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극장가, 배우도 감독도 ‘女風 당당’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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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7 08:22  |  수정 2019-10-07 08:25  |  발행일 2019-10-07 제23면

가을 극장가에 여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던 남자 주인공 중심의 장르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신선함과 독창성을 내세운 여성 영화들이 대거 관객을 찾는다. 다양한 장르 속 여성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여배우들과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로 극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는 여성 감독들이 그 중심이다.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그들을 주목해본다.

◆관람 욕구 자극하는 여배우들의 컴백

공효진 ‘돌직구 매력’ 유감없이 뽐내
이정현은 첫 코믹 로맨스물에 도전장
심은경·정유미 관객에 문제의식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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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에 신뢰감을 주는 여배우들이 다양한 장르 속 여성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왼쪽부터 공효진, 심은경, 이정현. 정유미.
극의 중심으로 부상한 여배우들의 존재감은 남자배우 중심의 선 굵은 영화들이 홍수를 이뤘던 최근 몇 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도 그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러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를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 바통을 잇는 올가을 역시 탄탄한 연기력으로 신뢰감을 더하는 심은경, 공효진, 이정현, 정유미 등이 관객 맞을 준비를 마쳤다.

공효진은 그 중 먼저 ‘가장 보통의 연애’로 관객을 찾았다.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에서 공효진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라곤 전혀 없는 돌직구 현실파 선영 역으로 솔직하고 거침 없는 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심은경은 일본의 현 정권을 향한 날카로운 고발을 담아낸 ‘신문기자’로 반가운 얼굴을 비친다. ‘신문기자’는 가짜 뉴스부터 댓글 조작까지, 국가가 감추려는 진실을 집요하게 좇는 기자 이야기다. 심은경은 진실 보도를 향한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로 열연했다. “작금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심은경은 “걸러지지 않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정보를 어떻게 마주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정현은 ‘두번할까요’를 통해 첫 코믹 로맨스에 도전했다. 이혼식 후 벌어지는 세 남녀의 싱글라이프를 다룬 이 영화에서 이정현은 원치않던 싱글라이프를 맞이하게 된 선영으로 분해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N차원의 매력을 선보인다.

정유미는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김지영으로 분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인 지영은 나와 내 주변 누구라도 대입시킬 수 있을 만큼 평범하지만, 한편으론 결코 평범하다 치부할 수 없는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 받고 있는 정유미가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지영의 담담한 모습부터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해가는 인물의 감정을 밀도있게 표현해낸다.

◆여성 감독, 독립영화로 공감·위로의 메시지

김보라·한가람 감독 첫 장편 선보여
이옥섭, 독립영화계 뉴웨이브로 주목
윤가은 ‘우리집’ 통해 공감·울림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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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들이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라·한가람·이옥섭·윤가은 감독.
지난달 30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벌새’가 아테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벌새’는 1994년을 배경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는 14세 소녀 은희(박지후 분)의 일상을 세밀하게 담은 작품이다.

그간 꾸준히 단편 작업을 통해 실력을 쌓아왔던 김보라 감독은 “유명하지 않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굉장히 아름답고 특별하다”며 “개인적인 것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워 바디’는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과 세련된 연출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한가람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청춘 자영(최희서)이 우연히 현주(안지혜)를 만나 달리기를 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앞서 한가람 감독은 돈이 없어 엄마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한 가족의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한 ‘장례난민’(2017)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계의 ‘뉴웨이브’로 주목 받고 있는 이옥섭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믿음에 관한 가장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을 담은 ‘메기’를 첫 장편작으로 내놓은 이옥섭 감독은 자유로운 발상과 허를 찌르는 유머, 기발한 연출과 톡톡 튀는 미장센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메기’를 통해 평소 시도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자유롭게 담아냈다”고 말한 이 감독은 “거짓 같았는데 진실일 때가 있고, 정말 진실 같은데도 거짓이었던 그런 순간들을 이 영화에 녹여냈다”고 전했다.

윤가은 감독 또한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성 감독 중 한 명이다. 자신만의 장르와 색깔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윤 감독은 내밀한 친구 관계를 다룬 ‘우리들’(2016)에 이어 가족 사수 프로젝트를 다룬 ‘우리집’을 통해 다시 한번 깊은 공감과 함께 마법 같은 울림을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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