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소아골절…"성장판 손상, 방치하면 2차 변형 가능성"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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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7 07:59  |  수정 2020-07-07 08:07  |  발행일 2020-07-07 제18면
어릴수록 연골성분 많아…골성장판 손상 유의
통증 오래 가거나 부기 있다면 미세 골절 의심
치료 후에도 과성장으로 인한 후유증 관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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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순 W병원 의무원장

배한빈군(가명·7)은 얼마 전 키즈카페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쳤다. 하지만 크게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한 탓에 금세 잊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았다. 배군이 넘어지는 걸 본 어머니도 별다른 이상 없이 곧바로 친구들과 노는 아들을 보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배군의 팔이 부었고, 이에 놀라 병원을 찾은 결과 미세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소아골절 환자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외부활동에 따른 골절은 주로 노인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10∼14세 남자 환자의 발생도 적지 않아 이 또래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보면, 2016년 기준 골절로 병원치료를 받은 환자수는 2월(31만명)에 저점을 찍고 3월(33만5천명), 4월(33만8천명), 5월(35만3천명)로 증가하다 6월(35만7천명) 정점을 찍었다.

이 중 여자 58.5%, 남자 41.5%로 여자가 더 많았고, 성별·연령별 5세 구간 통계를 보면 여자 그룹에서는 80세 이상(232만7천명)이 가장 많았고, 남자에서는 10∼14세(61만2천명)가 가장 많았다.

전문의들은 "소아골절은 특히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 성장판 손상인데, 소아 골절로 인해 성장판을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판단할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소아 골절로 보는 아동 환자의 기준이 별도로 있지 않지만, 통상 의료계에서는 중학교 3학년 이전 나이로 보고 있다.

◆빈번한 소아골절, 관심 기울여야

배군처럼 소아 골절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놀이나 운동 중에 넘어지거나 뛰어내리다 팔을 뻗은 채 손을 지면에 짚으면서다. 주로 손목과 앞 팔뼈(요골과 척골), 팔꿈치, 빗장뼈(쇄골) 등의 순서로 잘 다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은 통증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에 즉각적인 응급처치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고, 통증이 지속된다면 즉시 소아정형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전문의에 따르면, 소아의 뼈 조직은 여린 나뭇가지처럼 탄성이 있어서 완전 골절이 되지 않고 뼈가 휘거나 불완전골절(소성골절)이 일어나는 특성이 있다. 가끔 탄성변형이 심각한 골절인지 모르고, 의료진도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소아골절이 성인의 골절과 치료 등에서 차이가 있는 점은 아이들의 경우 뼈성장을 담당하는 성장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성장판의 존재로 치료과정이 달라지고 손상 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다친 팔이나 다리의 길이가 짧아지거나 휘어지는 심각한 2차적인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린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골절이 치유되는 속도가 빠르기에 정확한 위치로 뼈가 붙지 않은 경우에도 자연 교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아 골절의 대부분은 어긋난 뼈를 손으로 바르게 짜맞춰주는 도수정복술이나 석고 깁스 등으로 일정 기간 고정하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잘 치료되는 것이 보통이다. 팔꿈치의 골절 등 특정 부위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고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성장기 어린이의 뼈는 많은 부분이 아직 연골 상태로 남아 있다. 특히 팔이나 다리뼈의 양쪽 끝부분, 즉 관절에 가까운 부위는 골단이라 하고, 골단과 인접한 부위에는 뼈가 성장하는 부위가 있어 이 부위를 골단판(또는 골성장판)이라고 한다. 이 부위는 어른과 달리 많은 부분이 연골로 이뤄져 있으며, 나이가 어릴수록 연골 성분이 많다.

연골은 단단한 뼈 조직보다 외력에 약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골절에서는 골단판(골성장판) 골절이 흔하며, 이 부위가 손상되면 성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엑스레이(X-ray)상에서 골절 부위가 보이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통증이 있거나 부기가 있다면 미세 골절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의 통증 여부를 자세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무심히 지나칠 수 있다. 따라서 CT나 MRI를 통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뼈가 붙었다고 안심해선 안돼

소아 골절은 뼈가 붙었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지에 과성장이 일어나 정상 부위의 뼈보다 약간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골절 치료 후 과성장으로 인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소아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학교나 가정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야외에서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팅 등 활동적인 놀이 시 반드시 안전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또 부모들이 키 성장판을 자극하기 위해 아이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어서 흔드는 행동 등은 위험한 것인 만큼 자제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키즈카페 등에 놀이기구로 사용되는 트램펄린이 심각한 소아골절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부각, 심각한 상태로 판단해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에서는 연구 결과에 따라 안전 장치를 갖추지 않은 놀이기구 설치를 법적으로 금지하도록 하는 의견을 내고 있을 만큼 이 부분도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2018년 가천의대 응급의학과 연구팀(우재혁·최은석·장재호)이 국제학술지 '연세의학저널'(Yonsei Med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11∼2016년 사이 트램펄린 부상으로 전국의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총 2천799명에 달했다. 이 중 63%는 6세 미만이었고, 이 중 남자아이가 54.2%를 차지했다. 76%는 다중 시설인 트램펄린 파크에서 발생했다. 다친 부위로는 다리가 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머리·얼굴 24%, 팔 24%였다. 전체 부상자 10명 중 3명 이상(31.7%)은 중증 상태인 골절로 진단됐다.

전문의들은 트램펄린 손상의 원인을 불완전한 착지, 다른 사용자와 충돌, 트램펄린 구조물과의 충돌, 트램펄린 밖으로의 추락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도 불완전한 착지나 다른 사용자와의 충돌은 다수의 이용자가 함께 점프하는 경우에 자주 발생하며, 몸무게가 가장 가벼운 이용자가 다칠 위험이 크다.

이렇게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다친 후 아파하면 일단 정형외과, 이 중에서도 소아전공 정형외과를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외상으로 인해 관절 주위가 부어오르거나 아이가 아파하면 임시 부목으로 응급처치를 한 후 가능한 한 빨리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게 해야 한다. 늦으면 치료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W병원 소아정형외과센터 송광순 의무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소아는 통증에 대해 표현이 서툴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골절이나 외상 시 뼈의 변형으로 사지변형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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