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기저귀서 마스크까지…'필터' 기술력 인정 해외 수출 길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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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0 08:01  |  수정 2020-06-20 08:05  |  발행일 2020-06-20 제12면
필터 분야 전문업체 칠곡 '신우피앤씨'

회사사진합성
칠곡에 위치한 신우피앤씨는 '필터' 분야 전문 기업으로 성인용 기저귀, 차량용 에어컨 필터, 마스크 등을 제작하며 업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장 생산 모습과 전경. <신우피앤씨 제공>

올해 상반기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품목은 단연 '필터'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것은 물론 공기청정기 판매가 급증하면서 이들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필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필터 분야에 잔뼈가 굵은 칠곡의 한 업체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신우피앤씨(대표 김종호)는 당초 기저귀, 생리대, 자동차 등에 쓰이는 기능성 부직포를 납품하며 사세를 키웠으나 최근에는 마스크까지 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실버위생용품 전문에서 마스크까지

2002년 설립된 이 업체는 부직포 가공을 주로 하던 섬유 소재 기업이었다. 창업 초기에는 아기용 기저귀, 여성용 생리대에 적용되는 기능성 부직포를 국내 주요 기저귀 생산업체(유한킴벌리, LG생활건강 등)에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또 자체 위생 및 의약 외품에 소요되는 기능성 원재료에 대한 개발 능력을 갖췄다.

이후 신우피앤씨는 필터 '소재'의 강점을 살려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섰고, 최종 소비재인 '성인용 기저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종호 대표는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기저귀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며 "당시 부직포 사업부와 코팅 사업부의 1·2공장에 이어 칠곡 석적읍에 제3공장을 설립하고 생활건강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기저귀 자체브랜드 '카네이션' 지난해 매출액 120억원
'라온 교체형 마스크·필터' 국내 최초 식약처 검증 획득
꾸준한 R&D 투자…특허권 19건 등 다양한 지재권 보유


이 업체는 2008년 한국섬유개발원의 지원을 받아 '다기능 실버 케어용 위생흡수제품 및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이는 성인용 기저귀 생산으로 이어졌다. 성인용 기저귀 판매를 위한 자체브랜드 '카네이션'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는 소재를 납품하는 기업에서 완성된 소비재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카네이션'은 대리점 60여 곳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지난해 신우피앤씨의 전체 매출(170억원) 중 약 70%(12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우피앤씨는 '차량용 에어컨 필터'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한국 3M 및 불스원 등에서 판매하는 '활성탄 필터'에 필터 자재를 납품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자동차에는 성창오토텍을 통해 '콤비 필터 원단'도 공급하고 있다. 또 공기청정기용 필터 자재도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는 '활성탄소섬유'를 활용, 유해가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성과는 중소기업이지만 오랜 시간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며 R&D(연구&개발)에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우피앤씨는 지난해 기준 특허권 19건과 실용실안 2건 등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나 역시 섬유 전문가가 아니기에 발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개발이 필요했다"며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면서 다양한 필터 분야 자재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마스크에서도 기술력 두각 드러내

필터에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신우피앤씨는 지난달 필터 교체가 가능한 '라온 교체형 마스크·필터'를 출시하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성인용 기저귀에 이어 또 한 번 직접 생산부터 판매까지 이뤄지는 '자체브랜드'를 내세운 것이다.

라온 마스크는 면 마스크에 필터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KF94' 등 보건용 마스크에 비해 비말 차단성은 유지하면서도 장시간 착용 시 호흡이 힘든 문제를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이는 대구 지역 섬유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생산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라온 교체형 마스크 필터'는 교체형으로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을 획득해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식약처가 지난 4월 '교체형 마스크'의 품질 기준을 정하기 위해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을 마련했는데 이 적합성 검증을 획득한 첫 번째 마스크 필터 제품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제품은 초미세먼지(0.6㎛)를 98% 이상 거를 수 있어 봄철 황사 및 미세먼지 차단에도 효과적이다. 제조 과정에서 접착제 대신 초음파 접합 방식을 사용해 인체 안전성을 개선했다. 이외에도 마스크에 '메모리 원단'을 사용해 세탁에도 형태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했다. 마스크 바깥면은 비불소 친환경발수가공 처리를 통해 수분 등의 침투를 방지한다.

라온 교체형 마스크 필터는 현재 전국 보건소 및 교육청 등에 공급되고 있으며 미국·일본·유럽 지역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또 더운 여름에 맞춰 면 마스크를 '메시' 소재로 개선, 기능성을 높인 제품이 홈쇼핑 등에서 판매가 진행 중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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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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