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독서애호가, 대구서 문학 주제로‘교류의 장’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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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3 08:13  |  수정 2019-10-23 08:13  |  발행일 2019-10-23 제23면
日쿠온출판사, 매년 독자와 한국기행
올 20여명 방문…대구문학관 등 탐방
“양국 관계 악화에도 韓 작품 인기 많아”
韓-日 독서애호가, 대구서 문학 주제로‘교류의 장’
지난 20일 대구시 중구 한 식당에서 대구를 찾은 일본 독서모임 회원, 출판업계 관계자, 번역가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독서애호가’들이 대구에서 만나 양국의 문학과 독서를 주제로 우정을 나눴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만남은 더욱 뜻깊었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일본 ‘쿠온’ 출판사 주최로 일본의 독서모임 회원들과 번역가, 기자 등 20여명이 3박4일 일정으로 대구를 찾았다.

쿠온출판사는 일본 독자들과 함께 문학을 테마로 한 한국기행을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이번 방문지는 대구였다. 쿠온출판사는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받아 유명해지기 전 ‘채식주의자’를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독자들에게 소개한 곳으로, 박경리 선생의 ‘토지’도 번역 출판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에서 대구문학관, 김광석 거리와 2·28 민주운동 기념회관 등을 방문했다. 이어 대구의 독서모임 ‘책 읽는 사람들’ 회원들과 교류의 장을 가진 뒤 지역 출판사인 학이사와 한티재도 방문했다.

지난 20일 대구시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한국과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나이가 지긋한 일본의 어르신 독서모임 회원들은 중간중간 한국말을 섞어가며 최근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을 소개했다.

이들은 대구 방문에 앞서 대구대 양진오 교수로부터 ‘대구를 테마로 한 문학작품’ 소개, 대구가이드북 저자 야스다 요시코에게 듣는 ‘대구여행의 팁’, 홍보담당 사사키 시즈요로부터 듣는 ‘대구 사람들’, 김원일 작가의 ‘마당깊은 집’과 그림책 ‘수성못’으로 보는 대구 등의 내용으로 4차례에 걸친 사전 학습도 했다.

도쿄의 독서모임 멤버 나카노씨는 “최근에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 쓴 책인 ‘민중을 기록하라’를 독서모임 동료들과 함께 읽고 있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번역하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한국의 역사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 나나코씨도 한국 작가들을 인터뷰해 기사화한 적이 있다며, 한국 작가와 문학작품에 깊은 관심을 내보였다.

또 ‘토지’를 번역 중인 일본의 번역가도 이번 대구기행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일본에서 한국 문학작품이 인기가 많다. 한일관계가 악화됐다고 하지만, 일본내 한국 문학작품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책 읽는 사람들’ 배태만 회장은 “일본 독서모임 회원들을 만나보니 괜히 일본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 한일 관계에 대해 속 깊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도 됐다. 양국 관계가 정치·외교적으로는 복잡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쿠온출판사의 책으로 이어지는 한국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박경리의 통영, 한강의 광주, 현기영의 제주에서 문학과 함께하는 여행을 다녀온 데 이어 내년에는 흑산도로 여행지를 정했다. 내년 초 김훈 작가의 ‘흑산’을 번역 출판하는 것을 기념해서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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