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스토리 오브 스토리 .29] 문학상과 저작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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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3   |  발행일 2020-02-13 제20면   |  수정 2020-02-13
賞 줄테니, 권리를 포기하라

박상준

문학계가 계속 시끄럽다. 최근 몇 년간 동인문학상, 미당문학상을 두고 친일문학상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번에는 다른 문제로 이상문학상이 이슈가 되었다. 저작권 문제다. 이 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의 저작권 정책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사태의 추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0년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로 내정된 소설가 김금희가 저작권 양도 조항을 문제시하며 수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단초가 되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우수상 수상 작가로 내정되었던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호응하여 수상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문제가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이러한 흐름을 이어서, 작년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소설가 윤이형이 절필을 선언한 사건이다. 이후 이들에 동조하는 문인들이 문학사상사의 원고 청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며 문단 내에서 문제가 커져 가자, 드디어 문학사상사가 입장문을 내어 사과를 표했다. 이 모두가 지난 1월초부터 한 달간 전개된 일이다.

문학사상사 홈페이지에서 지금도 확인되는 관련 규정을 보자. "대상 수상 작품의 저작권은 본 규정에 따라 주관사에 귀속된다. (중략) '이상문학상 작품집' 발행 후 3년이 경과하면 동 대상 작품을 저자의 작품집 또는 저자의 전집에 한해서 수록할 수 있다." 작품의 저작권을 주관사에 귀속시키는 것은 '작가의 저작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매절'에 해당한다. 21세기가 20년이나 지난 시점인데도 여전히 매절을 유지하고 있었다니 놀랍다. 그 기간이 3년이나 된다는 것도 눈에 띄는데, 더욱 놀라운 점은, 그 이후에도 저자의 작품집이나 전집에만 수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작가가 다른 작가와 더불어 앤솔러지 등을 만들 때 수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원히 말이다.

'저작권 3년 양도' 독소조항 반발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파문
주관사 "출판권 1년뒤 해제"에도
'상 통한 매절' 권리침해논란 여전


이상으로도 문제가 실로 어마어마한데, 나쁜 조항이 하나 더 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표제(대상 작품명)와 중복되거나, 혼동의 우려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대상 작품명을 대상 수상 작가 작품집의 서명(書名, 표제작)으로는 쓰지 않기로 한다." 3년이 지나서 자신의 작품집에 수상 작품을 수록할 때도 그 작품의 제목으로 작품집의 제목을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규정은 지키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규정의 근거로 '이상문학상 작품집'과의 혼동 운운한 것은 가소롭다. 도대체 어떻게 혼동될 수 있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저런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조항은, 저작권 계약과 관련하여 문학사상사가 갑의 위치에서 제 마음대로 행세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상문학상의 경우는 바로 이 면에서 문제가 컸다. 앞에서 본 대로 위의 저작권 조항은 이상문학상 대상(大賞) 수상 작품만을 대상(對象)으로 하는데, 실제로는 대상이 아닌 우수상 수상 작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려 해 왔다고 한다. 적용하려 해 왔다는 말은, 우수상 수상 작가로 내정된 소설가들에게 연락하여 위와 같은 저작권 조항을 알린 뒤,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 받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대상 수상 작가와 동일하게 위의 규정을 적용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수상 수상 작가들에게는 명시된 관련 규정도 없는 상태로 저작권을 매절해 온 셈이다. 김금희 작가가 대상 수상작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이상문학상을 거부한 사실이야말로 이러한 관행을 입증해 준다.

글머리에서 밝힌 대로, 문제가 커지자 문학사상사가 입장을 내놓았다.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바꾸고, 대상 수상작을 수상 작가의 작품집 표제로 삼지 못하게 한 기존 규정 역시 손보아, 1년 뒤부터는 해제하기로 했다"고 몇몇 언론에 보도되었다. 더불어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그간 모든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면서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라 하였단다.

하지만 사태가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듯싶다. 위의 입장문에 대한 비판을 보면, 문학사상사가 비독점 출판권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권을 독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김유태, '소설가 이기호, 문학사상사 정면 비판', 매일경제, 2020.2.5). 문학사상사의 출판권 행사 기간 1년 동안 작가는 수상 작품을 출판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것인데, 이는 적절해 보인다. 대상 수상작을 작품집 표제작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1년간은 유지하겠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이런 문제를 보면, 출판권 설정 기간 1년 동안 작가의 작품집 발행 권한을 인정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문학사상사가 입장을 밝히는 과정이 매끄럽지도 않았고 입장문의 내용을 수정하여 모호하게 처리한 점(임동현, '<왔다갔다 사과문> 문학사상사, 진심이 없다', 시사주간, 2020.2.6) 또한 이러한 의구심을 키운다.

문학사상사가 작가의 저작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고 그것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작가의 의사를 묻고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해도, 계약의 내용이 현재의 기준에 비추어 공정하지 못하면 잘못이다. 작품 출간과 달리 문학상이므로 매절도 괜찮다는 생각은 지금 기준에는 맞지 않는다. 작가들의 반발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작가의 저작권은 전적으로 인정하면서, 문학상 주관사도 출판할 수 있다는 비독점적인 출판권을 보장받는 수준으로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학사상사가 그러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때, 문학 출판계의 모범을 보이면서 말 그대로 전화위복의 상황 전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비단 문학사상사에만 있을까 싶다. 작가의 저작권에 대한 침해와 계약의 공정성을 엄밀하게 따져서 살펴보면 여러 문제 사례가 문학계와 출판계 전반에서 찾아질 것이다. 상황이 매우 나쁘리라고 예단하고 부정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아직 그에 맞추지 못한 경우가 많으리라 예상하는 것일 뿐이다. 저작권 문제 외에도 인세 문제, 강매 문제, 상금의 기부 문제 등이 없지 않으리라. 열악한 출판 상황에서 유래한 관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문학계와 출판계만 볼멘소리를 하며 불의가 지속되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의 공적 업무는 법과 규칙을 따른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왕이나 신분제상의 특권 계층의 자의를 막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현대사회가 그 이전의 사회보다 진보한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법적 주체 간의 업무는 상호 동의하는 계약을 따른다. 따라서 매절이 됐든 무엇이 됐든 서로가 동의한다면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계약 쌍방의 동의가 말 그대로 공정하게 자유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가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 주요 문학상을 주관하는 메이저 출판사와 개인 작가의 관계는 그 자체로 대등하기 어려우므로, 약자인 작가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지난 시대의 관행과 문제가 개정되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을이 말하지 않는데도 갑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학부장·문명시민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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