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바꾼 추석 모습...추석에 귀향하느냐, 안 하느냐 희비? 갈린 사람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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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9 13:25  |  수정 2020-09-29 13:43  |  발행일 2020-09-30 제6면

코로나 19가 추석 풍속을 바꿔놓았다.

예년에는 정체되는 도로에 국민들이 신경을 쏟았다면, 올해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가족 왕래'를 둘러싼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추석은 집집마다 추석 풍경이 제각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댁으로부터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여성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모(여·43·대구 동구)씨는 "코로나 19에도 시댁에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시댁에서 '이번에는 안 와도 된다'는 문자가 왔다.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질러 회사 동료들이 모두 쳐다봤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까지 연락을 못 받은 이들은 전전긍긍이다. 특히 남성들이 그렇다. 황모(44)씨는 "아내가 안동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오지 말라'는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간에서 상황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맘카페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 카페 회원은 "코로나 19로 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싶었는데 결국 연락이 없어 시댁과 친정에 다 가기로 했다. 예민해진 탓인지 남편과 다퉜다"고 했다. 또다른 회원은 "시누이가 추석에 오지 말라고 슬쩍 이야기해줬다. 이번에는 (명절 음식을) 시켜 먹기로 했으니 괜히 와서 힘들게 일하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시댁이나 고향집에 먼저 연락해 "이번 명절은 못 찾아뵙겠다"고 이야기한 경우도 있다.

공무원인 A(50·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공무원이라 시책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친정에 이번 명절에는 못 간다고 말씀드렸다. 자연스레 나도 본가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혼 3개월 차 신혼부부인 조모(35)씨 부부는 추석을 맞아 양가 어른들과 식당에서 밥만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설득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이해해 주셨다"고 전했다.

뜻하지 않게 차례상 차리기 등 '추석 일'을 모두 떠안게 된 이들도 생겨났다. 이모(40·대구 동구)씨는 "대구의 처가가 큰집인데, 부산에서 명절마다 전을 부쳐 올라오던 작은 집 식구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 차례는 지내야 하니 결국 큰집 며느리가 음식 만드는 일을 떠안게 됐다"고 했다.

이번 추석을 계기로 명절 악습이 차츰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은주(여·44·대구 북구)씨는 "이번 추석은 며느리가 명절에 어른들을 뵙지 않는 게 일종의 죄인처럼 여겨지는 현상이 적은 것 같다. 허용되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지혜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책개발실장은 "코로나 19가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지만, 가족관계 내에서 친밀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며 "과거 친밀감 표현 수단은 '함께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됐다. 이것이 가족 내에서의 성역할 변화,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시발점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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