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지워지는 삶의 터전, 기억하려 기록하다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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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1 07:06  |  수정 2019-12-21 08:26  |  발행일 2019-12-21 제1면
로컬 포스트 동인동인 linked展
수창동 스케치전-사진집 발간 등

모든 것은 낡는다. 미관상 좋지 않고 안전하지 않고 비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오래된 건물은 부서지고 사라진다. 재개발·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하지만 낡음 속에는 그 세월을 켜켜이 쌓아온 손때와 추억이 고스란히 자리한다. 도시의 흉물로 취급받아 철거되는 낡은 아파트나 동네에도 오래된 온기가 스며 있고 삶의 흔적과 절제, 성찰이 살아 숨쉰다. 하지만 철거는 이를 무너뜨리고 사라지게 한다. 너무나 쉽게 너무나 빨리.

대구 구도심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곳곳의 부서지고 사라지는 건물과 동네를, 그곳에 살던 이들의 삶의 웃음과 눈물을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움직임도 잦아지고 있다.

멀티미디어아트그룹 ‘로컬 포스트 동인동인’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동인아파트가 내년 초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의 모습을 기록한 ‘동인동인 東仁同人 linked 展’을 지난 11월에 이어 이달 초 진행했다.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재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변해가는 수창동 일대를 기억하려는 스케치전이 올 연말까지 열리고 있고, 사진기록연구소는 남구와 중구 구도심 개발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부서지고, 세워지고’ 사진집을 발간했다. 이들은 철거를 앞둔 아파트나 동네 주민들의 삶의 태도와 호흡을 기록하며 비록 건물은 철거될지언정, 삶은 철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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