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코로나19가 불러온 아날로그 감성...재봉틀.손바느질.수제음식.보드게임.손글씨...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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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8 13:15  |  수정 2020-03-19 07:50  |  발행일 2020-03-19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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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자원봉사센터 사랑의 재봉틀 봉사단이 재봉틀을 이용해 취약계층에 전달할 수제 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손바느질과 재봉틀은 최근 마스크 대란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중구청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이들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최첨단'에 익숙하고 바쁘게 흘러가던 일상을 보내던 현대인들은 지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잠시 휴식'을 하고 있다.
외부 활동이 자제되고, 마스크 등 일부 물건들은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어쩌면 위기일 수도 있는 이 상황을 국민들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지혜롭게 극복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생활에는 자급자족이 필요해졌고 '공간적 제약'도 생겨났지만, 이런 상황적 결핍들이 우리 일상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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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자원봉사센터 사랑의 재봉틀 봉사단이 재봉틀을 이용해 취약계층에 전달할 수제 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손바느질과 재봉틀은 최근 마스크 대란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중구청 제공>

◇손바느질과 재봉틀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느껴지는 '손바느질'과 '재봉틀'이 코로나19 확산 속 다시 우리 일상에 비중있게 등장했다. 바로 '마스크'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직접 천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이들이 생겨난 것.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 다시 바늘을 잡고 손바느질을 하거나, 창고에 있던 재봉틀을 꺼내는 일이 많아졌다.


최근 유튜브 등에는 '손바느질로 마스크 만들기' 방법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손바느질로 마스크를 만드는 이들은 직접 천을 사서 바느질로 한땀 한땀 마스크를 만들기도 하고, 헌옷을 재활용해 마스크를 만들기도 한다.


'재봉틀'은 다량의 면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 등장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반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일회용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재봉틀을 다룰 줄 아는 국민들이 재능 기부 형태로 '면 마스크 만들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전국적으로 주부들을 비롯해 각종 단체에서 팔을 걷어부치고 재봉틀로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면 마스크 상당수는 마스크가 필요한 취약계층 등에게 전달되며 따뜻한 사랑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갑작스런 전염병으로 인해 벌어진 마스크 대란에서 '손바느질과 재봉틀'은 구원투수가 돼 우리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날로그의 추억을 가득 싣고서. 

 

달고나
추억의 간식거리 '달고나'의 맛을 소환한 달고나 커피. <영남일보 DB>

◇달고나 커피·수제 음식 만들기


코로나19는 '달고나'같은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지금처럼 공산품이 풍요로워지기 전 과거 어머니 세대들은 집에서 직접 잼이나 술을 만들곤 했다. 그런 모습을 최근 코로나19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이 재현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5·대구시 동구)는 요즘 퇴근 후 집에 오면 '수제 잼'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집콕' 생활을 해온 탓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다가 잼 만들기를 시작한 것.


이씨는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거의 매일 삼시세끼를 외식으로 해결하고, 집에선 거의 요리를 하지 않았다. 대충 먹는 한끼를 위해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씨였지만 요즘은 거의 주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며칠 전엔 노점상 할머니가 싸게 파는 딸기를 몇통 사서 직접 딸기잼을 만들고, 냉장고 속 오래된 사과도 잼으로 만들었다. 


이씨는 "어릴 때 엄마가 직접 불 앞에서 오랜 시간 저어가며 잼을 만드는 것을 본 기억만 있는데, 직접 만들어보니 꽤 재미가 있고 시간도 잘 간다"며 "또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 건강에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구의 직장인 오모씨(41)는 최근 집에서 '담금주 만들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오씨는 거의 한달째 밖에서 맥주 한잔 편히 못마시는 아쉬움을 직접 담금주를 만들며 달래고 있는 것. 


이처럼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집콕' 시간을 활용해 직접 수제 음식을 만드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평상시라면 바빠서 하지 못했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 만들기도 요즘엔 가능해진 탓이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유행이 된 음식 중 '달고나 커피'라는 것이 있다. 커피 가루, 설탕, 뜨거운 물을 같은 비율로 섞고 수백 번 휘저어 만든 거품을 우유 등에 타먹는 음료로, 만드는데 시간과 단순 노동이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최근 코로나19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달고나 커피' 많이 만들어 먹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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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의 한 생활용품 판매점의 '집콕 놀이' 코너. 학생들의 휴교가 길어지면서 온 가족이 실내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보드게임 등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사부작사부작
인터파크는 '집안에서 사부작 사부작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집콕 생활'을 하게 된 이들이 즐길만한 다양한 취미 관련 도서를 소개한다.

◇보드게임과 손글씨
"추억의 부루마블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바깥 나들이를 많이 못하게 된 이들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즐길거리를 찾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보드게임도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보드게임은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실내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어린이 교육용 블록 완구 매출을 분석한 결과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9% 신장했으며, 그중 보드게임 매출은 10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휴교령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은 종이접기와 만들기, 보드게임 등 다양한 실내 교육과 놀이를 함께 하고 있다.


집에서 하는 '손글씨 연습'이나 '색칠하기'도 요즘 인기 취미 중 하나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손글씨를 쓸 일이 과거보다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손글씨 연습이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주부 최모씨(39·대구시 달서구)는 "아이들이 집 안에서 심심해 하는 것 같아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종일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가족이 함께 실내 게임을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훨씬 좋은 것 같다. 명절 때나 하던 윷놀이도 하고, 퍼즐 맞추기도 하니 마치 30년 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라며 "오랜만에 예쁜 손글씨 쓰기 연습도 하면서 '집콕' 생활을 지겹지 않게 보내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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