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조국백서와 조국흑서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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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8   |  발행일 2020-09-28 제26면   |  수정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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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문화부기자

일명 '조국백서'와 '조국흑서', 두 권의 책이 최근 이슈가 됐다.

얼마 전 그 두 권을 읽고 책 소개 기사를 썼다. 책 내용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갈등과 맞닿아 있었다.

분량이 한정된 짧은 기사에 책 두 권을 소개하려면 더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주요 키워드로 두 책을 분석, 건조하게 썼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라는 질문을 몇몇 지인에게 받은 것을 보면 '중립' 노력은 꽤 성공적이었나 보다.

물론 책을 읽으며 발견하고 느낀 '논리적 모순' '양심의 훼손' 같은 부분들을 전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지혜로우니 기사는 건조해도 될 것 같았다. 몇 해 전 '진실 공방'이 치열했던 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판사의 말대로 기자 역시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믿는다.

극단적인 인터넷·SNS 여론이나 그저 '차악'의 선택일 수도 있는 선거 결과가 아니라, 국민의 상식과 양심에 기반한 그런 판단 말이다.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무엇보다 필자들의 주장이 책으로 남겨진 것이 기뻤다. 책 발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기자는 긍정적으로 본다.

헌법은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활자'의 무게는 자유만큼이나 무겁다. 책은 그 자체로 역사다. '말'은 뱉으면 흘러가지만, 기록이 남는 '글'은 다르다. 활자는 부정과 오류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된 '상화시인상'의 경우 7월 초 언론 보도를 통해 첫 의혹이 제기됐더라도, 8월 초 '문서화'된 심사규정 위반이 밝혀지고 나서야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규정을 담은 문서가 결정적으로 '부실 운영'을 입증한 것이다. 그만큼 활자의 힘은 강하다.

백서와 흑서, 두 책 중 어느 책을 완전히 옳다고 보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인 기자가 책 한 권을 맹신한다는 것도 난센스일 것이다. 다만 논리적 모순과 양심의 훼손이 덜한, 또 비판 기준과 잣대가 수긍할 만한 책에 더 많이 공감했다. 활자의 무게가 앞으로 어떻게 발현될지, 국민의 집단지성은 어디로 향해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노진실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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