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작년 '6월 12~27일 3차북미회담 북에 제안하겠다'"

  • 입력 2020-06-22 10:53
볼턴 회고록 "한국정부, '하노이 노딜' 이후 북과 실질적 접촉 못해"
"문 대통령 '일본 병력 한국에 안들어오면 日과 합동군사훈련 가능"

 한국 정부는 지난해 2월말 북미 간의 '하노이 노딜'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구체적으로 정해 북한에 제안하겠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하는 등 북한과의 실질적 접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북미 정상회담 불씨를 살리기 위해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존 볼턴 전 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출간하는 회고록 '그일어난 방'에 나오는 지난해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및 5월 7일 정상통화 뒷얘기이다.

◇"문 대통령 '하노이 노딜' 이후 북과 실질적 접촉 못해"


문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우려하며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해 4월 11일 워싱턴DC에 왔을 때의 일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오전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먼저 문 대통령을 만났다면서 "우리는 한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후 북한과 실질적인 접촉을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 측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접견에 배석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평양이 핵과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인 것이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매우 걱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 접견과 이어진 한미정상회담에서 가급적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술회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재인 정부가 희생양으로 삼을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 팀 내에서는 자신이 '방해자'로서 희생양이 될만한 사람이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그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사한 전략을 썼고 이 전략이 성공하는 것을 볼 때 이(자신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문 대통령 대북 공조 관련 '일본 병력 한국에 안들오는 한 함께 싸울 것' 


4·11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업무 오찬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어떤지 묻자 문 대통령은 역사가 관계의 미래를 방해해선 안 되지만 때때로 일본이 이를 쟁점화한다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일본과 동맹으로서 함께 싸울 수 있는지'를 물어봤고 문 대통령은 도쿄와 서울이 합동군사훈련을 할 수 있지만, 일본 병력을 한국에 들이는 것은 국민에게 역사를 환기할 것이라고 솔직히 답했다고 회고록에 돼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과 싸워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국이 일본의 참여를 수용할지'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다시 입장을 물어보자 한국과 일본은 일본 자위대가 한국 땅에 발을 들이지 않는 한 하나가 돼 싸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답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두 나라(한일) 사이의 1965년 조약(한일협정)을 뒤집으려고 시도했다"며 "역사 문제를 제기한 건 (일본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였다"고 문 대통령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의 관점은 다른 한국 정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상황이 어려울 때 일본 문제를 쟁점화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 "문 대통령 '6월 12∼27일 3차 북미정상회담 제안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돌아간 뒤 6월 12일∼6월 27일 사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대화를 끝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짜가 괜찮지만, 그 이전에 북한과 합의가 이뤄져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실무급 레벨 외교관들이 재량권을 갖지 못한 만큼 고위급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전한 것으로 회고록에 돼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전 보좌관이 이과 관련해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월 26일 워싱턴DC 방문 당시 문 대통령과는 거의 정반대의 견해를 전했다고 밝혔다. '하노이 노딜'과 관련, 그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동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아베 총리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 "문 대통령, 한미연합훈련 北 불만 거론"…트럼프 식량 원조 전향적 언급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봄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국면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 통화의 뒷얘기를 전 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온 다음 날인 5월 7일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놀라울 것도 없이 이 현안의 심각성을 깎아내리려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그와 관련해 납득이 된 상태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흥미롭게도 한국 정부도 (북한의 발사를) 축소하기 위해 '발사체'라고 불렀다"고 회고록에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불만에 대해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고 인식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한과 실질적인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썼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으로 하여금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나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원조하도록 하는 방식 대신 미국이 북한에 직접적으로 식량 원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기관을 통한 지원에 대해 전면적 '승인'을 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을 놀라게 하겠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이를 알게 하라고 문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회고록에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강경파들에도 불구,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은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공짜 식량을 얻는다'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열렬하게 합의를 원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골치아픈 신호"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슈 포틴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당시 NSC 한반도 보좌관에게 우리는 어떠한 식량도 우리가 직접 제공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한국에 분명히 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발사가 이뤄진 이후인 5월 9일 '중한 제재를 가하라'고 말했고 그 이후 '엄청난 제재'라는 표현을 다시 썼지만, 공개적으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의 발사 국면에서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흥분하지 말아라. 대수롭지 않게 여겨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발사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유화적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던 것을 거론, "우리는 모두 트윗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은 포기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트윗)과 함께 지내는 것이었다"고 자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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