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태의 줌人] <주>대구메트로환경 김태한 사장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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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4   |  발행일 2020-07-24 제35면   |  수정 2020-07-24
"대구도시철도 환경·경비·운전 496명 정규직 전환…자긍심 갖고 책임 다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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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대구메트로환경 사장이 직원들의 이름과 사진이 걸린 조직표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서쪽 종점인 문양역에는 문양차량기지사업소가 있다. 그 건물을 끼고 철길을 돌아가면 창고를 개조해 만든 빨간 건물이 나온다. <주>대구메트로환경이다. 지난해 5월 초대사장으로 취임한 김태한(58) 사장의 안내를 받아 두 평 남짓한 사장실로 갔다. 여느 기업의 사장실과 달리 비서가 보이지 않는다. 책장은 있지만 책이 없다. 옷장에는 말쑥한 정장 대신 여벌의 작업복이 걸려 있다. 김 사장은 주로 지하철로 출퇴근 한다. 사장 관용차는 필요한 직원들이 이용한다.

초대사장 취임 1년2개월여
非서울지역 최초 지방공기업 자회사
대구도시철도공사 용역 19개사 흡수
정규직 전환 둘러싼 견해차 많은 고비
양 노조, 자회사 설립 합의 극적 도출

복지후생 개선
현장 인력 정규직, 정년 만 65세로 연장
명절 휴가비, 정기·청원·연차휴가 보장
평생 첫 장기여행 갈수 있다고 눈물도

직원들 자진해 코로나 성금 기부 동참
배변실수 어르신 위해 여벌옷 챙기기도
기업경영 전반 투명성·신뢰성 높아져
청결·위생·안전, 시민위해 헌신·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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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대구메트로환경 사장이 회사 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메트로환경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2개월여가 지났다. 빨리 흘러갔다고 생각하나.

"직원들에게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고 공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만드는 1년여였다. 1996년 대구철도공사 출범 후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고생하고 노력해 온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장을 믿고 따라 준 517명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우리 회사 공채 시험 경쟁률이 평균 30대 1. 최고 130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시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졌다. 사장으로서 이런 사실에 너무 기쁘다. 현재 15명의 사무직과 환경사, 경비사, 운전사 등이 우리 회사의 구성원이다."

▶대구메트로환경이라는 회사 이름에 생소한 독자들이 많다. 어떤 회사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비정규직의 정규화 방침에 따라 만들어진 비(非)서울지역 최초의 지방공기업 자회사다. 2018년 대구도시철도공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있던 19개 영세 소규모 회사 직원들을 흡수해 만들었다. 그해 9월 도시철도공사 노조와 용역회사 노조 간의 극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11월 공식출범 했으며 2019년 1월1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대구도시철도 1·2·3호선의 91개 역과 476개 전동차 및 5개 차량기지의 청소와 경비, 운전 등을 책임지고 있다. 법적으로는 주식회사 형태이지만 대구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직유관단체로 사실상 공기업이다. 대구메트로환경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두고 현장 혼란이 이어지던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 선정, 자회사 설립·운영과 관련해 우수한 사례에 꼽혔다."

대구메트로환경이 출범하기까지는 많은 고비가 있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근무 비정규직 노동자 89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논의가 2017년 12월 시작됐다. 그러나 6개월 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다. 노사 양쪽이 6차례에 걸쳐 정규직 전환 논의를 해 왔지만 2018년 1월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시기만 정했을 뿐 다른 사안은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당시 정규직 전환 논의를 해 온 '노사전문가협의회'는 공사 쪽 8명, 변호사·노무사 등 전문가 2명, 노조 쪽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무노조 현장 대표 등 10명이 참가했다. 노사 양쪽은 민간에 위탁한 지하철 민간역사 근무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견해차로 팽팽히 맞섰다. 노조 쪽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공사 쪽은 무기계약직을 고집했다. 당시 이성일 대구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은 월급과 근로조건에서 큰 차이가 나 양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김형예 대구도시철도공사 고용개선단장은 "일반직 정규직은 시험을 쳐서 입사했는데 용역회사에 근무하다 갑자기 정규직으로 바뀐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놓고 3∼4년 뒤 다시 일반직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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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대구메트로환경 사장이 대구도시철도 2호선 담티역에서 환경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메트로환경 제공〉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9월 대구도시철도공사 노사가 자회사 설립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고 11월 대구시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에는 진행에 속도가 붙는다. 그때 만들어진 자회사 설립 계획안에 따르면 법인 형태는 주식회사로 설립자본금은 7억원이며 전액 대구도시철도공사에서 출자한다. 주요 사업은 청소, 경비, 기관사 수송, 모터카 운전 등이다. 당시 정규직 전환 대상은 청소 451명, 경비 33명, 운전 12명 등 현장인력으로 모두 496명에 이른다. 자회사의 정년은 고령자 친화 직종인 것을 감안해 만 65세로 했다. 자회사 운영은 공사와 자회사 간의 업무 위·수탁 계약으로 이뤄지며 자회사 전환에 따른 비용은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자회사 인력 정원은 총 515명. 사장 1명, 상임이사 1명, 2부(관리부·운영부), 감사담당, 13개 관리소 체재로 구성된다. 자회사 설립 초기에는 본사(공사)임원 2명과 직원 8명 등 10명을 일정 기간 파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496명을 합쳐 506명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인원 충원은 설립 후 단계적으로 하기로 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으로 바뀐 고용환경에 대해 직원들의 생각은 어떤가.

"소규모 영세 용역회사에 재직하며 일관성 없는 관리체계와 불안한 고용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던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정년도 65세로 늘었다. 정기휴가, 청원휴가, 연차 등이 보장돼 눈치 안 보고 당당히 자기 권리를 누리고 있다. 십수 년간 근무하면서 남들 다 가는 유럽여행을 한 번도 못 갔지만 이제는 갈 수 있게 됐다고 눈물을 흘리는 직원들도 있다. 또 법정 근무시간 준수, 급여인상 등 대우가 확실히 좋아졌다. 시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신분으로 바뀌면서 고객과 시민들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 공직 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것 같다.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공직 분위기와 책임의식이 회사 전반에 빠르게 번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가 코로나 정국에서의 성금모금이었다. 직원들이 자진해서 1천600만원의 돈을 모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써달라고 기부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몇달 전에는 역사 화장실 변기 옆에 놓여 있던 현금 4천만원을 주인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몇몇 직원들은 출근할 때 여벌의 옷을 갖고 온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다 배변 실수를 한 어르신들에게 입혀주기 위해서다. 물론 아직도 인력운영과 조직정비 노하우, 예산집행, 회계·재무의 전문성 등이 공공기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직원들의 근무태도나 업무효율, 준법성, 안전의식, 복지 등 기업경영 전반에 걸친 투명성과 신뢰성이 훨씬 높아졌다.

▶복지후생 개선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선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2천300만원에서 2천850만원으로 올랐다. 명절휴가비를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1박 기준 25만원 상당인 하계휴양소를 확보했고 직원들을 위한 단체보험에도 가입했다. 건강검진료와 경조사비도 지급한다."

▶초대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어떤 부문에 역점을 뒀나.

"직원들의 호칭을 환경사, 경비사, 운전사 등으로 바꿨다. 수십 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고 노력한 분들인 데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자긍심을 높이려는 포석도 깔려 있었다. 직원들이 달라졌다. 작은 변화였지만 근무의욕이 높아졌다. 이들을 대하는 시민들의 인식도 바뀌는 계기가 됐다.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최고로 소중한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결과 위생 그리고 안전이 최고의 경영 과제다. 늘 경청하고 혁신하며 안으로는 정과 사랑이 넘치고 밖으로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회사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성장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었다. 누구라도 우리 회사를 쉽게 보고 가볍게 대하지 않도록 내실을 다지고, 외압에 흔들리지 않게 기초를 튼튼히 세울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조직원이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자기 분야의 업무에 프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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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사장이 전동차 안에서 환경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메트로환경 제공〉
▶초대사장이라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텐데. 경영에 애로점은 없었나.

"신규 조직이다 보니 행정체계와 기록, 절차, 문서화 작업 등에 서툰 점이 많았다. 직원들의 경험부족으로 회사 방침 등의 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특히 직원들의 근무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집합교육을 할 수 없다는 한계도 엄존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초선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할 정도로 최측근이다. 그런데 (권 시장) 재선 후에는 부름을 받지 못하다 10개월여 만에 대구로 왔다.

"권 시장은 측근이라고 무조건 중용하지 않는다. 능력 위주로 사람을 선발한다. 대구로 온 것은 시장의 부름을 받은 게 아니라 전적으로 자의적인 결정이었다. 대구메트로환경 사장 공모를 보고 응모했는데 경쟁자가 3명이나 있었다. 이곳은 정말 나와 잘 맞는 곳이다. 공직에 있을 땐 도와줘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는데 이곳은 다르다.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줘도 감동하고. 정말 배울 게 많다. 거의 매일 현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논란이 심했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천국제공항 문제는 타율적이고 외부간섭에 의한, 미리 결정한 다음에 합의에 이르는 보여주기식 강제성이 문제였다고 본다. 대구도시철도 노사는 이와 달랐다. 자율적이고 점진적으로 스스로 필요에 의해 합의에 도달했다. 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구시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임직원이 먼저 헌신하고 봉사하는 조직이 되어 시민들이 미소짓고 행복해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은 저희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애정을 갖고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다. 모두가 마다하는 궂은일이지만 우리는 천직으로 알고 기쁘게 최선을 다하겠다."

글·사진=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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