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혐오를 낳고…'이태원發 코로나' 동성애자에 불똥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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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8 07:24  |  수정 2020-05-18 07:37  |  발행일 2020-05-18 제6면
"코로나로 기피 당했다던 대구, 시민의식 성숙 필요" 지적
"평범한 사람이 피해""신천지 가니 게이 온다" 부정적 시각
사건과 관련 없는 동성애자들도 비난…"포용적인 사고를"

코로나19 장기화로 혐오가 새로운 혐오를 낳는 상황이 이어지자 이를 당해 본 대구시민만큼은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4개월여 된 지금까지 그 기저에는 혐오 혹은 낙인찍기 등이 있었다. 1차로는 소위 '중국 포비아' '중국인 혐오' 등이 발생했으며 전 세계적 관점에서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아시아인들이 배척을 당했다.

지난 2월18일 31번 확진자가 발생하고 난 후에는 대구시민이 타깃이 됐다. 대구사람이라면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일반 환자일 뿐인데도 서울 대형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도 여럿 발생했고, 일부 지자체나 대기업들에선 취업제한이나 방문자제 등의 방법으로 대구 지역민들을 배제했다. 회복세가 이어지는 지금도 대구 기피현상은 여전하다. A씨(58)는 "매제가 화물일을 하는데 며칠 전 화물차를 몰고 서울에 갔더니, 차 번호판에 '대구'라고 적힌 것을 보고는 담당자가 멀리서부터 달려와 매제에게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하며 직접 화물을 내렸다고 한다"며 "대구에서 확진자가 예전처럼 대거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 처사이지 않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에는 또 새로운 혐오가 전염병처럼 창궐하고 있다. 벌써 3차째다. 서울 이태원 클럽 등을 방문한 관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번지고 있고, 이 장소들의 상당수가 남성 성소수자가 주로 찾는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각종 대구 커뮤니티에는 "음지의 이상한 것들 때문에 피해는 평범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다 본다" "신천지 가니 게이 온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동성애자들의) 정신건강이 온전치 않고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등 부정적 감정이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강모씨(26·수성구 고산동)는 "애먼 특정집단을 일반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더 세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건, 일부 시민이 이태원 소재 클럽이나 주점을 다녀온 이들에 대한 비판을 '사회적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은 점'이 아닌 '동성애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 마치 신천지 집회를 다녀온 적이 없음에도 대구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이러스 보균자 취급을 받았던 대구시민들처럼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동성애자들도 때아닌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히나 대구시민이 '피해자'에서 갑자기 '가해자'로 돌변하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기저에 있었던 조선인 혐오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혐오 등 예나 지금이나 어떤 재난이나 대형 사건 등이 발생하면 이를 특정집단에 대한 혐오로 연결 지어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은 이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이를 몸소 경험해봤던 대구시민들만큼은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입장에서 보면 대구시민들이 좀 더 포용적 사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게다가 이태원발 특정집단 배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난을 극복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 문제를 마주하는 전반적인 성숙한 태도가 반드시 요청된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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