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기업, 동남아 영화 시장을 견인하다

  • 윤용섭
  • |
  • 입력 2020-02-02 14:27  |  수정 2020-02-03 08:03  |  발행일 2020-02-03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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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의 베트남 리메이크 작 '블러디 문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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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미스터 와이프'(역대 베트남 박스오피스 7위)와 '드래드아웃'(2019년 인도네시아 박스오피스 5위)
한국 영화기업들이 2010년 이후 적극적으로 진출한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의 성과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CJ ENM의 '수상한 그녀'(2014)의 글로벌 프로젝트 성공 이후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NEW, 그리고 CGV 등 주요 회사들이 동남아 로컬 콘텐츠의 투자,제작,개발에 뛰어들었고, 최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는 한국 영화기업들이 최근 이룬 성과들과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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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베트남판 '고고 시스터즈'
◆CJ ENM과 CJ CGV

CJ ENM은 완성된 영화의 수출이나 리메이크 판권 판매 보다 현지화를 통한 '해외 로컬 영화' 제작이 부가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수상한 그녀'를 통해 입증했다. 실제 CJ E&M은 '수상한 그녀'를 한국,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어로 만들어 개봉했다. 하나의 아이템으로 다양한 국가를 공략하는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이 시도된 첫 사례인 셈이다.

2010년부터 50여 편에 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투자해온 CJ ENM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2018년 부터다. '수상한 그녀'의 바통을 이어 2011년 한국에서 개봉해 745만 관객을 모은 영화 '써니'의 일본판(써니:강한 마음, 강한 사랑)과 138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베트남판 '고고 시스터즈'(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9위), 8월에는 125만 명의 관객을 모은 '마이 미스터 와이프'(역대 베트남 박스오피스 7위), 그리고 2019년 1월 개봉해 8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드래드아웃'(2019년 인도네시아 박스오피스 5위)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베트남에선 CJ ENM이 투자한 베트남 영화 중 5편이 역대 베트남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했다.

CJ ENM은 그 여세를 몰아 지난해 3월 열린 홍콩필름마트(FILMART)를 통해 총 14편의 글로벌 프로젝트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보다 체계화된 글로벌 전략을 세웠다. 이 중 동남아시아 프로젝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극장사업자이지만 중국을 포함, 동남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 영화기업은 CJ CGV다.
국내 멀티플렉스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CGV는 2006년 중국 1호점 CGV상하이 따닝 오픈 후, 2020년 1월 말 현재 상하이·톈진·베이징·푸순·선양 등 주요 도시에 총 142개 극장, 1천124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영화전문매체 엔트그룹(Entgroup)에 따르면 CGV는 2019년 말 기준 중국 내 박스오피스 기준 극장 4위 사업자다. 2012년 말 22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18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300여 개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 중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가파른 성장세다.
극장 운영 효율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스크린당 매출 면에서도 중국 TOP 5 극장 중에서 단연 1위다.

CGV는 베트남 영화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베트남 현지 1위 멀티플렉스인 '메가스타'를 2011년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CGV는 현재 84개 극장, 488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CGV가 베트남에 주목한 건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과 전체 인구의 인구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 층이라는 점 때문이다. 2011년 당시 1인당 연간 영화관람횟수도 0.15회(2016년 0.41회), 100만 명당 스크린 수는 2.34개(2016년 6.54개)에 불과한 초기 시장인 만큼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CGV는 지난해 최초로 누적 2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베트남 1위 극장 사업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2015년 베트남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후 4년만에 이룬 쾌거"라며 "CGV베트남의 가파른 성장에는 특별관, 한국형 고품격 서비스, 차별화된 멤버십 서비스, 그리고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영화 편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CGV는 2013년 1월, 인도네시아 극장 체인 '블리츠 메가플렉스'(Blitz Megaplex)의 위탁경영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도 본격 진출해, 2015년 8월 'CGV 블리츠'로 중간 과정을 거쳐, 2017년 1월 'CGV'로 완전히 브랜드 전환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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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의 베트남 리메이크작 '내가 니 할매다'
◆롯데컬처웍스

롯데컬처웍스 역시 최근 베트남 영화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6월 베트남 시장에 뛰어든 후 선보인 두 편의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다. 한국영화 '아빠는 딸'을 리메이크해 2018년 12월 개봉한 '혼 파파 자 꼰가이', 2019년 2월 개봉한 '하이풍'이 각각 100만 명과 24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성과를 올렸다. 이 중 '하이풍'은 베트남 로컬 영화 매출액 역대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롯데시네마는 베트남 1호점을 연후 2015년 22개를 시작으로 2016년 29개, 2019년 8월 43개 상영관을 보유했고, 2022년에는 14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 IP와 리메이크에 관심이 많다. 롯데컬처웍스가 투자, 배급한 여러 작품들을 검토하고 있고 향후 연간 6편 정도의 현지 영화 또는 합작영화의 제작 및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물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베트남 법인은 최근 영화 '완벽한 타인'의 베트남 리메이크 작품인 '블러디 문 페스트'의 투자제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최초의 블랙 코미디로 만들어질 '블러디 문 페스트'는 한국영화 '써니'의 리메이크작을 연출한 꽝 융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의 판씨네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롯데컬처웍스가 새롭게 집중하고 있는 국가로, 적극적인 영화관 확장과 더불어 현지 영화 제작, 투자, 배급, 펀딩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컬처웍스는 2018년 12월 자카르타 남부에 5개 스크린 규모의 '롯데시네마 파트마와티관' 오픈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 2023년까지 26개 극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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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CGV이온 떤푸 셀라돈' 극장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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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딸'의 배트남 리메이크작 '혼 파파 자 꼰가이'

◆쇼박스와 NEW

쇼박스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에서 첫 번째 합작영화 '포에버 홀리데이 인 발리'를 제작, 2018년 1월 11일 관객에게 선보였다.
'포에버 홀리데이 인 발리'는 한국의 아이돌스타(천둥)가 우연히 만난 인도네시아 대학생의 도움을 받아 발리 섬을 여행하게 된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로 인도네시아 최대 극장 체인인 시네마21을 포함, 약 200개 스크린에서 와이드 릴리즈 됐다. 또 '수상한 그녀'의 인도네시아 버전 '스윗 20'의 오디 하라합 감독을 영입, 한국의 영화 기업들과 현지 영화인들의 꾸준한 공조를 이끌어내고 있다.

NEW는 자사의 글로벌판권 유통사업부 '콘텐츠판다'의 리메이크 판권 세일즈를 통해 아시아 시장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2019년 류덕환, 안재홍 주연의 '위대한 소원'(2016)을 중화권 톱스타 왕대륙, 위대훈 주연으로 리메이크한 '위대한 원망'이 개봉했고, 싱가포르 특수효과 영상 제작사 '비비드쓰리'와 판권 계약을 체결, '부산행'의 VR 투어쇼 '부산행 VR'을 론칭하는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꾸준히 탐색하고 있다. NEW 관계자는 "베트남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며 "더불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국가들과 공동제작 및 로컬 사업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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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VR 투어쇼 '부산행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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