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착한 거리공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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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8 07:59  |  수정 2020-07-08 08:01  |  발행일 2020-07-08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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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거리공연가 '삑삑이'>

여러분은 거리공연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공연이었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누군가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을 수도, 누군가는 매우 시끄럽고 불쾌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거리공연을 해야 하고 또 봐야 할까.

첫 번째는 배려하는 마음이다. 거리는 누구의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재라는 점에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접근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통행에 불편을 줄 정도로 공간을 차지하고, 귀를 괴롭힐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버리는 공연자들이 있다. 공연자와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공연을 보길 원치 않는 사람들과 주변 상가, 주거공간의 사람들은 불쾌할 수 있다. 참 어려운 말이지만 적당한 음량으로 공연을 해야 경찰 출동으로 공연이 멈춰지는 사달이 나지 않을 것이다. 관객의 배려는 간단하다. 내 취향이 아니면 그냥 물 흐르듯 가면 된다. 불쾌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즐기는 마음이다. 나는 많은 매체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대구 관객들은 무뚝뚝해서 공연하기 힘들죠"라고. 내 대답은 절대적으로 "NO" 다. 10년 동안 전국,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해 왔지만 대구만큼 반응 좋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관객들은 이미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해 놓았다.

세 번째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버스킹에서 사람들이 가장 난처할 때가 '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일 것이다. 버스킹에서 팁을 준다는 의미는 '나는 이 공연자를 지지한다, 응원한다, 후원한다'의 뜻이다. 또한 자신의 일상에서 예술을 선물 받은 것에 대한 작은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와 함성,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공연자를 두 번, 세 번 거리로 나서게 할 것이다.

공연자들의 감사하는 마음은 매우 중요하다. 팁은 당연한 게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팁이다. 박수도, 함성도, 응원의 한마디도 결코 당연한 게 아니다. 우린 공연에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결과물로 무언가를 받았을 때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보답하기 위해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한다. 이런 좋은 순환이 건강하고 착한 거리공연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면 거리에서 만나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삑삑!
정호재 <거리공연가 '삑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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