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20년째 맡고 있는 김난희 원장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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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35면   |  수정 2019-12-06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건 사회 만연된 편견…감염인 쉼터도 대구에만 남아”
[이사람] 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20년째 맡고 있는 김난희 원장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을 20년째 맡고 있는 TLM선교회 예수의원(대구 달서구 성당동) 김난희 원장이 지난달 29일 예수의원에서 진료를 마친 뒤 위클리포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일은 ‘제32회 세계 에이즈(AIDS)의 날’이었고, 오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71주년이 되는 ‘세계 인권의 날’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은 4인조 밴드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와 농구스타이자 NBA(미국프로농구)의 전설인 매직 존슨은 에이즈 감염자다. 프레디 머큐리는 1982년 에이즈 증세가 의심된 뒤 3년 후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확진을 받고 91년에 사망했다. 공교롭게 매직 존슨은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한 해에 HIV 양성반응을 받았지만, 농구선수 은퇴 후 사업가로 변신해 국제사회를 위해 많은 공헌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매직 존슨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한 매직 존슨은 은퇴 후 자산을 30배 이상 늘려 현재 6억달러(약 7천8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 개발이 잇따르면서 에이즈 감염인의 생존 자체엔 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 감염인이 3개월 이상 약물 복용 후 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에 대한 감염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지난 10년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을 20년째 맡고 있는 TLM(The Leprosy Mission)선교회 예수의원(대구 달서구 성당동) 김난희 원장을 만나 우리 사회의 에이즈에 대한 인식 및 감염인에 대한 편견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원장은 에이즈 분야로는 처음으로 2011년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TLM선교회 예수의원 원장
한센병·에이즈 편견 깨고 싶어 예방 활동 시작
美·유럽, 편견 거의없어…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답변 88% 달해
유엔‘U=U’선언, 약 복용후 감염될 우려 없어

신규 감염인 젊은층 증가…자살시도율 40배 높아
국내 해마다 1천명 이상 발생, 줄지 않는 추세
병원 진료·치료 거부당하기 일쑤 ‘사회적 죽음’
잘못된 인식 바로잡기·청소년 프로그램 운영
재활·자립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가져야

▶에이즈에 대한 관심은 언제, 어떤 계기로 갖게 됐나.

“에이즈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부과 전문의가 된 뒤 한센병에 관심을 가질 당시, 우연히 미국 피부과저널에 실린 에이즈와 관련된 글을 보고 에이즈를 처음 알게 됐다. 한센병과 에이즈 둘 다 왜곡된 편견 때문에 감염인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에이즈 예방 활동에 직접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에이즈와 한센병에 대한 본질도 모르면서 편견에만 사로잡혀 있는 현실을 깨고 싶어서 에이즈 예방 활동에 직접 나서게 됐다. 2000년 9월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가 개소됐는데, 어쩌다 보니 초대 지회장을 맡게 됐다. 그때 맡았던 지회장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지회장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보니 내가 계속 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다른 단체나 기관의 장(長)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에이즈 단체라서 그런지 아무도 없다. 에이즈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20년째 에이즈 예방 활동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데.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서만 운영하던 에이즈 감염인 쉼터가 전국에 7곳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대구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종교단체와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에이즈 쉼터를 모두 합쳐도 대구, 서울, 부산, 인천 4곳밖에 없다. 이는 정부의 무관심 때문으로, 일반인조차 에이즈 예방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에이즈 감염인 쉼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갈수록 줄어들어 연간 7천500만원이던 정부지원금이 지금은 고작 1천400만원에 불과하다. 대구 쉼터의 경우 대구시와 경북도의 후원을 받지만 운영비에는 턱없이 모자라 사회적기업(레드리본)을 만들어 자체 카페(빅핸즈) 운영 수익금으로 쉼터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마저도 힘들어 정부 시책 사업 공모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인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아닌 후퇴인 셈이다. 사회가 더 잘 살수록 더 화합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마음이 선행돼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유엔에서 조사한 세계가치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인과 같은 직장에 다닐 경우, 회사에서 그 감염인을 해고시키길 원하느냐’는 설문에 ‘그렇다’라는 답이 2008년의 경우 23.7%에 불과하던 것이 매년 증가해 2015년에는 무려 54.2%나 됐다. 그나마 2017년 조금 줄어든 것이 44.9%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해고를 원하는 직장인이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에이즈 감염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느냐’는 설문에 ‘식사를 할 수 없다’는 답도 2008년 39.9%에서 2015년 64.4%로 증가했고 2017년에도 절반이 넘는 54.2%나 됐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이즈 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설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이 스웨덴 6.1%, 네덜란드 9.7%, 스페인 12.4%, 미국 13.9%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무려 88.1%나 됐다.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와 칠레도 각각 16.2%와 17.9%에 그쳤다. 동유럽 국가인 폴란드(24.8%)와 슬로베니아(26.5%)도 30%를 넘지 않았다. 다른 인종 및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우리나라보다 심한 터키에서도 74.0%에 그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

▶다른 인종이나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어떤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인종과 이웃에 살고 싶지 않다’는 답이 한국은 34.1%로, 이슬람 국가인 터키(35.8%) 다음으로 높았다. 스웨덴과 뉴질랜드는 각각 2.8%와 2.9%에 불과했다.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답도 한국은 77.6%나 돼 터키(83.5%)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스웨덴과 스페인은 각각 3.7%와 5.1%였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편견이 더 심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편견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심각한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감성적인 면이 강해서인 것 같다. 최근 유엔을 중심으로 각국에선 에이즈와 관련해 ‘U=U’를 선언하고 있다. U=U 운동은 Undetectable(바이러스 미검출) = Untransmittable(감염불가)이란 의미로 에이즈 감염인이 3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며, 타인에게 감염시키지도 않는다고 천명하는 것이다. 감염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성관계는 물론, 심지어 칫솔도 같이 사용해도 다른 사람에게 에이즈가 감염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과학적 증명에도 우리나라에선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는 어릴 때부터 논리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국내 에이즈 감염인 수는 얼마나 되나.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규 에이즈 감염인은 1천206명이다. 문제는 이 중 20대(34%) 신규 에이즈 감염인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에이즈 감염인의 자살시도율이 40배 가까이 높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많은 감염인이 발병초기 심각한 정서적 혼란과 생활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발병사실조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염 사실이 알려지는 자체만으로도 직장, 이웃은 물론 가족과 친척으로부터 모두 단절되어 고립된 섬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크고 작은 사고나 다른 질병으로 인해 병원을 찾더라도 HIV 감염을 이유로 진료와 치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우리 사회에서 HIV 감염은 ‘사회적 죽음’의 상태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에이즈 감염인을 죽이는 것은 그들이 지닌 어떤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과 장벽이다.”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해서는 어떤가.

“유엔 에이즈계획(UN AIDS)이 발행한 ‘HIV/AIDS 통계’에 의하면 세계 HIV 감염 추세는 2010년 이후 2018년까지 16%가 감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감염인은 2013년 이후로도 해마다 1천명 이상씩 나오는 등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지금의 법률이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정부의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 등을 바로잡기 위해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2011년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에이즈와 관련한 연극을 선보인 후 지금까지 매월 12월이면 ‘청소년 에이즈 예방을 위한 문화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문화콘서트는 청소년의 에이즈에 대한 이해와 예방을 돕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매우 뜻깊은 행사다. 에이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퀴즈와 연극이라는 소재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교육적 효과가 매우 높은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이즈는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인 질병이 됐다. 삶과 죽음의 벼랑끝에 서 있는 에이즈 감염자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궁지로 몰아넣는 우리 사회를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정부와 지자체, 우리 사회는 이들을 숨쉬게 해주고 재활·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우리 국민이 에이즈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현재와 같은 시각으로만 접근한다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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