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공백 메운 '반도' 아시아 스크린을 깨우다

  • 윤용섭
  • |
  • 입력 2020-08-22 08:05  |  수정 2020-08-22 08:08  |  발행일 2020-08-22 제16면
개봉 한달 8개국서 471억 매출
대만·싱가포르선 좌석 축소에도
올 최고 흥행작 등극 "미친 결과"
베트남선 역대 韓영화 신기록
"카체이싱은 할리우드 보는 듯
관객이 원하는 모든 것 담아내"
현지언론들 호평 속 대박 질주
반도 해외 포스터

'반도'가 여름 팬데믹을 뚫고 아시아 극장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 7월15일 개봉 이후 한 달 만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8개국 극장에서 4천만달러(약 47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반도'는 관객이 원한 모든 것을 담은 영화다"(태국 배급사 사하몽콘 필름 인터내셔널), "대규모 카체이싱 장면과 총격신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하다"(대만 매체 Epochtimes) 등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반도'의 흥행 기세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K-드라마의 저력을 살펴본다.

8개국 넷플릭스 TV시리즈 휩쓸고 있는
K-드라마 열풍의 후광효과도 크게 작용
"K-무비, 亞관객 관심 스토리 학습 필요"

◆할리우드 영화의 빈자리를 노린 틈새 공략

'반도'는 여름 방학 특선처럼 아시아 각국 현지 네티즌의 기대를 모은 작품 중 하나였다. 영화 '부산행'의 속편이라는 점이 부각돼 관객의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반도'의 흥행을 "좀비 액션 영화가 아시아 관객을 극장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라고 평했을 만큼, '반도'의 개봉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극장가 전체의 관심사였다.

먼저 지난 7월15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규모로 개봉한 대만에서는 1천100만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대만 전체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지난 2월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포에버'(45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성적이며, 전작인 '부산행'의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다. 대만 극장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좌석 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다. '반도'의 대만 배급사인 무비클라우드의 CEO인 웨인 창은 이 같은 흥행 성적을 두고 한마디로 "미친 결과"라고 표현했다.

베트남에서는 누적 매출 350만달러를 돌파, '기생충'을 제치고 역대 베트남 개봉 한국영화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영화관 내 거리두기로 한 상영관 당 최대 50석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누적 매출 190만달러를 넘기며 '1917'을 제치고 올해 싱가포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개봉 4주차를 맞이한 몽골과 태국에서도 역시 박스오피스 1위 정상 자리를 지키며 역대 개봉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기록을 세웠다.

'반도'의 아시아 흥행은 사건이라기보다 예견된 일에 가깝다. 4년 전 '부산행'이 이미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세워 후속작에 대한 관객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 대부분이 개봉을 미루거나 올해 개봉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아시아 극장가는 오랫동안 '화제작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이 찾은 해결책은 한국의 경우처럼 지난 화제작을 재개봉하거나, 독립영화와 아시아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었지만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물론 팬데믹이 '반도' 흥행에 기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영화관당 최대 50석만을 허용한 싱가포르를 비롯해 아시아 극장 대부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엄격하게 시행 중이라 흥행 규모에 한계가 뚜렷하고, 홍콩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유행이 '제3의 물결'을 타기 시작하면서 개봉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부산행'을 잇는 프랜차이즈라는 점이나 카체이싱이 중심이 된 액션 장르적 속성,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 등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유사점이 많아 대체재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게 보다 설득력이 있다.

2020082001000673200026292
더 킹 : 영원의 군주
2020082001000673200026294
슬기로운 의사생활

◆K-드라마의 인기 비결 활용

'반도'의 아시아 흥행에는 앞서 언급한 '부산행'의 인기에 따른 후광 효과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공백이 준 반사 효과도 있지만,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K-드라마의 힘도 크게 작용했다. 아시아 내에서 한류의 역사는 오래되고 뚜렷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OTT) 플랫폼이 국경의 경계를 허물며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실제 넷플릭스의 국가별 TV 시리즈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에서 K-드라마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TV 시리즈 중 '더 킹: 영원의 군주'는 전 세계 흥행 10위(2020년 8월8일자 기준)에 랭크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태국의 TV 시리즈 흥행 10위권 내에 한국 드라마가 모두 8편이 자리하고 있고, 대만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는 6편, 홍콩과 필리핀, 베트남은 5편, 일본은 4편이다. 이들 아시아 8개국의 넷플릭스 TV 시리즈 1위는 모두 한국 드라마다. '더 킹: 영원의 군주'가 5개국, '사랑의 불시착'과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각각 일본과 대만, 베트남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20082001000673200026293
사랑의 불시착

영화진흥위원회 한 관계자는 "그런 점에서 아시아 드라마 시장에서 K-드라마의 독주를 K-무비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배우 캐스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시아 관객이 어떤 주제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지 K-드라마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윤용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