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구 문화예술계 곳곳 '신천지 교회' 흔적...문화 활동일까, 종교활동일까

  • 노진실
  • |
  • 입력 2020-03-22 15:20  |  수정 2020-03-23 07:56  |  발행일 2020-03-23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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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부 예술단체의 시설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최근 일시 폐쇄 조치됐다. 일각에선 신천지 교회가 종교활동을 위해 대구 문화예술기관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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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부 예술단체의시설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최근 일시 폐쇄 조치됐다. 일각에선 신천지 교회가 종교활동을 위해 대구 문화예술기관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최근 대구 문화예술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목받게 된 '신천지 교회'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신천지가 대구 문화예술계에 얼마나 깊이 개입되어 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물론 특정 문화예술 단체나 소속 예술인 등이 신천지 교인인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신천지의 독특하고도 광범위한 전도 방식 때문에 문화예술계가 이들의 전도에 이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만약 대구 문화예술기관 지원을 받아 신천지 관련 예술단체가 전도 활동 등을 했다면, 이는 시민의 세금이 결과적으로는 신천지 종교활동에 쓰였다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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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재단 지원 사업에 신천지 흔적
우선 대구문화재단 지원 사업 곳곳에서 신천지의 흔적이 발견돼 대구시와 문화재단이 당황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생활문화 동호회'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신천지 연관성이 발견되면서, 문화재단은 상황 파악에 나섰다.

 


대구문화재단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화재단에 등록된 '생활문화 동호회' 중 10여곳이 신천지 관련 단체로 추정된다.


문화재단에서는 지역 생활문화의 확산과 활성화를 위해 생활문화 동호회를 모집, 각종 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들 10여곳 중 실제 재단의 예산 지원을 받은 곳도 있다. 


이 중 몇 곳에서 실제로 종교활동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이 힘들다는 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종교활동 목적을 감추고 위장했을 경우 목적성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동호회명이나 활동 내용을 보면 마치 평범한 취미나 교육 동아리처럼 보여서, 신천지 관련 단체인지 여부를 모집 과정에서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신천지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문화재단에는 "조카가 문화재단 지원 단체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문화교육을 받았는지 신천지 교육을 받았는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하는 내용의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민원글에서 지목된 A예술단체 관련 시설은 최근 일시 폐쇄 조치됐고, 얼마 전 신천지 교회가 공개한 '관련 시설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A단체는 수년간 문화재단이 지원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선정돼 수천만원을 지원받았다. 


A단체 측은 "특정 단원이 신천지 교인일 뿐, 문화예술교육 외에 종교활동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신천지 떠오르게 하는 '컬러풀 페스티벌', 우연?
대구의 대표적 축제로 소개되고 있는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과 관련해서도 신천지 연관 의혹이 나왔다.
신천지 관련 예술단체들이 컬러풀 페스티벌에 참가한 정황이 발견되고 있는 것. 이들의 참가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만약 컬러풀 페스티벌을 직간접적으로 신천지 홍보에 활용했을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의 퍼레이드 최우수팀의 이름이 '위아원'(we are one)이다. 해당 팀은 지난해 5월 대구도심에서 열린 컬러풀 페스티벌 퍼레이드에서 최우수를 차지해 대구시의회 의장상과 상금 1천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위아원'은 해 모형과 달 모형 중간에 'we are one'이라고 적힌 조형물 앞에서 퍼레이드 공연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팀명 '위아원'이 신천지나 HWPL(신천지 관련 단체)의 상징 표현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위아원'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나 대구 한 문화예술기관 간부인 HWPL 홍보대사 B씨 등이 공식 행사 등에서 강조한 표현으로, 신천지 신도들의 전용 앱 명칭 역시 '위아원'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신천지 관련 단체로 추정되는 일부 예술단체에서 컬러풀 페스티벌에 참가한 정황이 발견된다.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 주관 기관은 "'위아원'팀 관계자가 신천지 교인인 것이 확인됐고, '위아원' 명칭 때문에 우려가 제기된 것은 맞다. 페스티벌 특성상 국내외 여러 예술단체가 참가를 하기 때문에, 해당 팀도 순수한 예술단체로 참가한 것인지 어떤 종교적 목적을 갖고 참가한 것인지 의도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대구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예술단체나 동호회 등이 문화재단 등 공식 기관의 이름을 업고 있으면 아무래도 종교단체라는 의심 없이 전도 활동을 할 수 있고, 신천지 종교의 정당성을 얻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겠나"리며 "특정 문화예술인의 종교가 신천지라는 자체만으로 예술 활동에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겠지만, 문화예술활동의 명분으로 신천지 세력 확장이나 전도 등이 이뤄지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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