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쿠바 아바나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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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4   |  발행일 2020-02-14 제37면   |  수정 2020-02-14
"전설의 혁명영웅 체 게바라 동상 아래서
헤밍웨이의 모히토를 마시고 싶은 갈증"
혁명영웅 체 게바라 관련 상품은 길거리와 담벼락 그림은 물론 티셔츠, 모자, 기념품에도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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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는 혁명광장은 7만2천㎡에 이르는 매우 큰 광장으로 100만명 이상 운집할 수 있어 쿠바혁명에서 중요한 집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광장 주변에는 국립도서관, 국립극장뿐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 등이 있고 내무부 건물에는 체 게바라의 얼굴과 그의 표어인 'Hasta Ia Victoria Siempre(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라는 글이 새겨져 있어 여행자들이 찾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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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작품의 실제 무대였던 어촌 코히마르에는 주민들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폐선의 스크류를 녹여서 만든 헤밍웨이 흉상을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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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박물관은 그가 살아있을 때와 같이 보존되어 사냥을 즐겼던 그를 그대로 보여주듯 박제된 동물 머리와 서재에는 장서 9천여권이 서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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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즐겨 들렀던 라테라사 레스토랑 앞쪽 모서리에 헤밍웨이 초상이 있고, 바로 보이는 앞자리는 영원한 예약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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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를 마주한 코히마르 선착장에 서면 산티아고 노인이 타고 다니던 고깃배가 다가오는 듯하다. 상어에 뜯겨 잔해만 남은 청새치를 바라보면서 느꼈을 감회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물살은 그다지 거세지 않다.
◆체 게바라의 심장이 뛰는 곳을 찾아서

내 여행에서 아끼고 간직한 체 게바라로 상징되는 불가능한 꿈을 향한 혁명정신을 만나러 나섰다. 혁명하면 떠오르고, 젊은이들의 우상과 같은 열정과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고 외쳤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 신시가지로 들어서면 체 게바라의 위대한 얼굴이 여행자들을 가장 먼저 반긴다. 혁명의 중심에 서 있었던 불멸의 체 게바라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첫눈에도 쿠바는 여느 공산권 국가들과는 달리 고전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하고 활기가 넘친다. 혁명의 땅 쿠바에서 세상에 가장 귀한 시가를 물고 상큼한 모히토 한 잔에 취하는 이유이다.

진정한 혁명가는 모든 영예를 뒤로 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고난의 길을 택했고, 결국 볼리비아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체 게바라 열풍은 고향 아르헨티나 의사 자리를 박차고 쿠바혁명에 뛰어들어 쿠바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도 다른 혁명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함으로 감동시켰다. 체 게바라가 진정으로 꿈꾸었던 것은 정의, 공정성, 인간애가 살아있는 세상이었다.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를 찾아 나섰다.

체 게바라 테마파크라는 혁명광장은 쿠바혁명에 있어서 중요한 집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피델 카스트로가 매년 5월과 7월에 100만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장시간 연설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광장의 한가운데는 호세 마르티 기념비와 동상이 있고, 광장 주변에는 국립도서관, 국립극장뿐만 아니라 대통령집무실 등이 있다. 그리고 광장 한쪽 내무부 건물에는 체 게바라의 얼굴과 그의 표어인 'Hasta Ia Victoria Siempre(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어 여행자들의 포토존이 되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혁명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불굴의 열정과 희망이야말로 여행자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불현듯 체 게바라 동상 아래서 헤밍웨이의 모히토를 마시고 싶은 갈증을 느낀다.

쿠바인들에게 체 게바라는 전설 속의 위대한 영웅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가 곧 혁명이고 신앙처럼 이야기한다. 나에게도 반항의 이미지는 제임스 딘이고, 팝의 황제는 마이클 잭슨이듯이 투쟁과 혁명의 아이콘은 체 게바라이다.

정의·공정·인간애가 살아있는 세상
혁명에 대한 불굴의 열정 체 게바라

구 시가지 입양 쿠바인 헤밍웨이 자취
21년간 살며 많은 작품 쓴 언덕 주택
소설 '노인과 바다' 무대인 어촌 마을
낚싯대·칵테일 두고 작품 구상 했을듯
단골 레스토랑 자리한 영원한 예약석
작가가 사랑한 말레콘 해변 붉은 석양
여행자·예술가·연인 어우러져 낭만


◆쿠바를 가장 사랑한 미국인 파파 헤밍웨이

헤밍웨이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노인과 바다'를 여행 틈틈이 다시 읽으며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헤밍웨이의 매력과 그의 어떤 면모가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는지를 알고 싶어 생전 헤밍웨이의 공간을 찾았다.

아바나 구시가지에는 헤밍웨이의 자취가 남아있는 유서 깊은 곳이 많다. 애주가로 이름났던 헤밍웨이는 '나는 입양 쿠바인, 내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 내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라고 일찍이 전 세계 여행자에게 알린 듯하다. 다이키리의 요람인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에 들어서서 밴드가 노래하는 입구 옆쪽 바의 의자에 앉아 헤밍웨이가 즐겼던 것과 같이 설탕이 빠진 '다이키리 파파 헤밍웨이'를 주문했다. 실물 크기의 동상 헤밍웨이와 나도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을 찍어 그의 정취를 느껴 보고 싶었다. 엘 플로리디타에서 가까운 골목으로 걸어가니 라 보데기타(La Bodeguita) 간판이 보인다. 모히토 한잔을 시켜 탄산수의 톡 쏘는 느낌의 모히토를 음미하며, 좁은 통로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을 따라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술과 쿠바 음악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맛보았다.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를 집필한 곳으로 알려진 암보스 문도스(Ambos Mundos)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오비스포 거리의 눈에 띄는 분홍빛 외벽의 호텔에서 전망이 좋은 511호실은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다. 헤밍웨이가 카스트로와 같이 찍은 사진, 낚싯대, 타자기, 저서 등이 가득하다. 다시 그의 삶의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아바나 도심 남쪽 15㎞ 떨어진 곳에 21년간 거주하며 많은 작품을 저술했던 전망 좋은 언덕의 핑카 비히아(Finca Vigia)의 전원주택을 찾았다. 헤밍웨이박물관으로 변신한 정문에 내걸린 종을 쳐보며 소설의 주 무대를 둘러보니 흥분되고 설렌다. 사냥을 즐겼던 그를 보여주듯 곳곳에는 박제된 동물 머리가 걸려 있고, 서재에는 장서들이 서가에 꽂혀 있다. 소설 '노인과 바다'는 여기에서 탄생했다. 헤밍웨이가 오르내리며 집필했다는 4층 망루 꼭대기 층에 있는 집필실에는 타자기와 함께 하늘을 볼 수 있는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다.

핑카 비히아에서 30여분 차로 가면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무대인 어촌마을 코히마르(Cojimar)에 도착한다. 이곳은 헤밍웨이가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좋아하던 칵테일을 홀짝이며, 작품을 구상했을 모습이 떠오른다. 헤밍웨이가 자주 찾았던 라테라사(La Terassa) 레스토랑에는 헤밍웨이가 즐겨 앉았던 자리는 영원한 예약석으로 영구 결석 조치해서 아무도 앉지 못한다. 헤밍웨이가 그토록 즐겨 마셨다던 모히토 한 잔을 마신다.

노인 '산티아고'와 소년 '마놀린'이 나란히 걷던 그 길을 따라 헤밍웨이의 흉상 앞에 섰다.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쿠바의 것이라고, 코히마르 사람들과 함께 쓴 소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코히마르 마을 사람들은 헤밍웨이가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듣고 그들의 고기잡이배에서 쓰던 닻을 녹여 흉상을 만들었다. 촌로들에게 헤밍웨이는 희망을 상기시키는 등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아바나의 시작이자 끝인 내 사랑 말레콘

헤밍웨이가 사랑한 아바나의 석양을 보기 위해 말레콘 해변으로 향했다. 게바라의 열정과 헤밍웨이의 낭만을 보고 난 뒤 독특한 질감의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다와 방파제가 가늠하기 힘든 크기로 다가선다. 말레콘에 들어서니 아바나가 주는 감흥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정경들이 가슴을 달군다. 아바나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말레콘은 스페인어로 방파제라는 뜻이다.

쿠바인의 안식처인 말레콘(Malecon)은 아바나 북쪽의 해변을 따라 12㎞ 정도에 걸쳐 펼쳐져 있는 방파제다. 아바나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말레콘을 산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늦은 오후부터 말레콘은 산책하는 여행자, 낚시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무엇보다 말레콘은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반짝이는 물결과 어우러져 아바나의 밤을 낭만으로 물들인다. 아름다운 핑크빛을 머금은 뭉게구름 사이로 그림처럼 펼쳐진 말레콘 해변을 따라 걷는다. 석양을 즐기기 좋은 말레콘은 잔잔하게 파도치는 해변 뒤편으로 서서히 붉게 물드는 석양은 환상적이다.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던 젊은이들이 잡은 고기를 신기해하던 나에게 아파트로 가서 요리를 하는데 초대를 받았다. 혹시나 하는 염려를 접고 며칠간 접한 아바나의 순수성을 믿고 따라 나섰다. 낡고 빛바랜 10층의 아파트는 우리의 70년대 산동네 저층 아파트 같았다. 더럭 겁이 나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내 위치도 클라우드에 올렸다. 아파트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안정적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이내 국적과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되고, 갓 잡아온 고기를 능숙하게 다듬어서 튀기기 시작했다. 회를 하자고 하니 질겁을 한다. 고소하게 튀긴 갓 잡아 온 생선은 맛이 있었다. 살사로 유명한 댄스 춤꾼인 친구들은 내게 오늘 자고 가도 좋다고 했다. 순수한 젊은이들의 고마움과 환대를 뿌리칠 수가 없어서 하룻밤을 즐겁게 보냈다. 그들과 함께한 추억이 가득한 밤은 말레콘 해변의 파도소리와 함께 소중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가지고 있던 하회탈 목걸이와 작은 선물을 전하고 3명의 젊은이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포옹으로 헤어졌다.

카리브해의 황금빛 아침햇살이 말레콘 위로 내려앉는다. 진한 쿠바 커피의 빛깔을 닮은 말레콘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말레콘에 기대어 바라보는 아바나의 석양이 낭만적이라면, 일출은 가슴 벅찬 빛의 향연이다. 말레콘은 긴 여행에서 지친 나를 위로하듯 물결은 잔잔하고 말레콘을 넘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부드럽다. 말레콘을 떠나면서 카리브해를 향해 내 사랑 말레콘에 인사를 했다. 언젠가는 그리워질 널 만나러 또 올게.

자유여행가·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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