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디바' 신민아...러블리 웃음기 벗고 날카로운 눈빛 장착 다이빙 선수로 변신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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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9   |  발행일 2020-10-09 제39면   |  수정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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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 밝고 사랑스러운 미소 대신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장착하고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신민아의 모습이 그렇다. 그가 세계적인 다이빙 선수 이영으로 분한 영화 '디바'는 러블리한 청춘 아이콘의 낯선 변신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순간이다. 신민아가 처음 도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자 다이빙을 소재로 삼은 여성 서사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영은 절친이자 라이벌인 수진(이유영)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라진 후 차츰 자신의 내면 속에 감춰뒀던 욕망과 광기를 분출하게 된다. 신민아 하면 흔히 떠올리는 동화 속 공주 같은 연약함과도 거리가 먼 인물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껏 그는 장르부터 소재,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편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최고의 다이빙 선수처럼 보여야 하는 정신적·육체적 부담감은 물론 고소공포증까지 극복해야 했다. 하지만 신민아는 언제나처럼 "그동안 내가 보여주지 못했던, 다른 결의 연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며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조슬예 감독의 말처럼 신민아의 새로운 얼굴, 완벽한 이미지 변신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첫 도전…신선한 기획 끌려
정신·육체적 부담, 훈련 받으며 고소공포증 극복
최고 선수로서 자신 괴롭히고 압박…데뷔초 생각
여성 위주 스태프, 맨얼굴·수영복 신 편하게 촬영
경쟁사회 평가·비교, 교감으로 좋게 받아들이며
'같은 목표 향해 가는 동지' 감사하는 마음 변화
연기경력 22년차…열정과 애정은 지금도 똑같아
사랑스러운 캐릭터보다 실험적 작품 더 많이 해


▶처음으로 도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다이빙 소재를 접목시켰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의미있는 도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에선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 점에서 '디바'는 정말 소중하고 반갑게 마주한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기획이 되게 신선하다고 느꼈다. 그만큼 국내 상업영화에서 여성 둘이 끌고 가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은 있었다. 이야기는 어둡고 복잡하고 예민하지만 시나리오가 가진 강렬함이 있었다. 오롯이 이영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영화이고, 그 안에서 그의 복잡다단한 심리는 굉장히 예민하고 복잡하게 표출된다. 모든 면에서 호기심과 기대감이 들었던 작품이다."

▶이영의 눈빛과 표정에 다양한 감정을 실은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영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망가뜨린다. 나 역시 데뷔초에는 잘하려는 의지가 컸기 때문에 '떨면 안된다'며 늘 나를 압박하고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 그건 비단 다이빙 선수와 배우라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해내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들 비슷한 경험과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메이킹 사진들을 보면 내 표정이 하나같이 밝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작지만 큰 변화다. 나이듦으로 인한 여유로움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기려는 쪽으로 마음가짐과 태도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여러 긍정적인 고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다이빙 선수로 보이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철저하게 훈련을 받았다고 들었다.

"모든 운동이 다 비슷하겠지만 다이빙은 몸의 컨디션과 멘탈이 되게 중요한 스포츠다. 3~4개월 정도 지상훈련과 수중훈련 위주로 연습했다. 다이빙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초체력과 스트레칭, 다이빙 시뮬레이션 등을 하는 지상훈련을 받으면서 선수 같은 근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10m 다이빙대에서 하는 동작들은 사실 굉장한 실력과 기량을 갖춘 선수만이 해낼 수 있는 고난도 동작이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수심도 5m다. 물에 대한 공포가 있으면 시작하기 어려운데 다행히 나는 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에 대한 공포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오랜시간 연습을 해야 했다. 그렇게 단계를 높여가며 훈련을 받다보니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다이빙 선수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영의 모습처럼 비쳐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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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수영복을 입고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야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수영복 입은 모습을 장시간 보여준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과 민망함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다. 사실 더 큰 고민은 극 중 이영의 모습이 진짜 수영선수처럼 보일까였다. 처음 느꼈던 낯선 감정보다 최고의 다이빙 선수로 보여야 한다는 일념하에 많은 훈련과 연습을 했고,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환경과 상황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어 민망함과 부담감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

▶'디바'는 감독과 제작자는 물론 스태프 대부분이 여성들로 꾸려진 흔치 않은 현장이다. 그 점에서도 많은 위로와 위안이 됐겠다.

"의도한 건 아닌데 기획부터 여성 위주의 스태프로 꾸려졌다. '이 영화는 여성들이 모여서 해야 돼'가 아니라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적합한 스태프들을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여성들이 모인 거다. 바꿔 말하면 지금 영화계에 그만큼 능력있는 여성 스태프가 많다는 얘기다. 영화 현장이 그새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영화는 수영복을 비롯해 외적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다이빙을 연습할 때도 감독님과 여성 스태프가 같이 뛰면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내 편이 항상 있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지가 됐다."

▶영화는 우정이라는 개념을 포함해 인간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룬다. 실제 인간관계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기에 특정한 직업이 아니더라도 늘 평가받고 비교당한다. 나 역시 그런 것들을 계속 느끼면서 살아왔다. 다만 그게 경쟁과 질투와 부러움만이 아닌 인간끼리 느낄 수 있는 교감으로 좋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삶의 노하우로, 혹은 내가 편하고 행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배우들끼리의 경쟁이라고 생각해 압박감을 받기보다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지라고 생각하면 일을 훨씬 더 즐겁게 대할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들이 예전과 달라진 변화이고,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데뷔 22년차가 됐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신인 신민아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그렇게 오래됐다는 걸 체감하지 못했는데 세월이 참 많이 흐르긴 했다. 신인 때의 나는 그저 주어진 걸 잘 해내야 된다는 생각만 했고, 현장이 낯설어 힘들었던 기억도 난다. 돌이켜보면 많은 게 변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간혹 예전에 찍었던 작품들을 보면 내가 되게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기적으로 방법이나 표현들이 서툰 면은 있지만 열정만큼은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얼마전에 '고고 70'(2008)을 다시 봤다. 당시 수개월 동안 춤 연습을 하면서 캐릭터에 온몸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의 이영 캐릭터와 비슷한 마음가짐과 태도였던 것 같다. 다만, 그때는 압박감이 무척 심했다. 신인 때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마음 졸이지 말고 조금은 즐기면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 다른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좀 더 유연하고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신민아는 러블리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필모를 보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캐릭터와 작품이 많은 편이다.

"데뷔작 '화산고'(2001)부터 시작해 내 필모를 살펴보면 러블리한 캐릭터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대중이 내 이미지를 그렇게 기억하는 건 작품에서 밝게 웃는 장면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사실 내게 주어진 역할 대부분 '너무 어둡다' '밝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러블리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지만 어떤 역할이든 재밌게 임하려고 했다. 솔직히 러블리한 이미지보다 대중에게 비쳐지지 않았던 내 모습을 보여주고, 또 내가 신선하게 느끼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역할을 더 고민하게 된다."

▶그 점에서 '디바'는 어떤 의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나에겐 살점 같은 영화다. 오랜 기간 준비하고 애착을 가진 작품이라 그 단어가 생각났다. '디바'를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신민아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고 하는데 사실 이 영화가 엄청난 변신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결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은 아니다. 그보다는 두 여성이 끌고가는 스릴러 영화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신선한 소재의 상업영화를 기획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고, 이를 계기로 여성 서사가 상업영화에서 자주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기작으로 올 상반기에 영화 '휴가'를 찍었고 출연을 예고한 드라마도 한 편 있다. 배우로서 바람이 있다면.

"'새롭다' '이런 모습도 있었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고 설렌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익숙한 모습보다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통해서 매번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려면 대중과 만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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