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초연결시대의 뇌질환 전문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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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1 07:53  |  수정 2021-01-11 08:13  |  발행일 2021-01-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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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과거 우리가 한밤중에 병에 걸려 열이라도 나면 부모님들은 우릴 업고 병원과 약국을 찾아다니며 굳게 닫힌 문을 애타게 두드리셨습니다. 그런 시절과 달리 요즘은 가정상비약도 많고 심야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갖춘 병원도 많아져 과거와 같은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으로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요즘은 약국이나 병원을 찾는 일도 걱정스러운 힘든 일상입니다.

그런데 약이 없이도 혹은 꼭 의사가 옆에 있지 않더라도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이 없겠죠? 실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외에서는 원격 의료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특히 뇌질환의 경우, 원격 의료 도입에 용이한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해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뇌질환 치료기기는 약물이 잘 듣지 않는 경우나 부작용 등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꾸준히 개발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되는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은 뇌에 전기자극을 주어 파킨슨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신호를 차단하여 떨림이나 보행불편을 개선합니다. 또 우울증 등의 치료를 위해 자기장이나 전류를 이용한 경두개자기자극술(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과 경두개직류자극술(tDCS,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도 병원에서 사용합니다. 이들 기술은 DBS와 달리 비침습적인 뇌자극 기술인데, 외부로부터 뇌로 저전압 전류나 자기장 자극을 제공하여 신경학적 혹은 정신학적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사물인터넷기술이 보편화된 초연결시대를 맞은 지금, 의사가 기기를 원격으로 조종하여 뇌질환 증상을 치료하는 기술 개발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 가지 '비침습적 뇌자극기를 이용한 원격 의료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가 자신의 환자를 위해 맞춤형 뇌자극 치료를 처방해두면, 이 처방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다가 예정된 치료시간이 되면 환자의 집에 제공된 tDCS 기기에 5G와 같은 무선통신을 통해 전송되고 동시에 이를 환자에게 알려줍니다. 환자가 tDCS 기기를 착용하면 tDCS 기기는 의사가 처방한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작동되어 환자를 치료합니다.

이런 세상이 되면 굳이 의사가 왕진을 가거나 환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필요도 없으니, 요즘처럼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상당히 이상적인 의료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처럼 좋은 치료기술이 환자의 삶을 회복시키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이러한 기술과 치료법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장기적으로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 미래에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를 고치는 초연결시대 과학기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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