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2.0] '전영잡감 2.0' 선정 2020 올해의 한국영화 TOP 10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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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5   |  발행일 2020-12-25 제39면   |  수정 2020-12-25
코로나 극장가 넷플릭스 '흥행' 멀티플렉스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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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영화계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영화제 4개 부문 수상의 기쁨으로 시작해 코로나19 사태로 멀티플렉스가 몰락하고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시장이 급성장한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천만 영화가 5편이나 쏟아졌던 게 바로 한 해 전인 걸 생각하면 아찔하고 아득하다. 그럼에도 2020년 올해의 한국영화 가운데 상업영화 5편, 다양성영화 5편씩 10편을 골라보았다. 무순이다, 작년처럼.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상업영화와 다양성영화 모두에서 여성감독과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팬데믹 상황으로 남성감독들과 남성배우들이 만든 대작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제작이 지연되면서만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동시대 영화인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

상업영화 5편

① 소리도 없이(홍의정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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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를 벗어난 장르물을 만들 줄 아는, 견고하고 독창적인 이야기꾼 여성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배우 유아인과 유재명의 연기는 이미 여러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배우 초희 역을 맡은 배우 문승아가 매 신마다 보여주는 연기는 어떤 상찬도 아깝지 않다. 거기에 상당히 무겁고 폭력적인 상황을 그리면서도 윤리적인 태도를 끝끝내 놓치지 않는 세심한 연출까지. 첫 작품으로 단번에 한국영화계에 자신만의 인장을 새긴 홍의정 감독 작품.

② 콜(이충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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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와 영국의 합작 영화 '더 콜러'를 가지고 와 이렇게 과감하고 대범한 스릴러로 만들다니. 배우 전종서의 'X세대 여성 연쇄살인마' 연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영화계의 세대교체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90년대생들이 만든 영화.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한국영화들의 넷플릭스행이 요즘 대세라지만 대형 스크린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이미 '몸값'부터 일찌감치 '싹수'를 보였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③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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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녹색연합이 선정한 '우리나라 환경 10대 사건' 1위에 선정된 1991년 페놀 유출 사건을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이만한 완성도로 풀어낸 것은 지금 봐도 놀랍다. 90년대생 여성 배우 세 명이 보여준 활기는 동시대 여성관객에 어떤 연대감을 선사한다. 페놀에 이어 지금도 영풍 석포제련소 폐수 유출 사건을 겪고 있는 대구 관객들에겐 기시감으로 다가왔을, '도리화가'의 흥행참패로 제법 긴 휴지기를 거친 이종필 감독이 내놓은 세 번째 작품.

④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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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기자 시절 동아일보에 1990년부터 2년2개월간 연재한 취재기를 바탕으로 출간한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 박정희 암살 사건을 재구성하였으나 관객들에게 정치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대신 누아르와 스릴러 형식을 빌려 절대권력의 부패와 몰락을 당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의 내면과 함께 공들여 묘사한다. 무엇보다 모든 배우의 호연이 돋보였던, '마약왕'으로 주춤했던 우민호 감독 연출작.

⑤ 사라진 시간(정진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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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이 느끼는 당혹감을 관객들이 그대로 체험하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 미스터리 스릴러로 홍보가 되었지만 매우 실험적인 방식으로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올해로 33년차 배우가 되는 정진영의 잊지 못할 감독 데뷔작. 한때 전세금을 빼 프랑스 영화학교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다는, 영화감독이라는 오랫동안 꿈꾸었던 일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이룬 것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양성영화 5편

① 남매의 여름밤(윤단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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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극찬을 받으며 올해 한국영화계에 아주 특별한 영화적인 순간을 만들어준 작품. '벌새'의 김보라 감독,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을 잇는 놀라운 재능의 신예로 주목받고 있는 윤단비 감독의 연출로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는 유년기의 반짝이는 슬픔과 아련한 기쁨, 잊을 수 없는 상실을 그렸다. 젊은 여성 감독들의 근작들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탐구하는 최근의 경향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세심하고 사려 깊다.


②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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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홍상수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프로듀서 김초희가 자신이 실제 영화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녹여 만든 작품으로 어떤 장면들은 홍상수의 인장이 느껴지기도 한다. 충분히 어두울 수 있는 주인공의 현실을 밝게 풀어낸 것이 마음에 든다. 끝까지 영화를 포기하지 않은 수많은 영화인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응원은 코로나19 사태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충분한 힘이 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한 데뷔작.

③ 프랑스여자(김희정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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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자
배우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갔지만 꿈을 포기하고 사랑에 배신당한 주인공이 한국과 프랑스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감독의 능숙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순간은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뒤틀고 이야기를 중첩시켜 놓고도 관객들이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능숙한 연출이 믿음직스럽다. '열세살, 수아' '청포도사탕' '설행'에 이은 김희정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

④ 기억의 전쟁(이길보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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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전쟁
1968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이 일어난 마을에서 학살 생존자를 만나 베트남전쟁을 돌아보는 장편다큐멘터리 영화로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귀한 인터뷰들을 보여준다.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한 무관심에 참전군인들의 트라우마까지 담은 일관된 연출이 돋보인다.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와 자신의 일상을 담은 자전적 작품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 이은 이길보라 감독의 두 번째 작품.

⑤ 잔칫날(김록경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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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
주인공 아버지의 장례식장과 팔순잔치가 열리는 지방행사장의 풍경을 대조해 보여주면서 이 시대 가난한 사람들의 이별과 슬픔을 묵묵히 보여준다. 남매를 연기한 배우 하준과 소주연이 보여준 호연은 특히 청년세대들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영화 '파수꾼'에 출연하기도 했던 배우 김록경은 이 작품으로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재능을 뽐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아 판타스틱 장편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했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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