 한다.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고, 바위언덕을 오르내리며 오랜 세월의 작품인 종유석 동굴을 지나 가장 안쪽 바위 위에서 수면을 향해 풍덩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진짜 동굴 탐험이고 액티브한 경험이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두려움을 이기고 무사히 밝은 빛을 비추는 동굴 입구로 나왔을 때 땀에 흠뻑 젖은 눈으로 동굴을 본 것보다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든다.

자유여행가·전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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