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타지역 국책사업에 숟가락 얹기식 이젠 탈피해야"

  • 임성수,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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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1 07:16  |  수정 2020-07-01 07:21  |  발행일 2020-07-01 제3면
영남일보와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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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락 전 의원이 30일 대구 북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구시 경제부시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학 6년 후배인 권영진 대구시장의 경제부시장 요청을 한 달여 고민 끝에 수락한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을 취임 하루 전인 30일 만나 대구 경제수장으로서의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 홍 경제부시장은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74학번, 권 시장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80학번이다.

국비 확보 명분 있어야…인맥은 끝단계
치밀한 준비로 지속 가능 사업 어필해야

대기업 유치 올인…경제 근력 약화시켜
1등 아닌 '돈벌이 되는 것' 찾아 나서야

與 원내지도부 모두가 도와주겠다고 해
대구형 협치 성공으로 시민 위로하고파


▶1년여 만에 뵙는다. 공교롭게 국회의원-정치부장에서 경제부시장-경제부장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취임을 하루 앞둔 지금의 심정은.

"걱정이 앞선다. 착잡하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부시장직을 수락한 이후 자신감이 있다가도 착잡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최근 정국(政局) 상황을 보면 더 답답하다."

▶권영진 시장의 부시장직 제안을 받고 한 달여간 장고를 했는데,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

"우선 (미래통합당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부시장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와 당직을 버리면서 (대구시로) 들어가야 되는데 정치적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구 상황을 다시 점검해 보니까 코로나19와 총선(전국)결과에 따른 시민들의 좌절감이 깊어, 이를 외면한다면 내가 대구에서 정치를 한 것이 다 빈말이 되는 것밖에 되지 않아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때가 없더라."

▶경제부시장직을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러 말들이 나왔다. 그중에서 경제부시장 몫으로 특보 3명을 요구한다는 얘기도 들렸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요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요구한 적은 없다. 그런데 왜 이것이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 전재문 전 보좌관은 권 시장이 별도로 만났다. 경제부시장의 특보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대구의 유별남 때문이라고 본다. 당연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지역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특보를 배치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취임 후에도 특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권 시장께 천거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여러 말들이 많았다. 남칠우 대구시당 위원장은 "홍 부시장의 개인 선택으로, 탈당해서 경제부시장을 맡기 때문에 협치나 연정이 아니다"라는 얘기까지 했는데….

"대구 민주당에서는 절차 문제를 제기하는데, 중앙당으로 가면 대부분 찬성이다. 많은 분을 만났고, 많은 대화를 했다. 모두의 대구에 대한 많은 걱정이 느껴졌다. 특히 민주당 리더들은 "고생 되더라도 (부시장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물론 정세균 총리, 이낙연 의원 모두 대구경북도 같이 가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일각에선 친문(親文)이 아니어서 중앙정부 예산 확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정부 여당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어 나갈 계획인지.

"현재 상황으로선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저도 국회의원 8년을 해 봤지만, 한두 개 작은 사업 예산은 몰라도 지속 가능한 국책사업은 인맥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력을 키우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대구는 다른 지역에서 하는 국책사업에 숟가락 얹기식으로 일관해 왔다. 이렇게 해서 따 온 사업은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 절실하게 필요한 사업에 대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어필한다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시장직 수락 후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이든 얘기하면 다들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인맥은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반면, 20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 출신이어서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다.

"기대감은 이해가 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가 국회와 중앙정부로만 고개를 돌리기보다 우리의 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최근 들어 대구의 근육이 많이 약화된 것 같다. 논리도 미약하다. 지난 30년간 구체적 계획과 준비도 없이 오로지 대기업 유치에만 올인했다. 그래도 변화가 되지 않으니까 권 시장께서 마지막 카드로 나를 쓴 것이다. 이 카드는 권 시장 입장에서도 '독'이고 나에게도 '독'이다. 둘 모두에게 '득'이 될 건 없다. 권 시장께서 마지막으로 해 보자는 것을 시민들이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 "

▶당장 오는 20일로 예정된 대구시-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여당에 어떤 요청을 할 계획인지.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구를 도와 달라고 얘기하겠다.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원내 지도부도 모두 도와준다고 했다. 그 전에 대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루빨리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다."

▶경기도 등에 이어 대구에서도 여야 시장-부시장 체제가 시작된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은데….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대구에서의 첫 협치를 통해 시민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협치의 성공을 통해 가라앉은 대구시민들의 자존심이 회복되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대구형 협치 모델을 만들고 싶다. 교과서에도 실려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권 시장의 임기가 2년 남았는데, 본인의 임기는 언제까지로 생각하나.

"시장님의 의견이 우선이다. 내일이라도 그만두라면 나와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권 시장께서 저를 부른 건 그동안 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달라는 것으로 이해한다.대구시 구성원들도 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경제부시장을 발판으로 차기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정치적 고민을 깊이 한 것은 맞지만, 고민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독이 되지, 득은 되지 않는다. 그대로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상처도 있을 수 있어 걱정이다. 이해찬 대표가 말씀하셨듯이 정부 기관장 자리라도 한 번 해보고 부시장을 했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것이란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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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취임인데, 취임식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시에 첫 출근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해 논의를 해 보고 싶다. 정책을 개발하고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치열한 반대 토론도 하면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구시 공무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함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바이(By)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안을 대구시에서 제도적으로 찾았으면 한다. 늘 크고, 좋은 것, 1등, 이런 것을 생각하는데 조금 부족하더라도 장사가 잘되는 것, 돈 벌이 되는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시민과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 기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구시민들은 너무 많이 참는 것 같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했으면 좋겠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같이 울고, 같이 웃고 부딪히며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 좌우로 돌려봤으면 한다. 시야도 넓어지고 새로운 세상도 보인다. 이를 통해 대구도 발전할 수 있다."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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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기자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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