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젊은 여성 다발경화증, 조기진단과 치료로 장애 막아야

  • 노인호
  • |
  • 입력 2020-09-01 07:42  |  수정 2020-09-01 08:01  |  발행일 2020-09-01 제17면

2020083101001045100041521
박민수 〈박민수 신경과 원장〉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눈이 잘 안 보이다가 좋아지고, 몇 달 후에는 한쪽 다리의 마비와 저림이 있다가 또 좋아진다면. 이렇게 영문을 알 수 없는 이런 증상들의 원인이 '다발경화증'일 수 있다.

다발경화증은 아직까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질환일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국내 환자 수가 2천500여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최근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20~40대의 젊은 층에서 가장 흔하게 발병하고, 여자의 유병률이 남자보다 2~3배 정도 높다.

시력 저하·근육 마비 등 증상
적절한 치료로 신경장애 최소화
진행 억제 위해 완화 치료 병행

다발경화증은 면역 체계에 문제가 생겨 면역 세포가 자신의 중추신경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러한 공격으로 인해 시신경, 뇌, 척수로 이루어진 중추신경계에 염증과 신경 손상이 발생하는데, 손상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시신경염으로 인한 안구 통증과 시력 저하, 척수염으로 인한 사지와 몸통 근육의 마비 혹은 저림 등의 감각 이상과 대소변 장애, 대뇌와 뇌간염증으로 인한 복시, 안면 마비와 어지럼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이외에도 다발경화증 환자 약 50%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90%는 피로를 호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유사한 증상이 있다면 잘 살펴보기를 권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자가면역 상태의 변화에 따라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게 되고, 발병 초기에는 재발한 후 수주에서 수개월 뒤에 특별한 장애 없이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고 재발이 반복되면 신경 손상이 점차 축적된다.

한번 손상된 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해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지 않고 시각이나 보행 기능 등에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수 있으므로 가능한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발경화증은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로 진행을 억제해 신경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급성기에는 일반적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집중 투약해 염증을 빠르게 억제하고, 이후 재발 빈도를 줄이고 장애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완화 치료를 시행한다.

1차 치료제로 주사제나 경구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고, 1차 치료제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 다른 1차 치료제 혹은 2차 치료제로 변경한다. 최근에는 월 1회 혹은 2회 등 자가 주사 횟수를 줄인 용법의 주사제와 경구 투여 등 고효능의 새로운 치료제가 많이 나와 예전보다 치료 여건이 좋아졌다.

다발경화증은 염증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탓에 뇌졸중 등 다른 뇌신경계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흔하고, 환자들이 단편적인 증상 해결만 하다가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질환이 좀 더 널리 알려져 환자들이 빠른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민수 〈박민수 신경과 원장〉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