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까지 한 원전 조기폐쇄 감사 지연, 실상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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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8   |  발행일 2020-06-08 제27면   |  수정 2020-06-08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5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 지연과 관련해 대국민 의견문을 내고 "법정 기간 내 감사를 종결하지 못한 데 대해 감사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조속한 종결 의지를 밝혔다. 감사원장이 감사 지연에 대해 공개로 사과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파문을 줄이기 위해 금요일 오후를 택한 듯한 느닷없는 대국민 사과였다. 최 원장은 이미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이번 감사는 탈원전 정책 일환으로 확정된 원전 조기폐쇄 결정이 타당한가를 따져보자는 것이었다.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까지 연장 운전을 승인했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는 경제성 평가를 토대로 2018년 6월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감사원 감사를 결의했다. 지난해 10월1일 시작된 감사는 국회법에 따라 감사 착수 5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지만 법정 기한을 3개월 넘긴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자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최 원장이 총선을 의식해 정권에 불리할 수 있는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쇄 결정을 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오니 총선 전에 발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부당성과 경제성 수치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일각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조만간 발표할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인정하되 안전성·지역 수용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에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만약 본연의 책무를 잊고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사실과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감사원은 감당키 어려운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국민 앞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감사 결과를 빠른 시일 내 발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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