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추모 발길 이어져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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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7   |  발행일 2019-12-07 제3면   |  수정 2019-12-07
“자랑스럽고 고맙고 사랑한다”
가족들 영정 앞에서 울음바다
오늘 이낙연 국무총리 등 조문
독도 위령비 등 추모사업 추진
20191207
6일 오전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에서 동료 소방대원이 숨진 대원들의 영정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7시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 장례식장인 백합원. 지난 10월31일 독도 해역에서 일어난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원 5명(김종필 기장·이종후 부기장·서정용 항공장비검사관·배혁 구조대원·박단비 구급대원(여))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돼 있었다. 사고 발생 37일 만에 소방대원 희생자에 대한 합동 분향소가 뒤늦게 설치된 것. 합동분향소와 별도로 대원들의 가족들을 위한 개별 분향소는 따로 마련됐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됐지만, 김 기장과 배 구조대원은 아직도 실종상태다. 이런 탓에 이들의 장례절차는 바닷속 어딘가에 그들의 시신을 둔 채 진행됐다.

합동분향소 재단에 순직한 대원들의 영정 사진과 상훈 추서, 공로장, 훈장이 차례로 오르자 동료 대원은 묵념으로 예를 갖췄다. 이어 상복 차림의 가족들이 헌화를 위해 들어섰다. 영정 앞에 서는 순간 희생자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합동분향소에서 고인의 영정을 한없이 바라보던 배혁 구조대원 어머니와 여동생은 애통한 마음에 오열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대기하던 소방대원들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슬픈 감정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배 구조대원의 외삼촌은 “(시신을)찾지도 못한 채 사망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우리 혁이는 이해할 것"이라며 “임무를 다하고 자랑스럽게 떠난 조카를 이제는 가슴에 묻겠다"고 했다.

김 기장 가족들은 세 아들을 남겨놓고 떠난 그를 향해 “빨리와라, 왜 집에 오지 않고 여기 있나. 빨리와~, 제발 빨리와~”라고 소리쳤다. 박 대원의 부친은 “엄마·아빠가 좋은일 하고 잘 살겠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원의 어머니는 “자랑스럽고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 딸”이라며 흐느꼈다.

합동분향소 헌화가 시작된 오전 9시부터는 장례식장에 드리운 슬픔의 기운이 더욱 무거워졌다. 특히 여전히 실종상태로 남아있는 배 구조대원과 김 기장 가족들은 슬픔과 미안한 마음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배 대원과 김 기장 유족은 국립현충원 절차상 사망신고가 이뤄져야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는 탓에 지난 2일 수색중단과 장례 결정을 내렸다. 배 구조대원과 김 기장 가족은 현충원 안치를 위해 출근하기 전 그의 온기가 남아있을 집 안과 본부 내 숙소를 뒤져 이들의 머리카락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치를 위해서는 고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머리카락이라도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한 실종자 가족은 “시신을 수습한 가족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장례 결정을 내렸다”며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고 했다.

오후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부겸 국회의원, 송민헌 대구경찰청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김병수 울릉군수,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과 의원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정문호 소방청장 등 소방청 직원들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들은 합동분향소에서 예를 표한 뒤 백합원에 함께 마련된 각 소방대원의 빈소를 돌며 조문했다. 정 청장은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먼저 가서 어떻게 해" 라며 순직한 소방관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추억을 나눈 중앙119구조본부 동료들도 ‘근조(謹弔)’가 적힌 검은색 배지를 기동복에 달고 합동분향소에 섰다. 일부는 그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영정사진을 멍하니 보거나 입술을 꽉 깨물고 울음을 참는 동료도 있었다. 한 동료 소방대원은 “이들이 긴급 출동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행방을 알지 못하는 동료 대원을 조문해 죄스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수색당국은 실종자 가족들의 뜻에 따라 사고 발생 39일째인 8일 오후 5시 해상수색을 종료할 예정이다.

소방청은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자 추모사업을 벌이기로 잠정 결정하고 추진방안을 논의 중이다. 손정호 중앙119구조본부장은 “고인들은 긴박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소방대원”이라며 “이들의 정신을 받들 수 있도록 독도에 위령비 건립 등 추모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들에게는 1계급 특진과 훈장이 추서됐다.

7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중앙부처 고위직 공무원과 대구경북 지자체장, 사회단체장 등이 조문할 계획이다. 10일까지 닷새간 진행되는 장례식에는 일반인도 조문할 수 있다.

한편 소방대원들과 달리 당시 헬기에 탑승했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응급환자 선원 A씨(50)와 현재까지 행방 불명된 동료선원 B씨(47)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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